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엔 반대黨이 없다”
  • 수전 페어즈 통신원 ()
  • 승인 199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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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0일 제7차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회의가 시작되기 직전에 江澤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3일 동안 북한을 방문했다. 江총서기의 평양방문의 시점은 중국에서 ‘편의상의 문제’로 설명되었다. 즉 작년 11월 金日成이 중국을 방문한 데 대한 답방이 있어야 하는데 중국측으로서는 당과 국가의 중요한 회의 사이인 그 시기가 편리했다는 것이었다.

 강택민의 평양방문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중국의 지도자들은 아직도 자신들과 입장을 같이 하는 당과 정부와의 접촉을 분명히 환영하고 있다. 강택민은 당총서기로서의 첫 해외나들이를 북한행으로 결정했으며 그 기간 동안 李鵬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대한 정부보고에서 중국 · 북한관계에 매우 우호적인 발언을 했다.

 양국은 모두 사회주의 원칙과 강력한 당 지배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한 때 ‘공산권으로 불리던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으나 그런 문제들을 그 나라 국내문제로 치부한다는 태도를 표명하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다른 나라들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시기에도 김일성이 북한정부를 적어도 겉보기에는 강력하게 장악하고, 마지막 결정권자로서의 역할을 계속하는 것이 그 나라의 안정유지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중국이 한국과의 접촉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정치적 교조주의는 외국 파트너와의 경제협력정책에 우선할 수 없으며 한국의 투자 · 무역 · 기술이전은 대단한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북경 아시안게임에 참가토록 허가받았으며 그 행사를 위해 한국 여객기가 북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상해까지 운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의 외무장관은 지난 3월초 파키스탄 방문길에 목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같은 비공식적 관계는 중국과 북한이 굳이 거론하기를 꺼리는 일종의 ‘회색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같은 한국과 중국간의 관계가 북한을 포위하는 한국의 ‘북방정책’의 또다른 요소라고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지난 3월26일 몽고와 한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은 그 도전이 북한의 뒷마당에까지 들어온 것을 의미한다. 한국과 소련간의 늘어가는 무역량, 양국간 대표부 설치 합의, 영사관계 수립과 정기 항공노선 개설 등은 한국과 동유럽 국가들과의 공식관계 수립으로 초초해진 북한의 신경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외교적으로 포위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정치적 소외감도 더해가고 있다. 이같은 점을 깨닫는다고 해서 중국의 지도자들이 당황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이데올로기의 동요와 정치적 분열이라는 위기 앞에서 더욱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는 중국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3월 인민대표대회에서 행해진 기조연설들은 중국이 사회주의 경제 및 정치패턴을 계속 추구할 것은 물론 당의 권력누수 현상도 허용치 않을 것을 천명하고 있다.

 작년 초여름 천안문사태는 참패로 끝났을지 모르나, 그것은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정치적 격변상황속에 그 나름의 위치를 분명히 점하고 있다. 격동의 소용돌이속에서 야기된 동유럽 정권의 전복, 공산권력의 부식, 국민적 단결의 와해 등은 중국 공산당지도부로 하여금 작년 6월에 자신들이 보여준대로 異端에 대해서는 탄압이 옳다는 사실을 확신케 했다.

 중국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혼란, 즉 국가의 정치적 · 경제적 분열이다. 중국의 현 지도자들은 당의 강력한 권위야말로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중국의 안녕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으며, 민주주의 전통 부재와 국민 대다수의 문화 · 교육수준의 낙후에 대해서는 수십년간에 걸친 당의 조직력과 통치경륜을 내세우며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다. 그들은 중국에 반대당이 없다고 떳떳하게 말하고 있다. 공산당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중국에도 정치적 변화는 도래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가 동유럽은 물론 소련 · 몽고가 택한 것과 같은 행로를 밟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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