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기’ 시민운동 절실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0.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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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분리수거 바람직…자원회수 위해 ‘보상’ 있어야

제주도의 명물 중에 ‘똥돼지’가 있다. 변소와 같은 장소에 설치된 돼지우리에서 사육되면서 인분을 사료의 일부로 섭취하는 돼지를 말한다. ‘자원 재활용’의 기본원리를 이용한 셈이다. 급격한 산업화와 소비생활의 변화로 말미암아 우리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각종 폐기물들도 이러한 기본원리를 활용하면 그 폐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환경처의 자료에 따르면 89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하루 폐기물 발생량은 22만톤 수준. 이는 1년에 여의도를 3m 높이로 덮을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그러나 이들 쓰레기 가운데는 잘 골라내어 활용하면 얼마든지 귀중한 자원으로 재생시킬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가정에서 버린 빈 간장통이 질기고 따뜻한 화학솜으로, 농가에서 걷어낸 폐비닐이 함지박이나 공원의 의자, 예쁜 장난감으로 재생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쓰레기자원 재생률은 전반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 19일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폐기물학회에서 한국과학기술원 환경시스템연구실 具?公씨는 “86년부터 88년까지 도시 고형 폐기물과 산업폐기물은 겨우 1%만이 재생되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재생률이 낮은 것은 애당초 쓰레기를 버리고 치우는 과정에서 분리수거가 이루어지지 않는 데 큰 원인이 있다. 가정에서 쓰레기를 버릴 때 태울 수 있는 것, 태울 수 없는 것, 재생할 수 있는 것을 뒤섞어 아무렇게나 버리기 때문에 분리수거를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일찍이 자원재생에 눈을 돌린 선진국들 중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따로 버리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다. 연세대 李□務교수는 “쓰레기 분리수거야말로 자원재생의 첫걸음이자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외국처럼 종류 별로 따로 버리는 것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가연성·불가연성·재활용쓰레기만이라도 구분해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2월부터 대한주부클럽연합회는 ‘쓰레기 분리수거운동’을 통해 자원재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가정의 쓰레기를 3색비닐봉투에 나누어 담아 버리는데 검은색봉투에는 과일껍질·음식찌꺼기 등 물기있는 부엌쓰레기를 담고, 분홍색에는 종이컵·휴지·헌옷 등 태워 없앨 수 있는 쓰레기를 넣는다. 미색봉투에는 재생이 가능한 쓰레기를 담는다.

  주부클럽 金天柱회장은 “생활쓰레기 중 재활용 쓰레기를 전국적으로 분리수거하면 하루 19억8천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하며 주부들의 동참을 호소한다.

  또한 잠재적 폐기물인 의류 등은 ‘물물교환 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쓰레기 재활용의 방안이다. 이미 일본에선 폐품을 이용, 산업용 기름걸레를 만들어 수출한 적도 있다. 미국에서 살다가 온 주부 金恩眞씨는 “미국에서는 아이들의 옷이나 침대시트 등을 t일시장에서 사다 쓰는게 생활화되어 있다”고 전한다.

  분리수거와 더불어 자원회수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현행 폐자원 보상제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적절한 보상이 자원 회수를 촉진한다는 것은 85년 9월부터 시행된 음료수병·술병에 대한 보증금제도(종류에 따라 15~30원)로 빈병의 회수율이 높아졌다는 사실에서 분명치 확인된다. 보상금 제도가 없는 캔, 드링크병, 우유팩, 1.5ℓ들이 폴리에틸렌병 등은 수거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캔 키트’라고 불리는 거대한 원형 쓰레기통에 알루미늄깡통과 유리병 등을 따로 집어넣게 해 생산량의 대부분을 회수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의식수준이다.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자원난을 극복할 수 있는 폐자원 재활용이야말로 국민적 협조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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