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는 살아 있다”
  • 송준 기자 ()
  • 승인 199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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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소설 ? 어린이 역사노래로 인간애 펴는 朴文榮씨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야간비행》 《인간의 대지》를 쓴 작가며 화가이자 모험가인 비행기 조종사. 그는 격추된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실종된 것인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7월31일 P38라이트닝기를 타고 지중해 지역을 정찰하러 출격한 생텍쥐페리는 자기 작품 속의 ‘어린 왕자’처럼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당시 그의 나이는 44세였다.

그의 실종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프랑스의 ‘루이 뢰데레’라는 샴페인회사가 생텍쥐페리의 유해와 비행기의 잔해를 찾는 수색작업을 벌일 계획을 발표, 프랑스에서는 생텍쥐페리의 행적과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에서 생텍쥐페리의 붐이 일기 전인 지난 4월, 서울에서는 소설 《정지마을에서 보내온 생떽쥐베리의 편지》가 발간되었다. 《어린 왕자》의 속편 성격을 띤 우화 형식의 이 소설은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한 친구로부터 40년 전의 프랑스어투로 씌어진 생텍쥐페리의 편지를 건네받았다”라고 시작한다.

이 가상소설을 쓴 작가 朴文榮씨(39)는 “생텍쥐페리의 실종은 문명 탈출이자 동시에 자기 극복이다”라고 말한다. 전쟁을 치르는 동안 생텍쥐페리는 문명과 과학에 대한 극심한 혐오를 맛보았을 것이며, 마침내 어딘가 있을 이상향을 찾아갔으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루이 뢰데레’ 수색팀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박씨는 단언한다.

박씨가 처음 이 소설을 기획한 것은 70년대 초반, 그가 한찬 시와 소설과 노래 등 창작의 세계에 심취해 있을 때였다. 그는 직접 작사 ? 작곡을 하면서 ‘논두렁 밭두렁’이라는 통기타 듀엣팀을 만들어 ‘영상’등의 곡으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널리 알려진 개그가요 ‘독도는 우리땅’도 그의 작품이다. 77년 서울대 건축과를 졸업한 그는 대우엔지니어링의 화력발전소 설계팀에서 일하다 이듬해 방송프로듀서로 변신해 <밤을 잊은 그대에게> <가위 바위 보>등을 연출하면서 13년 동안 오락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지난해 KBS를 그만 둔 그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등 어린이 역사노래 만들기에 흠뻑 빠져 있다. 단군성조부터 화가 이중섭에 이르기까지 1백명의 위인을 주제로 가사를 만들고 직접 곡을 붙인다. 이렇게 만든 노래들을 들고 박씨는 각 학교를 찾아가 역사노래교실을 연다. 집필활동도 활발하다. 소설 《정지마을…》과 시집《너랑 결혼하고 싶어》, 《역사노래 악보집》, 어린이 역사도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한국을 지킨 33명의 영웅들》등이 그의 저작들이다.

최근 박씨는 방학을 이용해 ‘어린이 역사노래 캠프’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캠프의 프로그램은 ‘충무공 해전놀이’ ‘최무선 불꽃화포놀이’ ‘유적지 탐방’ 등이다. 박씨는 “이 캠프가 어린이들에게 홍익인간 ? 선비 ? 실학 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채로운 한편 일관성이 없어보이기도 하는 이같은 방랑벽에 대해 “내 과거를 놓고 거창한 이념을 주억거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매번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박씨는 말했다. 자랑이 아니라 자유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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