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손에 ‘열쇠’맡긴 시민의 公園
  • 정기수 기자 ()
  • 승인 199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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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매직아일랜드 “무료입장” 지시에 문닫아… 사유화 ‘특혜’ 의혹도

 도시의 심장부를 가로지르며 언제나 그 유장한 흐름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기 마련인 한강. 아마도 이 거대한 강물을 ‘공유재산’으로 갖고 있는 서울시민들은 상대적으로 자그마한, 그것도 인공적으로 꾸민 호수공원 하나가 생겼다고 해서 특별히 반가운 마음이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일대의 석촌호수공원이 바로 그것인데 아무리 물이 흔한 도시라 하더라도 그 규모와 시설만큼은 서울의 새 명소로 불리기에 충분할 듯하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올림픽공원쪽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중심으로 동호와 서호, 두 개의 호수가 깨끗하게 단장돼 상춘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수면만 6만6천여평, 주변 땅을 포함하면 8만6천5백여평의 결코 작지 않은 ‘자연’이 서울의 빌딩숲 사이에서 용케도 숨을 쉬고 있다고나 할까.

 다리아래로 또는 고수부지에서 볼 때 어쩐지 공포감을 주는 한강물과는 달리 맑고 잔잔해서 보기에 한없이 평화로운 호숫물. 수양버들을 담장삼아 호수 주변을 감고 도는 산책길(공원측이 정한 ‘각박한’ 이름으로는 조깅로), 강언덕에서 갓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갖가지 봄꽃들. 뿐만 아니다. 각종 희귀한 건축물과 놀이시설들은, 디즈니랜드라고 하는 곳이 아마 그럴 것 같은, 이국적이고도 환상적인 정취를 느끼게 한다.

 이처럼 근사한 공원을 만든 이에게 상이라도 줄 법한데 시민들의 정서는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명소’가 다름아닌 ‘특혜’의 논란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서울시에 의해 건설된 것이 아니라 “재벌기업이 여차여차한 경위로 허가받은 사업계획에 따라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지은, 그래서 영리목적의 시설이 주가 된 공원”이란 비판이 많은 것이다.

 석촌호수는 20년전 서울시의 구획정리사업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생겨난 인공호수. 원래 한강의 지류였던 것을 막아 조성한 것인데 湖岸의 놀이마당에서는 사물놀이 같은 공연이 펼쳐지는 등 처음부터 도시근린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담수인 호숫물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히 썩어 악취를 풍기고 호수주변은 포장마차와 잡상인이 번성, 시민들이 찾고 싶은 조용한 휴식처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공원다운 공원으로서의 개선이 시급하게 됐다.

 이때 나타난 재벌이 롯데이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알길이 없으나 롯데는 이 일대를 롯데타운으로 만들 계획이었고, 서울시는 호수의 수질과 수위를 보전할 재원 마련에 부심하고 있던 차였다. 민간자본유치라는 공원조성방식이 이렇게 해서 도입되고 롯데는 완공과 동시에 기부체납, 20년 안팎을 무상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사업을 허가받아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87년 10월부터 도수관로 취수 · 배수펌프 수위자동통제장치 가설 등 수위관리를 위한 공사, 바닥준설 공기양수통 설치 등 수질개선 사업, 그리고 산책로 녹지조성 등 호안부대시설과 같은 ‘대역사’를 벌이는데 총 50여억원이 들어갔다. 이같은 호수의 질적수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또 매년 8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공사비 50억원과 연간 유지비 8억원이 없어서, 아니면 서울시측의 설명대로 “교통 · 주택 · 상수도 등 더 시급한 사업이 많아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재벌에 개발을 맡긴 것이라면, 호수를 썩은 상태로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할 때 그 정책은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특혜라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부수적인 사업일 뿐 롯데가 석촌호수를 개발하게 된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석촌호수안에 건설된 인공섬, 즉 매직아일랜드의 투자규모와 놀이시설 이용료, 게다가 최근의 입장료 시비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입장료 4천5백원. 무료입장 조건 어겨

 매직아일랜드라는, 이름도 ‘국제적’인 인공섬은 석촌호수의 서호 5천7백여평을 매립해 만든 것. 롯데 자신의 땅에 건설한 롯데월드내의 실내공원(테마파크 · 롯데월드 어드벤처)과 모노레일로 연결되는 수상공원이다.

