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가족도 군부 등져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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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정종식'첫발

집권세력 총선결과 거부 못할 듯 … 강경파 쿠테타 우려

 군사정권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유린됐던 미얀마 국민의 민주화 의지가 선거혁명으로 되살아났다. 5월27일 군사정권의 통계 속에서 30년만에 처음 실시된 다당제 총선에서 미얀마 국민들은 야당세력에 표를 몰아줌으로써 2년 전에 짓밟혔던 민주화에의 꿈을 되살려 놓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선거 결과는 앙웅산 수 키(44)가 이끄는 야당인 민족민주동맹당(NLD)이 사우 마웅 군사정권이 지원하는 국민연합당(NUP)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5월30일 현재 발표된 공식집게 결과에 따르면 이미 확정된 77개 의석 중 71석을 NLD가 차지했고 나머지는 친NLD계 군소정당 및 소수민족인 샨족계 정당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집계는 투표용지가 수도 양곤(구 랑군)까지 집결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비공식집계에 비해 속도가 훨씬 뛰떨어지고 있다. NLD 대변인 키 마웅은 “비공식집계 결과 NLD가 5월30일까지 4백85석 중 3백71석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NLD는 양곤?만달레이?물메인 등 주요도시 및 농촌에서 승리를 거뒀고 군인가족 밀집지역에서도 NUP를 압도한 것으로 달려졌다.

 이번 서거는 지난 88년 9월의 친위 쿠데타로 집권한 현군사정권이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수 야당을 분립시켜 합법적으로 집권을 연장학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4백85명의 의원을 뽑는 선거에 모두 93개 정당에서 2천2백97명의 후보가 난립한 것과 아웅산 수 키, 틴 우(64) 등 주요 야당인사에 대한 가택연금 및 구속이 집행되고 선거기간중 야당의 선거운동에 대한 조직적 방해가 행해진 것 등에서 군사정권의 불순한 의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승리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군사정권의 오랜 폭압적 지배와 잇따른 실정에 염증을 느낀 미얀마 국민들은 NLD측에 표를 몰아줌으로써 군정종식의 거보를 내딛었다.

 군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NUP의장 타르캬우의 낙선뿐 아니라 5월28일 현재까지의 개표결과 NUP측에 20% 정도밖에 표를 주지 않은 데서도 잘 드러난다. NUP는 62년 네윈의 군사쿠데타 이후 88년 민중봉기까지 1당독재를 해온 ‘버마사회주의계획당??(BSPP)이 선거를 앞두고 간판만 바꿔 단 정당이다.

 한때 아웅산 수 키와 NLD 공동의장까지 역임하다 탈당해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진 아웅지(71)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총선 결과 NLD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29일 NLD 대변인 키 마웅(72)은 NLD가 영국이나 인도와 같은 의회를 구상하고 있으며 반정부 소수민족단체에도 일부 자치를 허용하는 연방제도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NLD가 이미 새로운 헌법의 초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면서 '새헌법은 영국이나 인도식의회 형태로 명시한 지난 47년 독립 직후의 헌법에 기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LD, 영국·인도식의 의회 구성
 군사정권측에서도 NLD의 압도적 승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선거 다음날 군사정권의 권력중추인 ‘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SLORC?군사평의회) 대변인 캬우산은 NLD측의 압승을 시인하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헌법에 따라 구성되는 어떠한 정부도 강력하고 안정된 기반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면서 향후 정국은 '전적으로 새로 선출되는 의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선언했다. 군사정권 지도자 사우 마웅 장군도 투표에 앞서 NLD가 친군부 국민연합당(NUP)을 누르고 승리할 경우 '법에 따라'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투표에 앞서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88년 9월의 군부 쿠데타 당시 군사정권이 헌법을 폐기했기 때문에 현재 미얀마에는 정권이양에 관한 법규정이 없는 상태이다. 또 관측통들은 계엄령이 발효중인 상황에서 군부 강경세력이 총선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헌법제정 및 이에 근거한 새 정부 출범이 실현되기까지는 최장 2년여가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군사정권이 NLD와의 제휴를 빌미로 “집권을 연장할 계략을 꾸미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수도 양곤 등에서 모습을 감췄던 군병력이 또다시 거리에 나타나고 있는 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반면 군사정권이 NLD측과의 협상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군사정권은 다당제 선거실시를 요구하는 내외 압력에 의해 이번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선거결과를 거부할 수 없으리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군부세력이 또다시 무력으로 짓밟으려 한다면 또 한번의 대규모 유혈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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