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平民號, 15인 船上반란
  • 제안자 이상수·이해찬 ()
  • 승인 1990.06.1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얽힐 대로 얽힌 야권, 통합航路 안개 자욱… 金大中총재 “복안있다” 장담, 앞길주목

 “통합야당 절충안 제시야말로 마지막 시도다. 절충안이 동시에 양쪽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평민·민주 양당의 통합은 기대할 수 없다. 양당 지도부에 의해 절충안이 받아들여지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평민당과 민주당(이하 가칭) 그 어느 쪽에도 속해 있지 않은 야권 인사 o씨가 진단한 야권통합 움직임의 현주소다. 한마디로 평민당과 민주당은 통합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다.

  이와 반대로 일말의 희망이 섞인 낙관론도 없지 않다. 평민당이 절대 받아들일 것 같지 않던 ‘당대당’ ‘대표 경선’안 등이 협상 결과 통합의 원칙으로 채택됐다든가, 결코 연기될 것 같지 않던 전당대회가 연기된 사실 등을 볼 때 양당의 통합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지냔해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야권통합 돌풍에 미동도 하지 않던 金大中총재가 드디어 입을 열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봐도 “통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판단이 나올법하다.

통합 마감날짜는 6월9일
  양당의 통합서명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통합의 시한은 6월9일로 못박혀 있다. 평민당의 李相洙·李海瓚 두 의원이 공동으로 제안한 야권통합 방안의 서두는 “양당은 늦어도 민주당 창당대회가 열리기 전인 6월9일까지… 통합선언을 한다”로 되어 있다. 민주당이 창당하게 되면 양당의 통합은 바라보기 힘들다는 계산에서 아예 시점을 명시한 것이다.

  창당과 통합은 별개라는 논리로 지구당 창당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민주당에서도 李哲·張石和의원과 趙舜衡전의원 등 3명은 민주당 창당 이전에 평민당과 먼저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해 자신들의 지구당 창당을 보류시켜놓은 상태다.

  평민당의 통합서명파들이 당내에서 “해당행위를 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김총재와의 면담을 재촉하고 통합추진위 참석에 앞서 자신들이 마련한 절충안을 미리 발표해버리는 등 서두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쨌든 절충안이 6월9일까지 양당 지도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통합운동의 양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상황이다.

 야권통합의 향방을 가름할 변수 중의 하나는 평민당내 통합서명파가 나름대로 세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盧承煥국회부의장·趙尹衡부총재·鄭大哲의원 등 중진급을 비롯해 모두 15명 가량이 서명을 마쳤으며, 중진급인 ㅅ의원과 ㅂ의원 등 2명은 보류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李載根의원을 비롯해 김·오·김·박의원 등 호남지역 현역의원 5명도 서명파로 거론되고 있어 서울·경기 등 중부지역뿐만 아니라 호남지역 일부 의원들도 이미 김총재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당 주변에 돌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서명파 가운데 盧국회부의장의 경우 부총재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힐 만큼 통합에 적극적이며, 평민당 몫의 국회부의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부총재 역시 국회부의장직을 고사하고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합서명 소장파의 한 사람으로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는 이상수의원은 “이번 통합은 절대 흐지부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단한 각오를 내비치고 있고, 이해찬의원도 “깃발의 색깔이 중요한 것이 깃발을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해, 통합 절충안을 놓고 야기된 민주당측 서명파 의원들과의 불협화음보다는 통합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내 불협화음도 변수
  야권 통합신당 탄생의 가능성과 시점을 점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는 민주당 안에 잠복되어 있는 균열 가능성이다.  李基澤위원장을 비롯한 당지도부와 통합파간의 갈등은 이미 기정 사실화된 상태다. 이철의원 등 일부 소장파들은 평민당과의 통합협상 대표단에 서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당 지도부와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협상 5인대표의 한 사람으로 선정된 이의원은 “대표단 멤버로 들어가는 것을 수락한 적도 없으며, 전권을 위임받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에 임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5월14일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있었던 2차협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민주당내 일부 인사들의 이위원장에 대한 경계심은 예상 외로 높다. 통합협상이 무산되고 예정대로 민주당창당대회가 6월10일에 치러질 경우 朴燦鍾의원이 당권에 도전, 이위원장과 한판 겨룰 것이라는 설이 당 주변에 나도는가 하면, 심지어 평민당과 야권 일각에서는 이위원장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지만 “민주당이 여권의 공작정치에 말려들었다. 구체적인 증거도 가지고 있다”고 공작정치설을 거론할 정도다. 평민당의 핵심 당직자 ㅂ씨는 민주당에 대한 여권의 공작정치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권 핵심부가 3당 통합으로 노린 것 중의 하나는 김대중·김영삼 양김씨의 제거다. 김영삼씨는 여권내로 불러들여 순치시키고 김대중씨는 야권이 스스로 퇴진시키기를 기대한 것이다. 김영삼씨를 여권에 편입시킬 때 영남지역이 야권 공백지역으로 남는다는 계산을 못했을 리가 없다. 몰론 사전에 공백지역을 메울 대체세력에 대한 구상도 해놓았을 것이다. 평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민주당이 특히 영남이라는 지역대표성을 강조하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 당직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김대중총재는 매우 조심스럽긴 했지만 야권통합과 관련해 기회있을 때마다 공작정치의 위헙성을 강조했다. 민주당내 핵심 당직자 ㅂ씨도 “김대중총재는 평민당내의 분열보다도 오히려 공작정치의 가능성을 더욱 경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야권통합을 놓고 평민號와 민주號는 표류하고 있다. 특히 선장 김대중총재에게 들이민 ‘15인의 船上반란’이 통합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제2의 民推協 구도도 거론
  야권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제2의 민주화추진협의회(이하 민추협) 구상도 성사 여부를 떠나 야권통합과 관련해 한번쯤 귀기울여볼 만한 대목이다. 즉 평민·민주 양당의 서명파와 재야, 그리고 구야권 원로들이 한덩어리가 되어 80년대의 민추협 식으로 범야권 단일기구를 가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2의 민추협 구상은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자금동원 계획 등 한층 구체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평민·민주의 서명파 20명을 확보해 따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여기에 재야에서 諸廷坵씨 등 과거 한겨레당 출신 40여명이 참가하며, 민변측의 洪性宇·趙英來변호사등 진보적 지식인들도 가세하는 동시에 구야권 원로들도 영입한다면, 그때까지 평민·민주 양당에 남아 있던 인사들도 흡수할 만한 세력을 갖추게 되어 실질적인 야권의 통합 단일기구로 발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이 구상에 대해 “사실상 평민·민주 양당 지도부, 즉 김총재와 이위원장을 배제한 구도이며, 당 위에 군림했던 과거 민추협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김대중총재일 것”이라고 말한다.

