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컬럼비아대 한국연구센터 스티븐 린튼 박사 인터뷰
  • 여운연 편집위원보 ()
  • 승인 1990.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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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발전해야 美교과서 오류도 해결”

● 美 교과서에 실린 한국에 관한 오류란 어떤 것인가?

  美 교과서의 오류는 아예 '無知'에서나온 것이다. 사회교과서에서 일본이 70면 정도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2면쯤 다뤄지고 있는데 내용도 한국전쟁이나 인권문제가 거론되는 정도로서 '문제투성이의 나라'로 투영되고 있을 뿐이다. 자료도 일제시대 것을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그나마 교과과정에 제대로 포함되지도 못하고 있다.

● 해결방법으로 어떤 길이 있는가? 

  결국은 미국내 한국학이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현재로선 역부족이다. 설령 기금이 넉넉하다 해도 인력이 없어 불가능한 상태다. 한국정부 당국에, 美 학계에 투자가 필요하다는 근거와 자료를 대주면서 바로 그런 투자가 없기 때문에 이같은 오류가 생긴다는 것을 이해시키려고 했다. 미국의 교과서 편집자들도 세계 1백60여 개 나라를 다 소화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자료나 보고 적당히 하는데 한국학을 연구하는 대학은 현재 I5군데밖에 안된다.

● 한국이 국제적으로 부상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학이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에 얼핏 수긍이 가지 않는다.    

  미국에서 연구되는 동아시아 분야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4% 정도도 안되는 것 같다. 지난해 미국의 대학들이 필요로한 아시아 분야 영구교수직을 보면 일본의 경우 74명, 중국이 30명인 데 비해 한국은 5명에 불과했다. 25년전 중국에 훨씬 뒤떨어졌던 일본은 그동안 꾸준히 투자를 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현재 미국내 한국학교수는 30명선인데 이중 14명이 하와이대 소속이며 미 본토에는 2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워싱턴만 하더라도 한국학교수는 전무하다. 이러한 상태에서 교과서를 어떻게 수정할 수 있겠는가. 교과과정에 제대로 들어가려면 책도 써야 하고 로비활동도 벌여야 하는데 한국학교수 몇명의 힘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본학교수는 수백명에 달해 미국내 어디에서나 전화만 들면 통화가 가능할 정도이다.

● 美 학계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그 나라의 경제수준도 고려돼야하지 않겠는가?

  경쟁에서 뒤떨어진 나라일지라도 어차피 따라가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학문 분야에 대한 투자도 미국을 '시장'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누가 요령있게 투자하는가에 따라 얻어내는 것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 이번 방문에서 한국정부측과 만나 얻은 결과는?

  한국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그들이 뭔가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문화는 정부의 소유로서 정부가 책임지로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미국내 한국문화 홍보도 근본적으로 정부에서 해야 한다는 식이다. 둘째, 한국에 대한 교육은 문교부가 맡아야 한다는 것인데 미국에서의 교육까지 한국 문교부가 맡을 수는 없는 것이다. 또 사람쓰는 일을 값싸게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은 한사람이 강단에 서기까지 엄청난 투자를 한다. 한국학은 아직 초기단계라 '가게를 열어도 손님은 없는' 형편이다. 우리 입장은, 가게를 여는 데까지는 한국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 한국정부에 불만이 많은 것처럼 들리는데 .

  한국정부가 아무리 미끈미끈한 홍보책자를 뿌려도 美 학계에 침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사회에서 인정받는 역사기관과 비교가 되겠는가. 미국은 동아시아에 대해, 특히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아도 한국에 대해서는 편견을 갖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독점하는 동아시아 의식시장을 뚫으려면 '돈'만으로도 안되고 오랫동안 로비를 통해 의식화시켜야 한다. 교과서문제도 한국학교수들이 많으면 자연히 해결된다. 한국정부가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점차 교수의 수를 늘리겠다는 의욕을 보였으면 좋겠다.

● 이번 방문 결과 한국학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생각되는가? 

  정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장차는 가능하나 당장은 힘들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언젠가는 미국이 좋아서 해야 할 일이겠지만 자기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 중 하나로 보면 될 것이다.


  <한국교과서에 나타난 윤리발전과정>이라는 논문으로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린튼 박사는 4대째 한국에 기독교를 전파해온 美 선교사집안 출신의 한국통. 그는 한국에 오면 반미감정에 ,미국에서는 학계의 푸대접에 시달리는(?) 처지이지만, 한국사람은 워낙 감정이 풍부하니까 미워하는 게 그리 오래가겠느냐고 반문하는 親韓派이다. 이번 방문에서 별 소득을 얻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면서도 그는 험난한 길을 걸어온 한국의 역사를 돌이키면서 "한국학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한국학에 대한 사명감을 다지는 여유를 결코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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