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 ‘조기총선說’ 그러나 심상치않다
  • 이흥환기자 ()
  • 승인 1990.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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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냐 二元執政府制냐” 차기 권력구조와 관련 추측 무성

올가을부터 개헌의 분위기를 잡고 9월 정기국회에서 내각제 개헌을 통과시킨 뒤 국민투표에 붙인다. 그리고 곧바로 내년 1월에 14대 국회의원 총선을 실시한다- 대구와 진천·음성의 보궐선거 결과가 나오기 바로 직전까지 정가 일각에 파다하게 퍼져 있던 이른바 조기총선설의 일정표이다.

  이 ‘說’의 기본 골격은 92년 4월로 예정되어 있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 앞당겨 미리 실시한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민자당 출범으로 이어진 3당통합 후 조심스럽게 거론되어왔던 조기총선설이 진원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갑자기 정가에, 특히 야권에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제148회 임시국회가 폐회된 직후부터이다.

  여권이 조기총선과 관련해 早期案과 晩期案(예정된 대로 92년 4월에 실시한다는 계획)의 두가지 안을 구상하고 있다는,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까지 갖추어진 갖가지 관측과 추측이 난무했다. 특히 조기안의 경우에는 올5월에 개헌을 하고 9월에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는 ‘가을총선’설과, 9월 정기국회에서 개헌을 하고 내년 1월이나 2월에 총선을 치를 것이라는 ‘겨울총선’설의 두가지 說로 세분되기에 이르렀다.


民自·平民 양당 모두 필요성 공감

  임시국회 폐회 직후에 조기총선설이 급작스레 부상한 이유는, 3당통합 이후 처음 열린 임시국회를 경험한 여야 모두가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져본 결과 13대 국회로는 더 이상 안되겠다고 판단,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13대 임기 이전에 총선을 실시해야겠다는 자각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만자당이나 평민당 모두 조기총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그 시기는 91년 상반기라는 것이다.

  이 조기총선설은 급기야 평민당 金大中총재의 입을 통해서도 흘러나왔으며, 앞뒤 정황으로 미뤄 이 설을 단순한 낭설로 보기는 힘들다는 관측을 가능케 했다. “정부 여당에서 총선을 앞당겨 실시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는 것이 김총재 발언의 요지였다. 김총재 또는 그의 측근들이 파악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조기총선설의 진원지는 여권이다.

  또 평민당의 한 당직자는 “지난 임시국회 막바지에 국회 농성투쟁을 할 때 김총재가 지구당 위원장들을 불러 ‘총선 준비를 철저히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고 밝힘으로써 조기총선설은 한낱 소문의 차원을 넘어 公黨의 대응책까지 불가피한 것으로 만들 만큼 무게가 실린 방침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김대중총재가 3당통합 직후부터 줄곧 총선실시 또는 지자제와 총선의 동시 실시를 주장해온 점으로 미루어 평민측의 총선 대응책은 한갓 당내 대책용이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무튼 조기총선설은 평민당의 이같은 총선 주장과 맞물려 증폭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야의 대략적인 정국운용 방안을 기준으로 삼아볼 때 여권이 준비하고 있다는 총선과 평민당측 총선에는 그 성격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내각제나 二元執政府制로 개헌을 한 후 총선을 치른다는 것이 여권의 총선案인 반면, 평민당은 이 개헌을 저지하기 위한 총선쪽으로 기울고 있다. 즉 개헌이 관심의 표적이며, 이 개헌을 전제로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그러나 조기총선설을 거론하기에 앞서 먼저 짚어봐야 할 대목은 차기 권력구조의 향방이다. 총선의 가능성이 아직 ‘說’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권내에서 차기 권력구조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있는지, 합의단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묵계는 돼 있는 것인지, 또는 지금까지 알려진대로 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대통령중심제인지에 따라 조기총선의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민자당 출범 이후 지금까지 차기 정부형태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다. 그러나 3당통합을 전후해 여권내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해볼 때 차기의 정부형태가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될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평소 대통령중심제를 고수해오던 金永三최고위원은 3당통합 직전 金鍾泌 당시 공화당총재와 밀월을 즐길 당시 “내각제를 검토해볼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민자당 탄생의 전제조건이 내각제가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김종필최고위원의 평소 지론도 내각제이다. 또 3당통합 선언 다음날 朴泰俊최고위원대행은 차기 권력구조와 관련해 “이원집정부제가 거론되고 있다”고 발언했다가 잡음이 일자 서둘러 거둬들이기도 했다.
  이제는 아예 ‘盧-朴라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지는 盧노대통령과 朴哲彦정무1장관이 내각제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盧대통령이 5공화국 시절 민정당 대표위원으로 있을 때 金永三씨와 내각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요즘들어 다시 거론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민자당이 지난 임시국회의 국방위원회에서 국방총장제를 골간으로 하는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도 차기 권력구조가 이미 이원집정부제로 방향을 굳혔음을 암시하는 의미심장한 사건이라는 것이 평민당측의 판단이다. 즉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을 전담하고 내각은 총리나 수상이 맡는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국방총장제를 채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民自當의 정국돌파설도 또다른 배경

