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경쟁 지금부터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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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泳三최고, 큰 걸림돌 일단 제거… ‘개혁의지’실현이 부담

김영삼 최고위원의 승리인가? 겉으로 드러난 전황은 일단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유력한 정치분석가들은 김최고위원의 앞길에 대해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3당통합에 의한 보수대연합이 이루어진 1·22 청와대 3자회동 당시 그 구체적 ‘밀약’의 내용은 공개된 적이 없다. 그러나 평민당을 비롯한 정계 일각에서는 민자당이 이원집정제식의 내각제 개헌을 통과시킨 다음에 국방 · 외교 · 통일 문제를 제외한 국정 전반을 총리가 전담하고, 초대 총리는 김영삼 최고위원이 맡는다는 밀약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생각했다. 대다수 국민들도 그러한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고서야 그토록 파격적인 정계재편이 가능했겠느냐는 시각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金泳三최고위원과 朴哲彦 전정무장관 사이에 벌어졌던 전면전의 과정을 보면 이러한 시각에 수정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박전장관은 그를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만든 10일의 발언에서 “김최고위원이 대표최고위원으로서 당무를 관장한다는 것은 원래 3당 통합시 약속된 내용이 아니다. 김최고위원이 새로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느낌이다”라고 말해 민자당내 김최고위원의 위상, 혹은 차기 대권의 구도가 일반인들의 추측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부분은 과연 누가 먼저 보수대연합을 향한 추파를 던졌느냐는 것과 관련하여 주목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가의 유력한 한 소식통도 이에 관해 “3당합당시 청와대 3자회동에서 김최고위원에게 2인자의 자리가 약속됐다면 박장관이 그렇게 갈등을 느낄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열심히 모시기만 하면 되지”라며 “차기 대권에 관한 내용은 그 성질상 약속될 수도 없는 것이고 당무의 전권을 김최고위원에게 맡긴다는 합의도 없었다.”고 말해 3당통합 때 김최고위원에게 일반인의 예상과 같은 지분을 약속했던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계가 뚜렷한 반응을 보인 적은 없다. 다만 김최고위원이 청와대 당직자회의 불참과 관련, “나의 불참이 마치 당권경쟁과 관련된 내분으로 비친 것은 유감”이라는, 다소 원론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했을 뿐이다. 민자당은 오는 5월9일로 예정된 창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헌을 개정하게 된다. 통합 당시부터 어정쩡한 형태의 현행 3인 집단지도체제는 한갓 과도기적인 형태에 불과할 뿐이라며 또 실제로 당무 수행에도 어려움이 있어, 민자당 핵심부에서는 이를 盧泰愚 총재-金泳三 대표최고위원의 단일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묵시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왔다.

 의원내각제의 권력구조처럼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양분하는 이원집정제 형태는 원래 민정계의 복안이었다. 즉 盧총재가 외형상 당을 대표하고, 김대표최고위원이 金鍾泌최고위원을 포함한 3인의 최고위원(2인은 외부 영입)의 정점에 서서 최고위원간의 협의하에 당무와 국회관계를 ‘총괄’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민주계는 이에 맞서 金대표최고위원이 당권총괄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 같은 주장의 배후에는 차기 대권과 관련된 구상이 짙게 깔려 있다. 즉 민정계보다 수적으로 훨씬 열세인 민주계로서는 김대표최고위원이 당권을 확보, 당 주도권을 잡는 것만이 차기 대권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묘책이기 때문이다.

 민주계의 이같은 복안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이 결국 박철언 전장관이라 할 수 있다.

박전장관의 한 측근은 “박장관이 장관직을 걸고서라도 민주계의 당권장악은 막으려 했다”면서 “현역의원 수만 해도 두배가 넘는 민정계로서 이같은 저지나 반발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장관의 정무장관 퇴진은 김최고위원 입장에서 본다면 일단은 정권장악의 큰 걸림돌이 제거되었음을 뜻한다. 청와대 3자회동에서도 이와 관련된 지도체제의 변경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회동의 결과에 따라 14대 총선에 대한 민주계 의원들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 진정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영삼최고위원의 앞길에는 ‘정치적 생명’을 또 한차례 좌우할지도 모를 훨씬 중요한 과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현재 합당과 관련, 그가 주장하는 ‘정당성’의 근거가 되고 있는 4·3 보궐선거의 참패로 제기되었던 개혁의지의 후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현재는 흥미진진한 민자당내 ‘힘겨루기’에 가려 있으나 지금의 사태가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개혁의지의 실현이라는 절대명제가 전면으로 떠올라 결국은 김영삼최고위원과 민주계의 무거운 과제로 안겨질 게 분명하다. 당장 코앞에 닥친 창당 전당대회에서부터 그가 과연 어떻게 당풍쇄신을 꾀하고 개혁의지를 살려나갈지, 전국민이 지켜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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