  몰론 이 구도의 완성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그만큼 누구도 그 실현 가능성을 점치기 힘든 ‘이상적인’ 안이다. 현상태에서 평민·민주 통합이 안된다고 해서 또 하나의 당이나 기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또다른 야권분열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만 하는, 극약처방에 가까운 구상일 수 있다. 하지만 평민·민주 양당이 지역성에 허리춤을 잡힌 채 지루하고 소모적인 대치상황에 있는 한 어쩌면 오히려 더욱 현실적인 구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야권통합에서는 묘안이나 묘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원칙과 상식으로 돌아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지난 5월8일 李敦明씨 등 재야원로 5인의 성명 발표도 야권 판도의 변화와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특히 이씨가 5년 가까운 침묵을 깨고 정치권에 대해 발언했다는 사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는 것이 재야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며, 성명 발표 이후 각 지역에서 범민주 단일야당을 위한 서명작업이 꽤 진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중총재 거취가 방향 가름
  평민당 김대중총재의 거취야말로 야권 통합신당 추진의 방향을 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평민당 서명파들의 돌출적인 움직임을 흰눈으로 바라보는 김총재 측근 인사들은 “김총재의 거취는 야권통합의 단순한 종속변수가 아니라 함수이다. 왜 서명파들이 김총재를 변수의 하나로 여기고있는지 모르겠다. 현실을 무시한채 이상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김총재는 “청와대회담의 결과에 따라 정치형태의 근본적인 결말을 짓겠다”고 했다. 야권통합 논의도 “청와대회담 후에 매듭짓자. 복안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야에서 야권통합을 위한 정식 기구가 발족되고 민주·평민당이 순조롭게 가는 양상을 보이면 생각지 못했던 좋은 분들이 기구에 참가할 것이며, 92년 단일후보 방안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얼핏 보면 평민·민주의 순조로운 통합을 전제로 한 민추협 형태의 발상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정치일선에서 후퇴하는 결단의 느낌마저도 준다. 정치형태의 변화를 예고한 것은 그가 자신의 거취를 포함해 차기 권력구조와도 관계있는 결단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준비해놓았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김총재가 앞으로 광주·지자제·개혁입법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그 구상의 색깔이 드러날 것이다.
이흥환 기자


통합절충안
1. 통합 선언 : 양당은 늦어도 민주당 창당대회가 열리기 전인 6월9일까지 △당대당 통합 △집단지도체제하의 대표 경선 △경선에 있어서 투표권 동등 보장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통합선언을 한다.
2. 수임기구 구성 및 합당대회 : 위 통합선언 후 평민당은 전당대회를, 민주당은 창당대회를 각각 개최하여 합당을 위한 수임기구를 구성하며 동시에 양당 동수의 공동실무위원회를 구성하여 합당에 따른 제반 절차를 협의한 후 수임기구 합동회의를 개최하여 합당한다.
3. 전당대회 개최 대표선출 : 합당 직후 통합신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하되 전당대회 대의원은 양당의 기존 지구당 위원장과 그 지구당 위원장이 추천한 대의원 및 양당의 중앙당 대의원으로 구성하며, 전체 대의원수는 동수로 한다.
4. 지구당 조직책 선정 : 합당 후 3개월 이내에 양당 동수의 조직특위를 구성하여 전체 지구당 조직책을 인물과 능력 본위로 선정한다.
5. 결론 : 이 중재안은 경선에 있어서의 투표권 동등성 보장을 요구하는 민주당측의 주장과 우리 당 통추위에서 추인된 바 있는 양당 동수의 조직특위 구성에 의한 지구당 조직책 선정 후 경선안을 절충한 것으로서 ‘선합당, 대표 경선 후 지구당조직책 선정’을 그 중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중재안은 첫째, 합당 후 대표 경선 및 지구당 조직책을 선정함으로써 경선이나 조직책 선정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분규나 위험을 극소화시킬 수 있고 둘째, 민주당의 지분권 동등의 주장을 경선에 있어서의 투표권 동등성 보장으로 한정짓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1990. 5.23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