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컴퓨터 새로 살 필요 없다
  • 허광준 기자 ()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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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교체로 첨단기능 갖출 수 있어


 

 컴퓨터의 수명이 단축되고 있다. 기억용량이 크고 속도가 빠른 개인용 컴퓨터(PC)가 계속 개발됨에 따라 첨단 컴퓨터가 몇 달이면 구식이 되어버린다. 교육용으로 많이 보급되었던 XT 컴퓨터는 이미 생산이 중단되어 지금 판매점에서는 찾아볼 수조차 없다. 값도 계속 떨어져 1~2년전의 XT 컴퓨터값으로 지금은 기억용량과 처리속도가 뛰어난 AT(16비트) 컴퓨터를 살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새로운 기능을 가진 컴퓨터가 자꾸 개발되고 값도 떨어지면서 컴퓨터를 새로 장만하려는 사람들은 선택에 혼란을 겪게 된다. 값이 언제 또 떨어지고 새로운 제품이 나올지 몰라 사기를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컴퓨터를 갖고 있는 사람은 성급한 결정을 후회하기도 한다. 이런 경향은 우리 사회가 완전히 정보화되지 않아 컴퓨터를 필수품이라기 보다는 내구재로 인식는 경향이 있고, 값이 아직 비싸 ‘큰맘을 먹어야’ 비로소 사게 되는 여건 때문이다.

 컴퓨터를 가진 사람들의 불만 대상은 XT컴퓨터였으나, 386 컴퓨터가 개발되면서 AT(286) 컴퓨터도 푸대접받는 처지가 되었다. 올해들어 판매되는 컴퓨터의 절반 이상을 386이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값이 더 떨어지면 AT도 곧 밀어낼 전망이다. 상위 기종만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느는 것도 컴퓨터를 가진 사람들의 불만을 부채질하는 요소이다. 여러 가지 응용 소프트웨어(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로 워드 프로세서, 데이터 베이스 등)가 새로운 판(버전)을 거듭하면서 386 이상의 기종에만 적용되거나 AT 이하에서는 작동되더라도 속도가 매우 떨어지는 것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XT나 AT를 가진 사람들이 컴퓨터 부품의 일부를 바꿈으로써 상위 기종으로 개조하는 ‘업 그레이드(Up Grade)'가 인기를 끌고 있다. 상위 기종을 사지 않더라도 갖고 있던 컴퓨터에 그와 똑같은 기능을 집어 넣어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새로 사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주로 이루어지는 컴퓨터 개조는 XT를 AT로, 또 AT를 386으로 바꾸는 것으로 개조 비용은 교체되는 부품값에 일정한 수수료가 더해져 결정된다.

 XT 기종을 AT로 개조하려면 주 기판(메인 보드) 자체를 바꿔야 한다. 디스크 컨트롤러도 AT용으로 바꾸고 전원 공급장치도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주변장치가 많지 않은 XT의 전원은 1백30와트 정도면 되지만 AT급에서는 확장되는 주변장치가 많아지므로 2백30와트 정도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하드 디스크 용량을 20메가~60메가로 올린다. 초기 XT 컴퓨터 시스템에서는 자판(키 보드)이 XT 전용인 경우가 있다. 이때는 자판도 AT용으로 바꿔야 한다. 전체적인 교환 비용은 38만원에서 40만원 정도이다.

 최근에는 386 기종이 확대됨에 따라 AT에서 386으로 개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 경우도 가장 중요한 주 기판을 바꿔야 한다. 메모리 램은 보통 4메가로 확장한다. 하드 디스크는 필요하면 20메가 정도 올린다. 이밖에 디스크 컨트롤러, 키 보드,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등은 AT용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이렇게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은 40만~50만원선이다. 386 개조에 컬러 그래픽 카드인 VGA와 컬러모니터가 추가될 경우 비용은 80만~85만원으로 올라간다. 지금 컬러 모니터를 갖춘 386급 컴퓨터를 새로 사려면 최소한 1백50만~1백60만원이 든다. AT 기종을 개조하는 것보다 약 70만원이 더 드는 셈이다.

 대기업에서 만든 컴퓨터는 개조가 매우 어렵다. 일반적인 조립품과 달리 대기업 제품은 틀 자체의 크기가 서로 다르고 기판과 부속품의 위치도 달라 개조하기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대기업 제품을 상위 기종으로 개조하려면 새로 사는 것과 맞먹는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개조한 것이 기능이나 품질에 이상이 없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컴퓨터 개조·판매업체인 씨에레스 전산의 조계명씨는 “원래 컴퓨터 자체가 조립품이므로 문제가 있을 수 없다. 필요한 부품을 새로 끼우는 것은 처음이나 개조 때나 마찬가지이다.”라는 강조한다. 컴퓨터 개조를 문의하러 온 이인성씨(21·대학생)도 “친구들도 모두 필요한 부분만 개조해서 쓰는데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개조 전에 전문업체와 충분한 상의를

 모든 컴퓨터 판매상에서 개조를 해주는 것은 아니다. 개조작업은 손이 많이 가고 나름대로의 기술이 필요하여 신제품을 파는 것보다 이윤도 적어 대부분의 업체가 기피한다. 현재 서울 용산 컴퓨터상가나 세운상가에는 개조 전문업체가 몇군데 있다. 이들은 컴퓨터 관련 잡지에 광고를 내므로 이를 참고하면 된다. 업체에 따라 출장 개조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출장비를 따로 받는다.

 컴퓨터를 개조할 때는 미리 전문업체와 충분한 상의를 해야 한다. 갖고 있는 컴퓨터의 제원과 용량, 상태 등에 대한 자세히 상담하고 개조내용을 결정한다. 중요한 자료는 미리 따로 복사를 해두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컴퓨터를 개조할 때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얼마나 필요한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이다. 많은 사람이 값비싼 컴퓨터를 사놓고 고작 워드 프로세서나 오락용으로 쓰는 현실에서 무턱대로 상위 기종을 고집하는 것은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화신전자의 이재호씨는 “386같은 상위 기종은 그래픽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빠른 처리속도와 다양한 기능을 필요로 할 때 적합한 것이며, 일반적으로는 AT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조언한다.

 컴퓨터 업계에서 흔히 하는 말처럼 소프트웨어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컴퓨터(하드웨어)는 단순한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개조가 필요하다면 과연 그 비용에 해당하는 만큼을 컴퓨터로부터 ‘뽑아낼 수 있을지’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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