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를 드는 '필요악' 기여입학제
  • 오민수 기자 ()
  • 승인 1991.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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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공식 거론에 사학들 반색 …대학교 무처장협의회 '부정 없애기'대안 제시

 건국대 입시부정사건 관련 검찰수가가 한창 진행되던 8월6일 한 석간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정부 기부금입학제 추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대학교육협의회가 검찰에 '건국대 權寧贊 총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날 이후 다른 신문들도 "교육부 관계자가 기부금입학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입시부정 관련기사 옆에 나란히 거재해 '기부금입학제'를 공론화 하는 인상을 주었다. 대학입시 부정사건이 터질 때마다 '약방의 감초격'으로 얼굴을 내밀다 사라지던 기부금입학제에 대한 논의가 이번에는 교육부관계자의 입을 통해 공식적으로 거론됐다는 점에서 교육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건대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모든 대학이 썩어 있다"는 여론이 팽배해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교육계로서는 그 썩은 부분을 이 기회에 완전히 공개하여 기부금입학제 도입의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알려보자는 계산을 했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런 와중에 부산의 고신대 입시부정 사건, 성균관대의 입시부정 사건이 폭로와 투서 형식으로 터져나와 기부금입학제에 대한 전면적 논란이 앞으로 크게 일 것으로 보인다.

사립대학 재원 대부분 등록금에 의존
 사실 건국대 88년 입시부정의 경우 53명이 부정입학하게 된 계기는 87년 5월 착공한 常虛기념도서관 건립비용 1백억 원 중 30억원을 기부금입학으로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89년 李智冠 총장 등 6명이 구속된 동국대 입시부정 사건도 동을 받은 명분은 부속병원 건립이었다. 다만 원래 '검은 돈'이다 보니 '검은 마음'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어 기부금 가운데 일부가 몇 몇 대학관계자의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건대사건을 지켜본 다른 사립대학들은 "우리는 무사할까"라는 생각으로 전전긍긍하면서도 기부금입학제 논의가 다시 일어나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이다. 어차피 대부분 대학에서 기부금입학이 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면 차라리 양성화시켜 기부금 전액이 교육투자에 쓰여지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사립대학의 재정난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귀가 아플 정도로 들어왔다. 재원의 대부분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88년도 현재 우리나라 사립대학 재원에서 학생들의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77.3%, 국고지원은 고작 1.3%, 기부금이 2.1%, 기타 전입금이 19.3%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교수 한사람이 학생 40명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연세대 교무처장 金長煥 교수(화학과)는 "재단전입금의 증액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해외에 주재하는 공무원 언론인 자녀들에게 입학 특전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원의 2% 정도를 정원외 입학형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고려해봄직하다."고 말한다.

 사학재정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이 없으면 한국의 대학이 계속해서 후진의 늪으로 빠져들어갈 것은 뻔한 이치이다. 대학교육협의회 김병주 연구원은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면 모르지만, 국제적 수준에 어울리는 대하교육을 실시하겠다면 기부금입학제 도입은 불가피한 조처"라고 주장한다.

찬반논쟁 가열될 듯
 그러나 대학을 자유재산처럼 생각하는 일부 사학재단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부금입학제가 도입되기를 바라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이 지금까지 기부금입학제가 논의만 됐을 뿐 쉽게 추진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이다.

 현제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는 기여입학제의 부정적 측면을 없애기 위해 다음과 같은 대안을 교육부에 내놓고 있다. △물질적 기여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여도 포함하고 △정원의 입학으로 하되 비율은 2%로 하며 △아무리 많은 기여를 했어도 修學능력이 있어야 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발을 해야 하며 △이 제도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장학금 지급과 교육 · 연구에 전적으로 투자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교육 자체가 무너질 수 없다"며 기여힙학제를 단호하게 반대해왔었다. 그러나 이번 건대사건을 계기로 교육부 고위 관계자가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한 대목은 앞으로 벌어질 기부금입학제 찬반논쟁이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발전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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