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국민이 환경 감시해야
  • 박준웅 부장대우 ()
  • 승인 1990.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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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인식전환 시급…“분산된 공해 업무 일원화 필요”

환경청의 환경처 승격과 함께 정부는 올해를 ‘환경 원년’으로 설정하고 앞으로 더 이상의 환경오염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의와는 달리, 전국 곳곳의 환경오염과 파괴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는데도 이에 대처하는 당국의 법제와 행정적 노력을 그저 엄포나 구호의 수준에 머물고 잇는 실정이다.

  지난날 환경청이 마련한 환경정책기본법 등 6개 법안의 원안은 관련부처 및 국무회의를 거치면서 공해문제 해결에 실질적 효과를 가져다줄 중요조항이 개폐되었고, 그나마 아직껏 국회의 통과를 보지 못한 채 낮잠만 자고 있다. 야당인 평민당에서도 환경보전기본법안을 비롯한 4개 법안을 제출해놓고 있지만 여야간에 의견이 달라 다음 임시국회에서 원만하게 타협을 볼지 의문이다. 국민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환경문제가 여야의 견해차이는 물론 정부 부처간의 이해관계와 경제성장 우선주의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난 것이다.

  환경청의 원안에서 개폐된 내용 중 대표적인 것은 △피해규제에 있어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사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피해를 배상해야 하는 무과실책임주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재결위원회를 설치해 피해자가 재결을 신청할 경우 사실조사나 증거조사·증거보전 및 심리를 거쳐 피해책임과 배상액을 결정해주도록 한 조항들이다.

  이에 대해 환경공해연구회(회장·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공해에 의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환경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항들이 환경처 원안대로 통과되어야 하며 그밖에 여러 미비점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연구결과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해놓고 있다.

  정부안과 평민당안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쟁점이 되고 있는 조항을 살펴보면 평민당은 △일정한 장소에서 동시에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규제하도록 하고 △환경처장관은 환경정보자료를 국민에게 공포하도록 하며 △유해화학물질을 배출하는 외국인투자업체의 인가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 정부안에는 관련규정이 없다.

  환경영향평가제도에 대해서도 양측은 크게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다. 평민당은 도로·항만·도시공업단지 등을 건설하고자 할 때 환경처장관과의 협의를 거친 환경영향평가서를 첨부하지 않으면 사업계획의 승인이나 허가를 금지하고, 환경영향평가서에 해당지역 주민의 과반수가 서명날인한 동의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한 반면, 정부안은 주민의 의견을 참작토록 하고 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서의 협의내용대로 사업자가 이행하지 않을 겨우 평민당은 환경처장관에게 사업중지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한 반면, 정부안은 관계기관의 장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하도록 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법제상의 미비점이나 허점 외에 행정의 문제점도 많다. 평민당 金忠兆의원은 우리나라의 환경업무 분야는 15개 정부 부처에 산재되어 있고, 법령상 협의를 필요로 하는 기관도 9개 부처에 이르고 있어 협의조정에 많은 시간이 들 뿐 아니라 부처간 이해가 상충할 때 효율적인 총괄기능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자연환경보전업무만 하더라도 자연 보호행정은 내무부가, 산림 및 자연보호는 산림청이, 자연생태계조사 및 보전대책은 환경처가 각각 맡고 있고 국립공원 등의 지정관리와 자연환경보전지역 지정은 건설부에서 관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처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업무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가뜩이나 부족한 예산과 인력이 낭비되고 업무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선진국처럼 유사한 기능을 환경처로 통합 일원화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환경처가 환경부로 승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겉만 번지르르한 법조항 마련이나 행정기구의 확장에 앞서 환경문제에 관한 정부당국의 인식전환과 함께 전국민이 환경의 감시자가 되는 풍토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장기간이 소요되는 환경보전문제는 뒷전으로 돌린 채 물량적이고 가시적인 측면의 단기성장만을 내세워 국민을 최면시키려 하는 사이 국토는 이미 생존을 위협받는 재앙의 문턱에 들어서게 된다는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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