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영] 앉아서 팔리기만 기다려서야
  • 김종환 차장 ()
  • 승인 1990.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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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인 하비 매케이씨가 말하는 베스트셀러 제조 비결

 최고경영자들의 저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년전 미국 크라이슬러사 아이아코카 회장의 자서전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것을 시발로 부동산왕 도널드 트럼프 등이 자서전을 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대우그룹의 金宇中회장과 (주)진도의 金永□부회장이 각각 자서전을 출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가의 자선전 붐이 다소 가라앉은 미국에선 최근 한 중소기업인이 쓴 경영비법과 인간관계 개선책 등을 소개한 비즈니스 서적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저자는 미네소타주에서 봉투회사를 경영하는 하비 매케이씨. 《잡아먹히지 말고 상어와 함께 수영하라》(Swim with the Sharks Without Be-ing Eaten Alive)를 저술, 2백30만부를 판매한 그는 경영정보지 《INC.》 최근호에서 비즈니스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비결을 소개, 관심을 끌로 있다.

  책을 한편의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제품으로 보는 매캐이씨는 “책을 샀다고 해서 반드시 읽지는 않는다. 읽히기 우해 애쓰지 말고 팔리도록 힘써라”고 말한다. 베스트셀러는 쓰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어 팔아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케팅의 원칙 그대로 사람들의 욕구를 파악하여 충족시켜주어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출판경험이 없던 매캐이씨는 업계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86년부터 저술가와 출판인 뿐만 아니라 책도매상이나 서점 관계자까지 만나 출판업계에 대해 공부했다. 특히 서점주인에겐 저자가 도와줄 수 잇는 일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 결과 책을 팔고 싶어도 없어서 못파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초판 발행부수를 10만권까지 잡도록 출판사에 요구했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판매망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매케이씨는 말한다. 연간 75만가지의 원고를 받아 7만가지를 채택하는 미국 출판업계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기는 하늘의 별따기와 다름없다. 그리고 보통 2만5천가지의 책을 내놓는 서점에서 진열장이나 권장도서 코너와 같은 명당 자리에 자기 책을 전시하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여기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바로 체면을 차리지 않는 저돌적인 추진력이다. 1천2백개의 서점을 거느린 대형체인의 대표와 단 3분 동안 만날 약속을 얻어낸 매케이씨는 중부의 미네소타에서 동부의 코네티컷주까지 비행기로 날아가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1대1로 만나 다짐을 받는다”를 원칙으로 삼은 그에게 겨우 1백80초를 허락한 그 사람은 30분간 대화를 나누고나서 주문량을 5천부에서 1만부로 늘렸다.

  비행기 여행을 자주 하는 그는 기내에서 자기 책을 읽는 사람을 보면 반드시 찾아가서 말을 건넨다. 책에 대한 의견을 묻고선 판촉 여행중에 가본 도시와 만난 사람들에 대해 부끄러움없이 큰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러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주목하게 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승무원이 기내방송으로 소개해주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비행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트 정리
  서점 대표만 상대하는 것은 아니다. 주문하는 실무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하여 매케이씨는 자기가 직접 서명한 책을 건네면서 상어 모양의 배지를 달아주기까지 했다. 이 배지는 저자가 직접 디자인하여 몇백달러를 들여 제작한 것이다.

  책의 제목을 정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았다.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한 제목이 출판사측에 먹혀들지 않자 매케이씨는 핫도그나 맥주 등 상품명을 지어주는 전문회사에 6천달러를 주고 작명을 의뢰하여 뜻을 관철시켰다. 또 출판사에서 선택한 활자의 크기가 좀 작다고 생각되자 안과 전문의의 소견서가지 제시하여 더 큰 활자로 바꾸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만들기 작전에서 또하나 중요한 것은 언론플레이이다. 책을 서점에 깐 지 6주 정도만에 베스트셀러 여부가 판가름되는 현실을 감안, 출간 전후 몇주 동안 자기 얼굴이 신문과 잡지에 실리도록 힘을 쓴 것이 주효했다.

  올해 57세인 그는 매일 아침 5시45분에 일어나 11㎞를 달린 후 노트에 생각을 기록하고, 운전중에는 앞좌석에 녹음기를 묶어놓는가 하면 비행기 속에서도 노트 정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축적한 자료를 가지고 그는 작년 상반기 중에 제2탄 ≪셔츠를 벗어주는 벌거숭이를 조심하라≫(Beware the Naked Man Who Offers You His Shirt)를 저술했다.

  매케이씨가 제시하는 베스트셀러 제조 원칙 마지막 조항은 바로 “제2탄을 준비해라”이다. 제1탄 히트의 여세를 몰아 다음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명의 중소기업인에서 세계적인 명사로 크기까지 그가 가장 믿고 의지한 물건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고객이나 친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둔 탁상인명록이다.

  이를 통해 연줄 연줄 닿는 대로 유력인사들을 만나 추천을 받은 것이 베스트셀러를 낳게 된 것이다. 이 경험을 그는 두 번째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집에 불이 나면 골동품 도자기나 보석, 결혼앨범 따위는 버려두더라도 인명록만은 꼭 들고 나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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