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무기력엔 인삼이 명약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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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회복 촉진 … 수험생 불안감 해소에 국화도 한몫



 여름철 무더위로 땀을 많이 흘린 뒤에는 갈증을 자주 느끼고 기운이 없어지는 허탈상태에 빠지기 쉽다. 한방에서 말하는 소위 양기가 많이 소모된데서 비롯된 이 증세는 구체적인 환부나 뚜렷한 병이 있는 것도 아닌 까닭에 사람들이 선뜻 병원을 찾게 되지는 않는다. 이처럼 허약해진 몸을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자칫 큰 병을 얻을 수도 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안덕균 교수는 “한약을 복용하면 면역능력·갈증·성신경 등에서 30% 체력증강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먹거리조차 신통치 않았던 옛날에도 봄 가을이면 한번씩 한약을 복용해온 것은 이 때문이다. 건강의식이 높아진 근래에는 인삼·영지 등을 선물로 주고받는 일이 많으니 온 가족의 기력이 쇠약해진 요즘 이것들을 찾아 활용해봄이 어떨까.

 가을철 건강을 지키는 몇가지 방법을 한의학박사 안덕균 교수의 조언으로 소개한다. 개인의 체질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무난한 것으로 인삼과 오비자를 함께 끓여마시는 방법이 있다. 인삼은 양기를 북돋우며 피로회복을 촉진시키는 동시에 면역능력을 높여주어 각종 질환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준다. 위장이 좋지 않고 손발이 찬 사람에게도 탁월한 효능을 나타내지만, 피부조직의 수축력을 키워주므로 식은 땀을 흘리는 사람에게도 좋다. 시큼한 오미자도 땀샘을 수축시키며 갈증을 가라앉히고 면역기능을 높여준다. 한방에서는 오미자·산수유처럼 신맛을 내는 약재에 몸을 움츠리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말한다.

 신경을 많이 쓰는 정신노동자라면 인삼·오미자에다 대추를 함께 넣는 것이 좋다. 대추는 신경을 완화시켜 긴장을 풀어주고 흥분을 가라앉혀준다. 그냥 씹어먹는 것보다는 끓여먹는 것이 좋으며 단맛을 내기 때문에 설탕을 따로 넣을 필요가 없다. 달이는 방법은 적당량의 물에 인삼과 오미자, 대추를 3:1:0.5의 비율로 넣고 1시간 정도 은은하게 끓인다. 물 1리터 분량이면 인삼 20g 정도가 적당하다.

 

체질에 맞는 약재 선택이 바람직

 또 다른 방법은 마(산약)와 산수유, 구기자를 함께 끓여 마시는 것이다. 전분이 많은 마는 영양분이 풍부할뿐더러 콩팥 기능을 강화시킨다. 한방에서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선천의 기운이 콩팥에 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체력을 북돋우려면 콩팥 기능을 보강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오미자보다는 덜 하지만 그 맛이 신 산수유는 마와 조화를 이루어 콩팥 기능을 강화시키는 등 강장 효과가 크다. 산수유는 방광을 수축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오줌을 못 가리거나 유정(遺精 : 성행위 없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액이 나오는일) 증상이 있는 고령의 노인에게 좋다. 마가 10g이면 산수유 4g, 구기자 4g이 알맞다.

 여름 방학이 끝나가는 이 무렵은 대입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불안감이 극도에 달하는 때다. 온 가족을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이른바 ‘고3병’은 대입 합격만이 궁극적인 치료법이지만, 몇가지 한약재로써 이들의 정신적 고통을 덜어줄 수도 있다.

 수험생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면서 체력도 보강해주는 약재로는 단연 인삼이 꼽힌다. 인삼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망각된 것을 되살려주는 효능이 있다. 인삼잎에 들어 있는 진세노사이드 성분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경련을 예방하는 작용이 인정된 만큼 만약 인삼을 먹을 형편이 못되면 인삼잎으로 대용해도 된다.

 또 원지(아기풀뿌리), 원육(용안육), 연자육(연꽃씨앗)을 함께 달여 먹이는 것도 좋다. 한번에 이세 약재를 8g씩 넣어 1시간쯤 끓인 뒤 잠들기 30분 전에 먹이기를 한달쯤 계속하면 불안감 해소에 도움을 준다.