  조기총선설을 뒷받침하는 또하나의 근거로 민자당의 ‘조기총선을 통한 정국돌파’설을 들을 수 있다. 합당 출범 이후 계파간 갈등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던 민자당 입장에서 보궐선거 이후 일부 민주계 의원들의 동요, 김영삼최고위원의 노골적인 반발등 집권여당내의 불협화음이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른 마당에 이를 효율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조기총선이라는 처방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盧대통령의 임기 이후 보장을 위해서도 조기총선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시각도 있다. 盧대통령의 임기는 93년2월에 끝난다. 임기만료 1년전부터는 임기말의 권력 누수현상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92년 2월 이전에 차기 권력구조와 관련해 임기 이후의 보장책이 짜여질 것이라는 日程 계산을 해볼 때, 조기개헌과 조기총선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퇴임에 임박해서 다급하게 차기 권력구조를 구축함으로써 파생될 위험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全斗煥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임기만료를 1년여 앞두고 개헌과 총선을 앞당겨 실시하는 안정된 정치일정을 밟아나갈 가능성이 그것이다.
  평민당 김대중총재의 정국구상도 조기총선 실시의 중대변수 중 하나이다. 김총재는 내각제 개헌을 곧 민자당 장기집권이라는 구도라 파악하고 대통령 중심제가 평민당의 당론임을 상기시키면서 여권의 내각제 개헌 기도를 막기 위해 총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이 평민당의 총선카드를 받아 조기에 총선을 실시할 경우 김총재의 복안대로 꼭 평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민자당의 장기집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해서 내각제가 채택된다면 평민당도 내각제를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평민당의 입장을 고려해볼 때 생사를 걸고 내각제를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라 분석도 가능해진다. 심지어 평민당내 일부에서는 “평민당과 김총재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지 않는 한 대통령직선제 하에서는 집권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내각제를 신중하게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자제선거 역시 조기개헌·총선과 관련한 정치일정에서 그냥 넘겨버릴 수 없는 변수 중 하나다. 여권은 올 9월에 지방의회 의원선거를 치른다는 입장이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또 평민당도 지자제 실시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정당추천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놓은 이상 불가능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이유야 어쨌든 “6공화국에서의 지자제는 이미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진단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제는 물건너갔다”

  민주당(가칭)의 한 인사는 “민자당은 지자제를 실시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평민당이 정당추천을 주장하는 것도 민자당이 받을 수 없는 카드를 내밀어 결국 지자제를 연기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한 조기총선설의 일정을 따를 경우 지자제는 정치일정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총선 이전의 지자제 실시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여권이 개헌이라는 최종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지불해야 할 ‘통행료’ 형태로서 지자제를 실시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개헌선을 확보하고 있다.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국민투표에 붙여질 경우 평민당은 이를 막을 법적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럴 경우 평민당이 기댈 언덕은 국민투표에서 최대한으로 반대표를 이끌어낸 후 14대 총선에서 재기하는 길 뿐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수 4·26총선에서 제1야당으로 떠오른 과거 일에 대해 향수를 느낄법도 하다.

  조기총선을 입에 담고 있는 정가 인사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것은 “정국이 꼬일 대로 꼬여 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다. 보궐선거기간 중 鄭鎬溶씨 후보사퇴 파문이 일어 정국이 들끓는 와중에서도 저변에서 꾸준히 거론되던 조기총선설이, 개표결과가 나오자마자 “이제 조기 총선설은 물건너갔다”는 말과 함께 급냉각 기류로 변한 것도 불확실한 정치기상도의 단적인 예다.

  결국 차기 권력구조와 민자당내 권력 향배에 대한 청사진이 나오지 않는 한 조기총선은 한갓 ‘說’로 남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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