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 자유를 원합니다”
  • 파리·진철수 유럽지국장 ()
  • 승인 1990.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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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문사건 후 외국으로 탈출한 중국청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사건 후 관헌의 눈을 피해 중국의 벽지를 전전하다가 지난 12월 국외탈출에 성공, 프랑스로 망명한 張倫(28)씨를 파리시내에 있는 민주운동단체 民主中國陳線 사무실에서 만났다. 셴양 출신인 장씨는 1년 전 북경에 있는 중국 地質대학 정치계(정치학과)의 교수였으며 왕단을 비롯한 대학생 시위지도자들의 고문으로 활동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학생 지도자뿐 아니라 지식인, 일반 근로자 등 수많은 시민들을 잡아들여 탄압정치를 강행하고 있으며 인권존중에 관한 국제규약을 완전히 유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장씨는 공개재판도 없이 투옥된 인사들의 수효가 1만명도 넘는다고 추산했다. 그는 인권탄압의 예로 자기 친구이며 학생 지도자의 한 사람인 陳子明씨의 예를 들었다. 陳씨 부부가 체포됐을 때, 진씨 부인은 임신 7개월이었다. 친척과 친구들이 각방으로 진씨 부부의 소재를 알아보려했으나 중국 관헌은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정부들은 중국 정부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장씨는 말했다.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으면, 중국 정부는 그만큼 민주운동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 것이다.” 그는 인권 투쟁의 전통이강한 프랑스가 중국의 민주투사들에게 망명을 허용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반면에 일본 정부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일본 정부는 돈밖에 모른다.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중국 인민들의 장래는 무시하고 있다.” 장씨는 과거에 일본이 중국 인민에게 얼마나 못된 짓을 저질렀던가를 상기하며 “일본이 아무 반성없이 지금도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에 몹시 실망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태도에 관해서는 확실히 모르지만, 한국도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중국 정부의 정체가 무엇인지 뚜렷이 파악하고 접근을 삼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한 자유와 민주화개혁을 요구한 중국의 대학생들은 한국과 필리핀 등 다른 나라 대학생들의 민주화 투쟁에서 상당한 자극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례로 대자보에 중국 지도자 등소평을 전두환과 동렬에 놓고 비판하는 글이 실린 적도 있고, 남한의 해외 중국어 방송을 듣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천안문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지금의 소감을 묻자 그는 “학생과 지식인은 기본적인 자유를 달라고 외쳤다. 중국 정부는 그것마저 거절했다. 중국 국민이 자유를 원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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