 이밖에도 이제 곧 아름답게 피어날 국화도 수험생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데 쓰일 수 있다. 평각한의원 강주봉 원장은 “꽃이 피어나기 전 황색 국화 꽃망울 2~3개를 따다가 뜨거운 물에 10분 정도 넣어둔 뒤에 이 물을 마시면 불안감이 없어진다”고 설명하면서 이것은 중풍이나 안면마비, 입이 돌아간 구안와사에도 효력이 있다고 말한다.

 수험생의 천적인 졸음을 쫓기 위해서는 선방에서 즐겨 마시는 녹차가 좋다. 녹차에는 커피보다 높은 함량의 카페인이 들어 있지만 중화작용을 하기 때문에 몸안에 축적되지는 않는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신경안정제와는 달리 습관성이나 부작용이 거의 발견되지 않으므로 하루저녁에 5잔까지는 복용해도 괜찮다. 녹차는 덥게 해서 마셔야 하며 혈압이 낮은 사람이나 장이 차서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요즘처럼 기력이 쇠약하고 식욕이 떨어지기 쉬운 때는 각자 체질에 맞는 약재 한가지를 선택해서 보리차처럼 끓여놓고 아침과 저녁에 마시는 간편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 약재를 선택할 때는 “입에 맞는 것이 자기 약”이라는 말이 통설이지만, 일단은 한의사의 진맥을 거쳐 자기 체질을 정확히 안 뒤에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강한의원 강주봉 원장은 四象醫學으로 구분할 때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은 인삼이 적합하며, 순환기가 약한 태음인은 오미자·영지·더덕이 좋다고 설명한다. 또 소화기가 강한 소양인은 구기자가, 순환기가 강한 태양인은 모과가 알맞다고 한다. 황기·대추는 누구에게나 잘 맞지만 소음인에게 더욱 좋다고 한다.

 달이는 방법은 물이 끓기 시작할 때 약재를 넣어 15~20분 정조 더 끓이면 된다. 다만 영지는 처음부터 넣고 끓이는 것이 좋고 말린 인삼은 가루로 내어 먹는 것이 더 좋다. 인삼분말은 한번에 찻숟가락 2개 분량을 생강달인 물에 타서 하루 2~3회씩 복용한다. 또 “한가지 약재만을 계속 먹기보다는 거기에 생강·대추나 꿀 등을 섞거나, 아니면 비슷한 효능을 가진 다른 약재로 바꿔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일러준다. 약재는 일반 식물과 달리 편벽된 성질을 갖고 있어서 한가지 약재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몸안의 기를 편별되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가을에 쏟아져나오는 탐스러운 과일 중에는 특정 질환에 효력이 있는 것도 많다. 안교수는 “각자 체질에 따라 과일을 가려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한가지 지혜”라고 일러준다. 감기에 유자를 끓여서 입에 머금고 있다가 삼키면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 기침을 하거나 기관지가 약한 사람에게는 가래를 삭여주는 효능이 있는 호두나 도라지가 좋다. 감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코가 막히며 기침이 날 때는 곶감 서너개를 구워 먹거나, 곶감 3개와 생강 1뿌리를 함께 달여서 하루에 한번씩 먹는다. 변비에는 잣이, 허리 디스크 환자나 다리가 당기며 쥐가 잘 나는 사람에겐 모과가 좋다. 고혈압에는 사과·배·감처럼 찬 과일을, 저혈압에는 밤·잣 등을 섭취할 것을 권한다.

 전국의 약재가 총집결하는 서울 경동시장에는 약재의 가짓수도 많지만 그 질도 천차만별이다. 근래에는 중공·북한 등지에서 수입된 약재도 다량 유통되고 있으니 약재를 선택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햇빛에 잘 말린 인삼은 손으로 자를 때 탁탁 튄다. 푸석거리거나 자른 단면에 나이테나 구멍이 있는 것은 건조기에 말린 것이다. 구기자·오미자·산수유 등은 해가 묶어도 약효는 그대로 유지된다. 아만 구기자는 벌레가 많이 끼는 까닭에 재배 과정에서 농약을 많이 살포하므로 2~3일 동안 물에 담궈서 농약 성분을 우려낸 뒤 쓰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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