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제전’될 대전엑스포
  • 김당 기자 ()
  • 승인 199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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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자원 재활용 시설 … ‘리우’ 이념 첫 실현장



내년 이맘때면 또 하나의 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라는 구호에서 나타나듯 올림픽이 인간 육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국제무대라면 엑스포는 인간 정신의 한계를 가늠하는 무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엑스포를 ‘한 시대가 이룩한 성과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전망해 보는 경제 ? 과학 올림픽’이라고 부른다. 대전엑스포는 또한 환경엑스포라는 측면에서도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대전엑스포는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처음으로 국제박람회기구(BIE)로부터 공인받은 전문박람회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내년은 1893년 미국 시카고엑스포 참가 이후 1백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다. 따라서 내년 엑스포는 지난 1백년 동안 근대 과학기술과 문물을 도입한 이래 우리가 이룩한 성과와 미래를 되새겨보는 의미를 갖는다. 사실 지난 1세기 동안 우리는 보기 드문 경제 발전과 과학기술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룩한 성과의 태반은 자원 고갈과 자연 파괴를 바탕으로 한 개발이었고, 그 결과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개발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전엑스포조직위원회(위원장 吳明)가 그 기본이념에서 밝힌 대로 “이는 자연을 인간의 정복 대상으로 보는 서구적 가치관에 따라 균형과 조화보다는 일방향적인 발전만을 추구해 온 결과이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다가온 새로운 1백년동안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다행스럽게도 인류는 지난 6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정상회담에서 그 비전을 제시했다. 인류가 ‘미래의 전망’으로 내세운 선택은 환경과 개발의 조화를 통한 ‘새로운 도약에의 길’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전엑스포는 ‘환경이 지탱 가능한 개발’이라는 리우회담의 기본 이념을 실현하는 첫 국제박람회라는 또 다른 의의를 갖는 것이다.

대전엑스포가 환경엑스포임은, 그 기본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설정한 주제와 부제에서 잘 나타난다. 전문 박람회로서 이번 엑스포의 주제는 ‘새로운 도약에의 길’이고, 이를 구현하는 두가지 부제는 ‘전통기술과 현대과학의 조화’와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재활용’이다. 조직위 자원활용부장 신성철씨(동력자원부 파견 서기관)에 따르면 “새로운 도약의 길에는 기술개발과 가치관의 변화라는 기본 요건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이번 엑스포를 시설 ? 운영 ? 전시 차원에서 환경의 산교육장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박람회장 개최장소는 대전직할시 유성구 도룡동 일대로 흔히 대덕연구단지 도룡지구라고 부르는 곳이다. 회장 규모는 27만3천평, 예상 관람객은 1천만명이나 된다. 더욱이 엑스포가 8월 한여름에 시작되기 때문에 냉방 에너지와 물 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조직위는 우선 자체 시설에 가장 큰 부하가 걸리는 한낮의 냉방전기 절약을 위해 심야전략을 이용한 빙축열시스템을 도입하고, 주제관 ? 자원활용관 등 독립 전시관에는 ‘에어커튼’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환경 전시장, 엑스포 후에도 ‘재활용’해야

운영 면에서는 각종 음식점(96곳), 일반 매점 및 기념품 판매점(75곳) 등에서 젓가락, 음식용기, 포장지 등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하여 1차적으로 쓰레기 발생량을 최소화하고 회장 내에서 발새한 쓰레기는 모두 분리수거해 재활용할 방침이다. 조직위는 회장 내 주요 동선에 분리수거센터를 설치하고 센터안에 캔 압착기, 스티로폼 및 빈병 처리기 등 최신 재활용기기를 갖춰 관람객들이 직접 재활용 과정에 참여케 하고 참가자에게 재활용 상품이나 기념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엑스포에서 ‘볼거리’는 역시 ‘환경과 자원의 세계’를 보여주는 독립관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재활용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독립관으로는 상설 전시구역에 건립중인 자원활용관과 재생조형관을 들 수 있다.

정부 중앙부처로서는 유일하게 동력자원부가 직접 참여한 자원활용관은 小水力, 풍력, 태양에너지 등 무공해에너지를 보여주는 옥외 실물설비를 포함해 에너지 절약형 구형 구조의 3층 본관 등이 4천평 부지에 건설된다. 에너지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5개실과 상징조형물로 구성된 이 독립관에는 특히 에너지 절약이 체험적 자각을 꾀하기 위해 자전거 발전기, 알뜰 운전 시뮬레이터, 소수력 체험 등 참여하는 재미와 에너지에 대한 고마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동물이 전시된다. 또 이 독립관에는 대단위 지역냉난방 공급시스템, 미래의 연료기관으로 주목받는 스털링 엔진, 세라믹 엔진과 석탄 이용 신기술인 IGCC 공정, 수소에너지 및 바이오에너지 개발 신기술 등이 대체 및 미래 에너지의 비전으로 제시된다.

그밖에도 대전엑스포에는 폐품의 상징인 세계 각국의 빈병 5만여개를 활용해 건립하는 조직위의 재생조형관(1천2백평)이 선보인다. 원뿔형 (지금30m, 높이 15m) 상징 조형물로 세워지는 재생조형관의 지하 전시실에는 재활용에 대한 한국인의 전통적인 지혜를 포함하여 세계 유명 예술인들의 재활용을 소재로 한 작품이 전시되어 자원 재활용의 의미와 가치를 예술적으로 구현하게 된다.

한편 최근 전국적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쓰레기 문제와 관련한 이색적인 볼거리로는 한국자원재생공사가 주관하는 재활용 온실을 들 수 있다. 이 온실(1백50평)은 회장 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찌꺼기를 현장에서 5시간 만에 유기비료화하여 이 비료로 꽃과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관람객이 직접 확인토록 전시된다. 현장에서 생산되는 이 ‘엑스포비료’는 관람객에게도 나누어줄 예정인데, 이는 한해에 8조원어치에 이르는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한 해결방안으로 제시된다.

대전엑스포는 1인당 쓰레기 발생량(하루 2.2g) 및 에너지 소비증가율(연 15%)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는 우리나라의 처지에서 볼 때 어찌 보면 ‘주제 넘은 엑스포’라는 핀잔을 받을 만하다. 결국 대전엑스포의 성패는 최대한 자국의 실속을 차린 이번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처럼 엑스포를 살아있는 환경교육의 장으로 최대한 활용하고 나아가 전시장 자체를 재활용하는 데에 달려 있는 셈이다.  각각 1백50억원, 2백억원 이상을 쏟은 자원활용관, 전기에너지관 등을 1회용이 아닌 영구 학습장으로 재활용할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대전엑스포의 제1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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