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군사동맹 새 살 돋는 유럽평화
  • 본· 김호균 통신원 ()
  • 승인 199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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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변혁, 바르샤바기구 해체 기미 … 蘇軍 철수, 美軍 감축

동유럽 국가들의 변혁과 동·서독의 통일과정을 배경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가 근본적 변화 내지 해체의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특히 소련을 제외한 동유럽 국가에서 공산당의 정치권력이 배제되거나 약화되면서 바르샤바조약기구는 급속한 해체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헝가리가 의회를 중심으로 바르샤바 조약기구 탈퇴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는가 하면 소련공산당중앙위원회의 외교관계 부책임자는 “나토가 과거의 냉전적 사고방식을 폐기할 경우 소련의 나토가입도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하고 나섰다. 또한 동독의 에펠만 국방장관은 지난 14일 바르샤바조약기구 창설 35주년 기념식에서 “이 기구는 현재 해체되는 과정에 있으며 그 군사·정치적 장래는 6월7일 열리는 가맹국들의 국방장관회담에서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바르샤바조약기구가 군사동맹으로서 기능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에 주둔해 있는 소련군은 내년 상반기까지 완전 철수키로 합의돼 현재 철수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소련군의 철수에 소극적이던 폴란드는 국경문제에 관한 한 自國의 입장이 관철될 것이 거의 확실해지자 소련군 철수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스쿠비체프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폴란드 주둔 소련군의 철수가 “시간문제”라고 선언했다.

체코, 일방적으로 군축 단행

 또한 체코슬로바키아는 미·소 사이의 군축협상에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군축을 단행하고 있고 동독의 에펠만 국방장관은 국방예산을 대폭 줄이는 것은 물론 동독군을 지금보다 4분의1이 적은 10만으로 줄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배경으로 소련 공산당중앙위원회의 군사문제 자문위원인 겔리 바테닌 소장은 동독의 〈베를리너 차이퉁〉에 기고한 글에서 바르샤바조약기구는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나토의 장래에 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 폭은 나토의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시도에서부터 ‘집단안보체제’로 대체하려는 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 나토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동독으로까지 확장하려는 미국과 서독의 초보수파의 의도는 여론의 압력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겐셔 서독 외무장관이 지난 3월 본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경제회담에서 공식 제안한 바 있는 ‘협력적 안보체제’안은 원래 소련이 제안했던 것이고 또한 이 제안의 일부인 분쟁조정센터는 베이커 美국무장관도 동의했으므로 부분적으로나마 실현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유럽안보·협력회의를 그 중심기반으로 하는 겐셔案은 나토를 여전히 가장 중시하는 미국의 입장과는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나토를 “유럽 방위의 핵심”으로 표현한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넓은 의미에서의 유럽권력”으로 계속 남기 위해 미국과 유럽을 잇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로 나토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유럽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은 동유럽에서의 변화에 적응해서 “서방의 새로운 전략”을 개발할 의사도 밝혔다.

유럽 새질서 7월초 윤곽잡힐 듯

 통일독일이 나토회원국이 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독일 통일의 ‘내적 측면’과 ‘외적 측면’이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고 시사함으로써 나토가 군사동맹에서 정치동맹으로 전환할 것을 암암리에 촉구했던 소련은 제1차 ‘2+4회의’에서 타협의사가 있음을 보였다. 소련은 나토의 변화속도보다 동·서독 통일속도가 빠른 것이 분명해진 현 시점에서 어느정도 제한된 주권을 가지는 통일독일이 수립되는 데 “건설적으로 협력”(셰바르드나제)하고 일정한 과도기(대략 3~7년) 동안 4强으로서의 권한을 유지하면서 ‘외적 측면’의 조정을 통해 나토의 변화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예고한 ‘새로운 전략’이 ‘전진방어’와 ‘선제핵공격 가능성’을 핵심으로 하는 기존의 나토전략의 수정 가능성을 의미하는지 여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지상군과 더불어 핵무기를 계속 유럽에 배치해두고자 한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이 ‘2+4회의’에 앞서 예고한 랜스미사일의 철수도 空對地미사일로 대체하려는 계획이고 이를 위해 이미 3억3천9백만달러의 예산이 확보돼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어 미국의 군축 연구가인 대니얼 플래쉬는 이를 “권총을 소총으로 바꾸려는 조치”로 말하고 있다. 재래식 무기에 관한 빈협상이 가을에 타결되면 뒤이어 열릴 단거리핵무기 협상에서 이 문제는 미·소 사이에 주요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새로운 나토’의 모습은 6월말이나 7월초로 예정된 나토정상회담을 거치면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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