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大選 암살 공포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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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퇴치’ 공약 입후보자 3명째 피살

5월27일의 대통령선거를 앞둔 요즘, 콜롬비아에서는 후보들에 대한 마약조직의 ‘암살 캠페인’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선거 정국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는 당초 12명이 후보로 나섰으나 이중 4명은 이미 대법원으로부터 후보결격판정을 받아 사실상 8명이 결전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정작 선두그룹 4명의 대권주자 가운데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집권 자유당의 케사르 가비리아 후보와 좌익 M-19당(4·19운동당)의 안토니오 나바로 후보가 마약조직의 암살위협에 굴복, 투표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막바지 선거유세를 중단한 상태다. 이 두 후보는 콜롬비아의 병폐인 마약퇴치를 주요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유세중단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작년 8월 집권 자유당의 루이스 갈란 후보를 필두로, 올 3월에는 좌익 애국동맹당의 베나르도 자라밀라 후보, 4월에는 역시 좌익 M-19당의 카를로스 피자로 후보가 마약퇴치와 마약사범의 對美인도를 공공연히 주장하다 암살당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피자로 후보의 경우 마약조직의 원성의 대상인 마약사범 대미인도정책을 반대하긴 했지만 그가 살해된 것은 마약사범의 미국 송환 지지론자인 집권 자유당의 가비리아 후보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현재 공개적으로 선거유세를 벌이고 있는 주요 후보는 제1야당인 보수당의 로드리고 롤레다 후보와 보수당에서 분당한 구국운동당의 알바로 고메즈 후보 정도인데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들 두 후보가 암살당한 후보들과는 달리 마약사범에 대한 자국내에서의 재판에 호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콜롬비아 당국은 후보암살의 배후조종단체를 콜롬비아 최대의 마약조직인 메데인 카르텔의 두목 파블로 에스코바르(40)가 이끄는 무장조직 ‘미국송환대상 마약범’ (Extraditables)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각 후보들이 암살위협에 못 견뎌 선거유세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나 당국으로서도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제로 당국은 지난 4월초 치안본부 소속의 정예요원 8백명으로 구성된 특별검거단을 메데인시에 급파, 에스코바르의 검색에 나섰지만 몇군데의 비밀 마약제조소와 비밀회합장소를 적발한 것이 고작이었을 뿐 엄청난 정보조직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이 마약대부의 행방조차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특히 그가 이끄는 무장조직의 역공 역시 만만치 않은데 이 조직은 약 1천8백명으로 추산되는 ‘시카리오스’라는 청년 암살단을 조직, 마약단속 경찰 한명 암살에 미화 4천5백달러의 보상금까지 내걸고 단속경찰에 대항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하튼 콜롬비아 정부는 선거폭력을 막기 위해 무려 23만명의 군·경합동군을 투입해 놓고 있으나, 에스코바르가 검거되지 않는 한 그의 조직에 의한 테러와 폭력은 여전할 것이며 이에 따른 후유증도 심상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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