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은 돛달고 투구는 찬바람
  • 김애엽 기자 ()
  • 승인 199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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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시즌 프로야구 전력 ?? “해태 · 빙그레 우위” 예상속 朴東熙 등 新人 활약 돋보여

‘大權전문’ 해태, ‘페넌트레이스의 강자’ 빙그레, ‘89돌풍의 주역’ 태평양, ‘호화군단’의 삼성, ‘자율야구’의 OB, ‘발빠른 쌍둥이’ LG, ‘新도깨비팀’ 롯데. 이들이 엮어낼 90년 시즌 ‘승패의 쌍곡선’은 과연 어떤 모양일까.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 가격, 침체된 증시와 교통지옥에 지친 팬들의 ‘球場을 향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 같다.

 더도말고 중간만 해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가능성을 부여받은 ‘순 우리식’ 단일시즌제 덕분에, 각 팀은 저마다 황제등극의 자격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프로야구 90시즌은 MBC가 LG로 변신하고, 사령탑의 교체가 어느 해보다도 대폭으로 이루어지는 등 대수술을 받고난 상태여서 전문가들마저도  섣불리 특정팀의 독주를 지목하기 힘든 상태다. 金小植 MBC해설위원의 경우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다”는 말로 패권의 향방이 오리무중임을 요약한다. 그러나 朴永吉 전 삼성감독은 해태와 빙그레가 다른 팀에 비해 다소 우위에 있는 2强5中의 판도를 이룰 것으로 내다보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잠실 등에서 개막전을 치른 이래 빙그레의 독주현상을 제외하고는 아직 올 시즌 전체의 형세를 예측할 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90시즌은 ‘打高投低’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맞아 떨어지듯 광주 개막전에서 터진 韓大化의 만루홈런을 비롯, 거의 매 게임마다 홈런이 폭죽처럼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OB와 빙그레의 대전경기는 양팀이 에이스급 투수(李相君 · 金鎭旭)를 투입했음에도 불구, 5개의 홈런을 주고 받으며 9득점하는 ‘한방’위주의 홈런 레이스를 펼쳤다. OB는 비록 이 경기에서 빙그레에게 4대6으로 패했지만, 이전 LG와의 2연전을 승리로 이끈 공격의 응집력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이를 두고 한 전문가는 “한방을 날릴 수 있는 선수라면 10승 이상의 투수와도 맞바꿀 수 있다”는 OB 李廣煥 감독의 말을 상기시키며 “만년 수비팀으로 인상지워진 OB가 올해에는 공격팀으로 변모하는 것 같다”고 진단하고 있다.

 

빙그레 ‘대구 트리오’ 불꽃 방망이

 공격에 관해 빼놓을 수 없는 팀이 빙그레. 아직 몇 경기밖에 치르지 않아 속단은 무리겠지만 빙그레는 타격에 관한 한 완숙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韓禧敏, 李相君, 宋津宇 등으로 이어지는 투수진은 예년과 큰 변화가 없지만, ‘악바리’ 李政勳, ‘검은 돼지’ 李康敦, ‘삽살이’ 姜正吉 등 이른바 삼성에서 버림받은 프로 4~5년생의 ‘대구 트리오’가 불꽃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 8일 광주에서 열린 對해태전에서 한국 최고의 투수 宣銅烈을 넉아웃시킨 것도 바로 이들이었다.

 

막강 전력 해태. 불안한 출발

 한편 이날 빙그레와의 경기에서 5회 2사까지 9안타를 맞고 7실점을 한 宣銅烈을 두고 일부 프로야구 관계자들는 宣이 “신혼재미에 게임감각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농담도 던지고 있지만, 이날 실점은 韓大化의 실책이 주원인이었다는 것이 설득력있는 분석. 朴永吉씨도 “해태의 전력이 약화됐다기보다는 빙그레 타선의 응집력이 몰라보게 좋아진 것이 승패를 가른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4위로 준플레이오프전에 진출해도 宣銅烈만 있으면 한국시리즈는 따논 당상”이라는 金應龍감독의 말 만큼이나 宣에 대한 의존도가 커 개막전 宣의 참패는 해태로서는 대단히 불안한 출발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이 해태가 시범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초장에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예측한 바도 있어 해태 벤치는 내심 초조한 입장에 처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해태는 金城漢이 건재하고 중요 고비마다 한방씩 때려주는 韓大化의 대포가 아직 녹슬지 않아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처럼 우승권안에 있다는 판단이 합리적일 듯.

 홈런이나 장타율에서 해태에 뒤질 것 없다는 팀이 바로 삼성. 삼성은 빙그레가 기세를 올리기 전인 87년까지는 한국시리즈는 몰라도 정규시즌 승률만큼은 거의 수위를 내주지 않았던 이른바 ‘패넌트레이스 우승’의 원조다. 그러나 결정적인 게임마다 수줍은 처녀마냥 승리의 축배에 입맞춤하지 못한 경력이 큰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이렇다 할 에이스투수가 없는 것도 큰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신인투수에 거는 기대가 가장 큰 팀은 롯데. ‘억대신인’ 朴東熙를 확보한 롯데는 지난 11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朴이 연속 탈삼진 6개의 타이기록을 세우며 톡톡히 몸값을 하는 데 힘입어 삼성을 11대2로 대파했다. 또 최근 金始眞이 부상에서 회복되는 데다 君學吉이 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투수력에 있어서는 해태 · 빙그레 못지 않은 안정감을 띠고 있다. 지난 84년 우승팀이기도 한 롯데는 지난해 꼴찌라는 수모를 맛본면서, 과거 삼미를 빗댄 ‘新도깨비팀’으로 불리어지기도. 그러나 타격에 있어서는 7개구단 중 하위에 속하는 것이 현실. 삼성에서 이적해온 張孝祚가 작년에도 ‘안타제조기’라는 별명에 걸맞게 3할대는 유지했지만 팀 공헌도에서는 크게 떨어졌고, 韓英俊, 柳斗烈, 金旻浩도 해태나 빙그레의 중심타선과 비교한다면 힘이 좀 달리는 입장이다.

 그러나 롯데가 타격 때문에 4강안에 못들 것으로 단정하기는 힘들다. 89돌풍의 주역 태평양이 그 증인이다. 지난해 태평양은 이렇다 할 타력의 뒷받침 없이 당당 3위를 차지, 돌풍을 일으킨 주역. 태평양의 놀라운 변신에는 金星根감독의 용병술 그리고 朴庭鉉, 崔敞晧, 鄭明源 등 숨은 진주의 활약이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2년차 투수부진’이라는 징크스를 벗어나 올해에도 작년과 같은 성적을 거둘지는 미지수.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태평양의 作況이 작년만은 못하리라고 예상한다. 태평양은 또 고려대 출신의 ‘왕대포’ 신인 金敬起가 ‘큰 것’으로, OB에서 이적해온 포수 金卿文이 착실한 내조로 제각각 한몫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올 이적선수에 거는 기대가 가장 큰 팀은 LG. OB의 崔一彦, 태평양의 金信夫, 해태의 車東哲 등 10승 안팎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투수들이 얼마만큼 해주느냐가 만년 하위팀 탈피의 관건이다. 긴 ‘야구방학’을 끝내고 다시 사령탑으로 복귀한 白仁天감독도 “훈련량은 우리가 가장 많다. 선수들 역시 새 출발하는 기분으로 뭉쳐 사기 또한 충전해 있다”며 90돌풍은 LG의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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