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창일로에 있는 ‘잡지계의 꽃’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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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지 30여종 쏟아져나와…수익 전액 광고료에 의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여성지 시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오는 7월이면 서울신문사에서 발행하는 《퀸》을 비롯 서울문화사의 《리빙센스》, 매거진하우스의 유아잡지 등 세 종이 동시에 창간될 예정이다.

 각종 화제와 읽을 거리, 생활정보를 대형 컬러지면에 담아내면서 ‘잡지계의 꽃’으로 일컬어지는 여성지는 그간 ‘여성상을 왜곡한다’‘삶의 질을 소비의 차원에서 규정한다’는 등의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지는 ‘장수’하고 있으며 다투어 창간되고 있다. 그 까닭은 △여성지 독자층이 대부분 소비의 주체인 가정주부이고 △신문·방송에 비해 광고단가가 낮으며△최소한 한달 이상 지속적인 광고효과를 나타내는 등의 매력으로 광고주를 끌어들여 그 잡지의 광고수익이 탄탄하게 보장되기 때문이다.

 교보문고가 지난 3월 조사한 목록에 따르면 현재 발행되는 여성지는 월간 26종(5월 현재 이중 1종은 폐간,1종은 휴간), 격주간 1종 등 27종이고 여기에 주간지 1종과 10대 여학생 대상 2종을 포함하면 모두 29종에 이른다. 7월에 3종이 창간되면 여성지는 모두 32종에 달하게 된다.

 여성지 발행처는 신문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중앙의 일간지들은 거의 모두 여성지를 발행하고 있다. 여성지는 그 독자층에 따라 크게 기혼지와 미혼지로 나뉜다.《주부생활》《여성동아》 《여성중앙》《여원》등이 대표적인 기혼여성 대상잡지인데 1~2년 전에 창간된 《우먼센스》《세계여성》《마리안느》등도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미혼지는 《여성자신》《영레이디》《레이디경향》《마드모아젤》《신부》등이 널리 읽히며, 주거환경과 인테리어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행복이가득한집》이나 패션전문지《멋》 그리고 시사비평의 성격이 강한 《샘이깊은물》등은 기존의 여성지와는 다른 편집방향을 보이고 있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여성지들의 월평균 발행부수는 7만부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광고료는 표지나 목차부분이 높고 원색광고는 페이지 당 1백50만원에서 2백만원 사이. 7만부 이상 판매되는 여성지의 경우 월광고수입은 4억5천만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1개 주요여성지의 연 광고액은 3백50억원 가량으로 전체 잡지 광고액의 40%에 달한다.

 권당 4천8백원에 판매되는 여성지의 순수제작비(인건비 제외)는 3천3백60원인데 정가의 70%로 출고돼 잡지 판매수입은 오히려 손해인 셈이다. 여성지의 수익은 전액 광고료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유치 경쟁은 치열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잡지학회(회장 金根洙)에 따르면 여성지의 효시는 1906년 8월 상동청년학원 내의 가정잡지사가 펴낸 《가뎡잡지》이다 계몽적인 교양지였던 초창기 여성지는 1907년 신채호가 발행한 《가정잡지》, 1908년에 창간된 《女子指南》등이다.

 신문사가 여성지를 펴내기 시작한 것은 일제 식민시대부터였다. 33년 동아일보가 《신가정》을 펴냈으며 조선일보는 36년 《여성》을 펴냈다. 8·15이후 처음 나온 여성지는 45년 10월에 창간된 《여성문화》인데 본격적으로 여성지가 자리잡은 것은 50년대말 당시 월7만~8만부가 나가던 《여원》지가 등장하면서부터. 당시《여원》지 편집장이었던 高延基씨(을유문화사 주간)는 “그 무렵의 잡지는 특집과 생활문화가 기둥이었다”면서 당시 잡지는 “문화창조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80년대 들어 새로운 매체들이 창간되고 컬러 텔레비전시대가 열리면서, 그리고 전반적으로 생활수준이 상승됨에 따라 여성지의 형태도 변화를 겪었다. 판형이 커지고 컬러화되었고 내용에서는 ‘잔잔한 특집’에서 ‘폭로주의’쪽으로 기울었다. 이때부터 연예인·정치인 등 유명인사의 스캔들을 머릿기사로 올리기 시작했다. 아울러 매체가 늘어나면서 치열한 취재·판매 경쟁체제로 돌입했다.

 “파행적 언론상황의 ‘그늘’이 오늘의 여성지”라고 말하는 한 여성지 기자는 제작여건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여성지에서 7년째 여성지를 제작해온 그는 “여성지 기자는 사면초가”라고 말한다. 독자·필자·취재원들 가운데 여성지를 환영하는 이들은 많지 않으며 인력부족에 따른 과도한 업무량도 문제이다. 또한 신문사 출판국소속 여성지 기자들은 경영진들의 여성지에 대한 몰이해, 즉 ‘여성지는 곧 광고수익’이란 인식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도 간혹 피해의식에 시달려야 한다. 그러나 많은 기자들은 여성지 편집자 특유의 장인정신을 긍지로 삼고 있다.

 신문사가 아닌 잡지사에서 발행하는 여성지 기자 및 제작자들은 “신문·방송·통신 등 대기업의 잡지겸업을 분리,잡지는 잡지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해오고 있다. 신문사에서 여성지를 비롯 새로운 매체를 잇따라 발행하면서 기존 여성지들이 받는 가장 큰 타격은 인력난이다. 2년 가량의 경력기자들이 신문사 출판국으로 스카웃되는 것이다.

 여성지의 양적 팽창에 따른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여성지의 전문화로 압축된다. 기자의 전문화와 매체의 전문화가 그것이다. ‘잡지대학’에 출강하는 고정기씨는 일본의 예를 들면서 “일본의 잡지는 이미 종합지로서의 여성지를 탈피, 여성지 성격과 독자들을 세분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부생활》최옥선편집부장은 “주부들이 소비 주체에서 가정의 의식과 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주체로 탈바꿈하는 데 여성지가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고급여성지를 지향하는 매체의 광고를 보면 ‘소비의 질이 삶의 질’이라는 논리가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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