 여기에서는 유럽 여러나라의 건물과 城 모양을 본뜬 각종 건축물(실내는 대개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 공연장)과 고공전투기 등 10여가지의 놀이시설이 현란한 장식으로 어린이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이 섬을 건설하는 데 투자된 비용은 모두 3백여억원. 호수 정화에 든 돈의 6배에 해당한다. 호수정화도 엄밀히 말하면 이같은 위락시설을 운영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서울시 땅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이곳을 롯데월드와 연계하여 하나의 관광위락시설로 운영할 목적으로 처음부터 설계한 것인데 서울시가 그것을 고스란히 허가를 내줬다는 데 특혜의혹을 받는 이유가 있다. 서울시는 그래서 비록 호수정화라는 반대급부를 얻긴 했으나 시의 재산을 한 재벌이 사실상 ‘사유화’하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부족한 재정형편상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최대한 공익에 가까운 쪽으로 사업을 유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말그대로 ‘公’의 園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장직후의 입장료 시비는 바로 시민의 접근권이 제한돼 빚어진 말썽으로 어른의 경우 4천5백원을 받았다. 이는 더구나 서울시의 위탁관리 허가내용상 ‘무료입장’조건을 어긴 것이어서 시민들의 항의를 더욱 크게 받았다.

 롯데측은 시당국의 시정지시를 받아 무료 개방으로 물러섰으나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와 시설관리와 안전보호에 문제가 있다”며 이틀만에 문을 닫고 말아 지난 2일부터 매직아일랜드는 ‘마법의 섬’이 아니라 ‘유령의 섬’이 되고 있다. 갑작스런 폐원의 속사정은 시와 협상을 벌일 시간을 갖겠다는 것으로 롯데측은 ‘믿었던’ 서울시의 ‘무료’고집에 이해를 할수 없다는 표정이다.

 서울시 환경녹지국의 한 관계자는 “무료입장의 문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모든 공원을 무료개방하겠다는 것이 시의 방침이고 특히 매직아일랜드의 경우에는 특혜의혹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아 입장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원을 크게 넘을 때에 한해 안전관리를 위한 입장제한조치를 취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궁극목적은 강남지역 상권형성

 시설이용료는 또 어떤가. 4인가족이 한 번 놀러갔을 때 적어도 7만원에서 10만원은 들여야 타볼 것 타고 사먹을 것 먹을 수 있다면 그 공원을 평범한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롯데측은 호수주변은 무료가 아니냐고 말하지만 동네주민이 아니고서야 가족끼리 이곳을 찾으면서 놀이시설을 이용하지 않거나 매점에 들르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대재벌 롯데가 특혜의혹을 받아가면서까지 놀이시설 하나로 한몫 잡기 위해 석촌호수를 개발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강남지역에 상권을 형성하는 데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소공동 롯데백화점 · 영등포역사 백화점 · 롯데월드 쇼핑단지의 유통삼각점을 형성, 서울 전체 상권을 한손에 넣겠다는 계획아래 진행된 사업이라는 지적이 있다.

 석촌호수와 붙어 있는 롯데월드에는 백화점 등 3개의 쇼핑시설과 실내공원(롯데월드 어드벤처), 호텔 롯데월드 등이 들어서 있다. 따라서 롯데측은 백화점 고객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레저시설이 필요했고 바로 옆에 있는 호수가 그 목적에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매직아일랜드는 곧 사람들을 백화점과 호텔로 유인하는 ‘마법의 등대’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는 또 하나의 롯데월드를 계획하고 있다. 매직아일랜드가 있는 서호 건너편의 동호와 그 주변 2만7천여평의 땅(역시 특혜의혹을 받은 체비지)에 백화점 · 호텔 · 수족관 등을 건설하는 가칭 롯데 시(sea)월드가 그것이다. 공룡과도 같은 이들 시설을 찾는 시민들은 따라서 서울시 대신 롯데에 ‘석촌호수정화세’를 바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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