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民選농협회장 선거 조합 표밭이 '후끈‘
  • 김재일 편집위원보 ()
  • 승인 1990.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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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源鮮 · 潘成雨 · 尹勤煥씨 출마, 치열한 3파전

초대 민선 농협회장은 누가 될 것인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이달 18일을 향해 막바지로 접어듬에 따라 전국 1천4백여 조합의 표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88년 3월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한 韓灝鮮현회장은 일찌감치 출마의사를 밝혔고 농협전이사인 潘成雨씨가 지난 2월 정식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또한 선거일을 보름 앞두고 농협회장과 농림수산부장관을 지낸 尹勤煥씨가 갑작스럽게 뛰어들어 선거는 치열한 3파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단위조합에 인사장을 돌리거나 현지를 직접 방문해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아직까지 금품살포 등 부정·타락 선거행태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단위조합장 출마자들이 보통 3천만원에서 5천만원, 많이 쓴 사람은 1억원까지 자금을 썼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것과 연관해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는 각 후보자가 수억원의 돈을 뿌릴 것이라는 소문이 농협 주변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중앙회는 조합원 2백만명을 확보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최대의 농민단체로서 연간 수십조원에 이르는 방대한 사업을 시행한다.8백만 농업인구 중 조합원이 2백만인 이유는 한 가구를 조합원 한 사람이 대표하기 때문. 따라서 농협중앙회장은 '8백만 농민의 대표'로 불린다. 임기 4년인 민선 농협회장은 전국적 선거로 뽑히는 자리인 만큼 명분과 권한면에서 막강한 자리이기 때문에 다른 어느 단체장의 선거보다 더욱 크게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협 위상정립의 새로운 계기 기대

  61년 구 농협과 농업은행을 통합, 종합농협으로 발족한 농협중앙회는, 창립 당시 총사업 물량이 5백11억원에서 올해 28조원으로 늘어날 정도로 외형이 크게 성장했으나 운영의 자율성 제약으로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 실현과 권익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민주화 · 자율화의 물결을 타고 농민들의 기대와 욕구가 다양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산물 수입개방과 都 · 農간 소득격차 심화에 따른 불만이 높아져가는 시점임을 감안할 때 농협은 그야말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농민조합원이 진정한 농협의 주인으로서 농협운영의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주농협으로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선 농협회장像은 바로 거듭 태어날 농협의 새로운 모습의 연장선상에서 찾아야 할 젓이다.

  세 후보는 모두 농협회장감으로 손색이 없는 경력과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한호선 현회장은 고려대 법대를 나와 62년 공채 1기로 농협에 입사한 뒤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거쳐 직윈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회장에 오른 인물로서 저돌적인 추진력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회장 취임후에 남해화학의 아그리코사 지분 25%를 인수, 비료가격 및 수급안정을 이루는 데 기여했고 소련 ,중국 협동조합과의 협력강화로 對공산권 관계개선에도 이바지했다.

  윤근환 전장관은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후 농수산부 차관보, 농촌진흥청장을 거쳐 82년부터 2대에 걸쳐 농협중앙회장을 맡았다. 88년 2월 두번째 임기 중 농림수산부장관으로 발탁되어 약 10개월간 재직했다. 그는 스스로전국의 농촌, 농협의 구석구석에 자신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할 만큼 농정 전반에 밝을 뿐 아니라 활동범위도 그만큼 넓다.
  반성우 전이사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62년 경남 밀양군 농협지도 담당서기로 농협에 입사. 26년간 농협에 몸담아왔다. 88년 민정당공천으로 13대 국회의원 선거에 경남 거제에서 출마하기 전엔 농협중앙회 기획조사담당이사로 일했다. 총선시 그의 당선을 돕기 위해 중앙회 직원들이 발벗고 나서서 모금했을 만큼 뛰어난 인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세 후보 모두에 -長-短'

  이들은 모두 농협회장이 될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반면 결격사유 또한 없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회장은 입사동기들이 부장급인 데 비해 상대적으로 고속승진을 했는데 이를 그의 도덕성과 연관지어 해석, 문제삼는 사람들이 있다. 윤 전장관의 경우, 농림수산부장관 재직시에 정부의 농협 예산승인과 회장 임명권 폐지를 추진하는 농협의 입장에 반대, 농협의 민주화와 자율화에 역행한 인물로 비판받기도 한다. 반 전이사는 외도하여 정치물을 먹었고 또 그의 농협회장 출마가 3당통합에 따라 구 민주계의 지분으로 인정되고 있는 거제지역에서의 정치적 입지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면 누가 뽑힐까? 농협회장으로 선출되려면 1천4백여 단위조합장 과반수의 득표를 획득해야 함으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결선투표를 실시하게 되는데 세 사람 모두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한회장은 1차투표에서 과반수의 표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현직의 한회장이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그가 1차에서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하고 2차투표로 넘어갈 경우 열세의 입장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장관과 반 전이사가 공동전선을 펴, 탈락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밀어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한회장은 경북 · 경기 · 강원 ·충북지역에서 유리하고 윤전장관은 호남지역에서, 반 전이사는 경남지역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충남지역은 세 후보가 백중세를 보이고 잇는 것으로 분석된다. 2차 투표까지 갈 경우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가 얻은 표가, 그가 미는 후보쪽으로 얼마나 옮겨갈 것이냐도 또 한가지의 큰 변수이다.

  축협(13일), 수협(19일) 등 주요 농어민단체의 중앙회장 선거와 함께 이번에 실시되는 민선 농협회장 선거에서는 정치판의 과열 · 타락선거의 혐오스런 모습 대신에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가 이루어질 것인가. 불꽃튀는 득표전을 보는 국민의 시선 또한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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