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더라도 발 빼겠다”
  • 편집국 ()
  • 승인 1990.04.2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매에 주가 대폭락… “경제파탄 신호” 비관론도

4월은 증권시장에 잔인한 달이 되고 있다.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8백선이 지난 14일 힘없이 무너지더니 16일 현재 주가는 7백77포인트를 기록, 7백80선도 무너졌다. 종합주가지수가 7백선대로 밀린 것은 지난 88년 11월 23일(7백99포인트)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암흑의 금요일’이라고 불린 13일부터 8백선대를 위협하던 주가는 급기야 ‘손해를 보더라도 팔고 빠져 나가겠다’는 투매물결로 이어져 가속화됐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8백선의 붕괴가 증시침체 가속화, 투매분위기 확산, 투자신탁 환매사태 야기, 환매불능, 증시붕괴, 경제파탄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는 시나리오까지 상정하고 있다. 노무라, 다이와 등 일본의 대형증권사들은 증시부양책의 실기 등으로 주가가 7백50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당분간은 회복장세가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을 하기도 한다.

 이번 증시 폭락사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서 이미 중증이다. 그동안 침체의 큰 요인으로 지목되던 금융실명제가 연기되고 증권과 대체관계에 있다던 부동산 투기 근절대책이 발표되었는데도 주가는 오르기는커녕 큰 폭의 내리막 장세이다. ‘증시’라는 중환자를 증권당국은 속수무책으로 들여다보고만 있는 형국이다.

 증권업계는 증시를 빈사상태로 만든 요인으로 증권당국의 실책을 가장 먼저 꼽고 있다. 그동안 실물 경제가 침체되었다고는 하나 주식이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투자하는 것인데, 정부의 증시대책이라는 것이 이 꿈을 말살시켰다는 주장이다. 대우투자자문 徐廷宣이사는 “정부는 돈의 흐름을 왜곡시킨 부동산투기를 방관하다가 버스가 떠난 뒤에야 대책을 내놓았다. 공급물량과다가 가져온 증시기반붕괴에 대해서도 대책이란 것이 실망스러워 투자자들의 정부 불신감만 커지게 했다”고 비난했다. 지금이라도 은행신탁자금등을 동원하여 수요를 진작시키고, 무엇보다도 증시가 건전한 이재수단으로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증시폭락은 6백만명의 투자자들에게 환멸을 부르고 있다. 더 우려할 것은 흥분한 이들이 전광판을 부수는 사태가 아니다. 투자자들의 손익계산을 넘어 기업의 산업자금 조달처라는 증시의 존립목적이 흔들릴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증시 폭락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