한진·삼성 LNG船 충돌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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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발로 건조사 결정 연기… 컨소시엄 형성 바람직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못지않게 3호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 건조회사 결정을 둘러싼 잡음도 증폭되고 있다. 당초의 일정대로라면 지난 8일께 LNG국적선확충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건조사를 결정하고, 10일께는 한국가스공사가 이를 발표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결정과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함에 따라 일정이 8월 중순 이후로 늦춰졌다.

삼성은 ‘왜 LNG3호선은 삼성이 건조해야 하는가’라는 대정부 건의서를 작성했다. 이 건의서에서 삼성은 “기술축적을 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실패한 신행주대교 붕괴 사례를 보아서도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LNG선 건조에서 기술축적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자신들이 경쟁사에비해 기술 ? 설비가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삼성중공업이 이처럼 막판에 재동을 걸고 나선 것은 3호선의 발주를 맡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1?2호선의 경우 상공부는 90년 수송선의 기준선형을 모스형(선체 위에 탱크가 따로 달려 있는 형태)으로 결정했다. 모스형 수송선을 건조할 수 있는 회사는 현대중공업뿐이어서 1?2선의 건조사는 자동적으로 결정된 셈이었다. 이후 현대의 독식을 우려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이 선형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자 정부는 LNG수송회사(수송선 운영회사)로 하여금 3?4호선의 선형과 건조회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가스공사가 한국선주협회에 수송조건을 제시하면 건주협회는 수송을 다당할 회사를 가스공사에 추천한다. 이렇게 선정된 수송회사는 한국가스공사 ? 한국선주협회 ? 한국조선공업협회의 대표로 이루어진 협의회에 선형과 건조사를 제시하는 것이다. 지난 6월3일 3호선과 4호선의 수송회사는 각각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으로 결정되었다 이로써 건조회사와 선형은 자신의 계열사인 한준중공업(멤부레인형)과 현대중공업(모스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두회사, 이익 큰 ‘전략적 제휴’외면

이에 삼성중공업은 건조능력 등을 내세워 자기네가 건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또 수송회사와 건조회사가 달라야 적절한 상호견제를 하게 되나는 논리도 편다. 삼성그룹이 3호선에 집착하는 것은 멤브레인형 수송선을 건조한 경험이 있어야 앞으로 계속해서 LNG 수송선을 수주받기 쉽고, 외국의 수송선 건조 입찰에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한전중공업)는 시설능력의 한계로 내수용 수송선밖에 건조할 수 없다. 수출실적을 올리려면 수출선 확보가 가능한 조선소가 3호선 건조를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측의 건조능력 시비에 대해 한진중공업은 “이미 75년부터 멤브레인형 수송선 건조기술을 도입했으며, 국내 조선소 가운데 유일하게 상공부로부터 LNG선 건조사 지정을 획득했다”면서 삼성측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측은 7월 초 프랑스 아틀랜틱조선소와 단독으로 기술제휴를 했다. 따라서 90년 6월 이후부터 멤브레인형을 준비해온 삼성보다 기술축적이 더 돼 있다고 주장한다. 또 LNG 3호선의 길이가 2백68m인 데 반해, 자체 도크 길이가 2백70m와 3백m여서 수송선 시설능력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힌다. 한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그동안 이의를 제기해오지 않다가 지금 와서 관계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반발한다.

관련업계에서는 사생결단식의 경쟁을 피하고 국내외의 LNG수송선 건조계획에 가능한 많은 국내기업이 입찰할 수 있도록 관련기업끼리 협력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배머리와 배 꼬리를 나누어서 공동으로 건조하자는 묘안도 나왔으나, 배를 두동강내서 만들고 이어붙이는 것은 기술적으로 위험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 조선기업들은 컨소시엄 형태로 수송선을 건조해서 참여 기업 모두가 외국 건조계약에 입찰할 자격을 나누어 가진다. 따라서 멤브레인형 수송선 건조기술을 보유한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한진중공업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건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에도 문제가 있다. 수송회사와의 건조계약 단계에서 서로가 주계약자가 되려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분야든 먼저 차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습성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국내 기업들도 오늘의 경제대국을 있게 한 일본 기업의 ‘전략적 제휴’를 수용하는 새로운 지평으로 눈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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