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선 김일성 배지 안달아”
  • 글·사진 시오즈카 다모쓰(산케이신문〉 외신부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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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신문〉 시오즈카 기자의 평양―개성 스케치


김일성 신격화 변화 조짐…고속도로에는 군용차만
 북한의 신동맥 평양―개성 고속도로는 여름의 전원지대를 따라 남쪽으로 뻗어 있다. 중앙분리대를 사이에 둔 상하 4차선의 콘크리트 고속도로다. 이 고속도로는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80세 탄생일에 맞춰 개통되었다. 안내원은 “인민군 장병이 주석에 대한 충성심을 바로하기 위해 건설한 것이다”하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가솔린이 부족해 통과하는 차량은 10분간에 1대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도 트럭, 군용지프다. 그대신 고속도로 한가운데를 인민군 병사들이 천천히 행군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병사의 얼굴에 곤혹스런 표정이 스쳤다. 그러나 지휘관이 “그대로, 그대로”라고 지시하자 행군은 계속됐다.

 고속도로는 개성 시가지를 통과했다. 종점은 한반도를 남북으로 분단하는 비무장지대. 종점의 도로 표지판에는 ‘서울 70km’, 뒷면을 봤더니 ‘평양 168km'로 적혀있다. 총을 메고 경계중인 병사들 사이로 판문점이 보였다.

 “개성은 군사경계선에 가깝다. 주민들이 스파이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므로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못 지겠다.” 휴전선에 가까운 계엄도시 개성. 필자가 숙소를 나와 시내로 들어가려고 했더니 당국자가 엄하게 경고했다.

 개성은 고려의 수도였다. 울창한 송림이 있어 옛날에는 송도라고 불렀다. 지금은 분단국가를 상징하는 도시이다. 군사정전위원회가 열리는 판문점은 개성 시내에서 불과 8km 거리다.

 월경을 경계하는 것인지, 스파이 침투에 대해 경계하는 것인지 개성역 주변에는 총을 멘 젊은 병사가 순시하고 있다. 시내에서 농촌 지역으로 가는 도로에도 검문소가 있고, 고개에는 전차 진로를 막기 위한 거대한 콘크리트 교각이 설치되어 있다.

 공원에서 만난 젊은 아베크족에게 “휴일에는 바다로 놀러가느냐”고 물었더니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바다에는 접근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개성 시내 중심부에는 기와로 된 옛 전통가옥이 줄지어 있다. “미군은 개성을 폭격하지 않았다. 그때문에 백년 전에 지은 집들이 지금도 건재하다.” 개성시 경제위원회 이운녕 국장(55)의 설명이다.

 개성에서 북으로 25km, 울창한 숲속에 박연폭포가 있다. ‘松都 三絶’ 중 하나이다. 폭포 옆에서는 20여명이 야유회를 즐기고 있다. 도시락에는 두부튀김, 산채김치, 콩밥이 들어있고 마시는 술은 개성명물 인삼주와 맥주였다. 그중 한사람이 “같은 직장 사람들이다. 가족과 함께 개성에서 놀러왔다”라고 말했다. 이에 회의를 느낀 일행은 “일본 방문단 일정에 맞춰 당국이 야유회를 급조한 것 아닌가”라고 의심쩍어 했으나 실상은 알 수 없다.

 이번 7월 하순의 북한방문은 세 번째가 되는데 북한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평에 다시 돌아와 지하철에 탔을 때 일이다. 평양의 봉수교회에서 만난 李成鳳(69) 목사는 “나는 교회 내에서는 김일성 배지를 달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

 북한 국민들로부터 신과 같이 추앙받는 사람이 김일성 주석이다. 그 위광에 어떤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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