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평 가게’ 차린 ‘8학년’ 농사꾼
  • 장영희 기자 (view@sisapress.com)
  • 승인 2006.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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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구자경 LG 명예회장

 
이른바 ‘8학년’에 접어들었건만, 구자경 LG 명예회장(81)의 집념은 끝이 없어 보인다. 그는 4월 하순께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하 1층에 ‘수향식품’이라는 전통식품 전문점을 연다. 9평 규모인 이 작은 가게의 취급 품목은 된장·청국장·만두·반생면 따위 재래 음식들인데, 구명예회장이 연구개발해 생산한 것이다.

그 나이에 그것도 손꼽히는 부호가 무슨 사업이냐고? 물론 돈벌이와는 무관하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소일거리’다. 구자경표 된장과 청국장은 첨가물 없이 1년 이상 재래식으로 숙성시켜 깊은 맛을 낸다는 입소문이 1년 전부터 퍼지면서 주위에서 강권했고 결국 LG 가족을 위해 가게를 차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구명예회장이 경영권을 장남(구본무 LG 회장)에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때는  1995년. 그때부터 그는 아예 거처를 충남 성환의 천안연암대학 농장으로 옮겼다. 1주일에 딱 하루 공익재단 업무를 보기 위해 서울에 머무를 뿐 그 외에는 농장에 기거하며 하루 12시간 이상 농사일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은사가 학교 마당에 온갖 화초와 나무를 가꾸는 것을 보고 농작물 재배에 관심을 가졌다는 그가 처음 재배한 것은 난. 난에서 분재로, 다시 버섯으로 그의 관심 작물이 이동했다. 지금은 버섯 재배와 함께 전통 식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새로운 생명을 싹틔워 기르는 일과 공익 재단을 챙기는 일은 그룹 회장 때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바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복이며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이것은 그가 ‘재계 원로’ ‘은퇴한 경영인’이라는 호칭보다 ‘자연인 구자경’으로 불리기를 원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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