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泥田鬪狗 ' 민자당 조직책따기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4.1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호 역정보 흘리며 '교란'도 불사, 알력 노골화

'현역의원 우선 원칙'에 밀린 '院外'반발 커 후유증 심각할 듯

 구민정당의 동대문 갑구 지구당위원장이었던 劉鍾烈씨는 요즘 하루를 십년처럼 산다. 대부분의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이 마찬가지겠지만 3당합당 직후의 아찔한 낭패감에 허둥대기 무섭게 조직책 선정에서 탈락되지 않으려는 치열한 싸움에 뛰어들어야 했고, 그 싸움의 결말을 아직도 미재로 남긴 채 냉가슴만을 썩이고 있다. 3당이 통합된 지 벌써 2개월. 전당대회를 겨우 한달 남겨놓은 시점임에도 조직책 선정 작업은 왜 이렇게 더디기만 한지 허둥거려지는 마음을 지울 길이 없는 것이다.

 민자당 동대문 갑구는 경합이 가장 치열한 곳 중의 하나이다. 정치학 교수 출신인 劉위원장을 비롯해서 역시 교수 출신인 민주당의 盧承禹위원장, 12대 총선에서 국민당 전국구로 정계에 입문한 공화계의 鄭始鳳의원(전국구) 등 세명이 첨예하게 맞서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기세로 혈투를 벌이고 있다.

 13대 총선 당시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이곳은 평민당의 崔후보가 2만8천4백74표로 당선됐으나 2, 3위를 기록한 劉후보, 盧후보와의 표차는 불과 1천표를 조금 넘는 것이어서, 분패를 설욕하려는 劉 · 盧위원장의 결의가 서리밭같은 지역이다. 13대 총선이 끝난 뒤에도 劉위원장이 지구당 활동을 꾸준히 지속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계는 이곳을 담보로 자파의 조직책 한명을 더 늘리려는 의도하에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화계의 鄭의원 역시 72세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동대문시장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무기로 이번만은 지역구로 출마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전국구 의원 가세로 더욱 혼미 양상

 이런 泥田鬪狗 양상은 사실 동대문 갑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현역 의원 우선 원칙에 따라 민주계의 金佑錫의원이 송파 갑구의 조직책으로 선정되자 송파 갑구의 언론인 출신 曺淳煥위원장은 재빨리 송파 을구쪽으로 말을 바꾸어 탐으로써 이 지역의 朴宗南위원장(민정계), 13대 당시 차점을 기록한 민주계의 金秉泰위원장, 공화계의 趙容直 전 대변인과 팽팽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여기에 越庚禮(민정계) 金楠(민주계) 두 전국구의원마저 가세, 6파전으로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42개 선거구 중에서 구 민정당이 불과 10석밖에 차지하지 못한 서울은 조직책 선정을 둘러싼 알력이 가장 심하게 표출되는 지역이다. 3명 이상이 경합을 벌이는 곳만도 상당수에 달한다.

 먼저 金鍾仁(민정), 金守漢 전 의원(민주), 延濟源의원(공화 ·전국구) 등 3명이 경합을 벌인 관악 을구는 金鍾仁씨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들어가면서 지역구를 포기, 2파전으로 경쟁자가 줄어드는 듯했으나 서울에 지역구를 희망하는 전국구 의원들이 많아 민정계의 경우는 자파 내에서도 불꽃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서울에 지역구를 원하는 전국구 의원들은 민정계의 李道先, 李炳勇, 朴承載, 徐相穆, 李相回, 李在晃, 安璨熙, 趙庚穆, 梁慶子 등에다 민주계의 文峻植, 朴鍾律, 金補, 공화계의 鄭始鳳, 延濟源 의원 등 10여명이 넘는다.

 동작 을구는 劉容泰위원장(민정), 민주계의 文峻植 전국구 의원, 趙俊鎬(공화)씨의 3파전이다.

 도봉 을구는 민주계의 白南治의원에게 밀려 난 노원 갑구의 安大崙위원장(민정계), 민주 계의 林井圭위원장간의 싸움에 崔載九상임고문(공화계)이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과는 다르고 당사자들 역시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崔상임고문은 "연고도 없는 서울의 지역구에는 뜻이 없다"고 의사 표현을 분명히 했고 安위원장도 비록 노원 갑구, 을구(공화계 金鎔采의원) 모두 현역의원으로 조직책이 임명됐지만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생각은 없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林위원장도 민자당 민원실의 부실장을 맡게 됨에 따라 지역구에는 별 미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도봉 을구는 민정계의 裵成東위원장이 별 무리없이 조직책을 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책 선정 후유증 심각해

 이처럼 도봉 을구가 조직책 선정을 둘러싸고 경합이 붙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 지역을 노리는 한 전국구 의원의 역정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 민자당의 한 소식통은 "최근 조직책 선정을 둘러싸고 의원들마저도 거짓 정보를 흘리는 수가 많다"면서 이에 따른 후유증을 심각하게 염려했다. 민자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장인 朴?炳사무총장도 조직책 선정을 둘러싼 의원간의 알력이 노골화되는 바람에 이를 수습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합추진위 멤버인 공화계의 申五澈의원으로 인해 도봉 갑 조직책에서 밀려난 민정계의 梁慶子의원이 "이번에 조직책이 안됐더라도 공천 때는 바뀔 것"이라는 말을 퍼뜨렸던 사실도 그 대표적 예의 하나다.

 현역의원 우선의 원칙에 따라 밀려난 민정계 인사들의 반발은 서울지역 이외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는데 의정부에서는 金文元의원에게 밀려난 洪禹俊 전 의원이, 파주에서는 崔戊龍의원에게 조직책을 내준 李龍鎬 전 의원이, 천안에서는 鄭一永의원에게 자리를 뺏긴 鄭善鎬 전 의원이 심한 반발을 하고 있다. 특히 민정계의 전국구 金吉弘의원은 지역 연고가 있는 안동에서 그동안 착실히 표밭을 일궈왔는데 이 지역의 조직책으로 吳景義의원이 유력해지자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버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조직책 선정의 후유증이 이처럼 심각한 상황으로 바뀌자 구 민정당의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은 오는 6일 신라호텔에서 대대적인 모임을 갖고 자구책을 구할 계획이나, 민자당 지도부가 계속 이를 만류하고 있고 같은 원외라하더라도 이미 조직책을 맡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간의 견해가 다르므로 어떤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민정계의 한 인사는 "단순한 친선도모라면 모르지만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결의문을 추출하기에는 견해차가 너무 현격하다"며 "모임이 성사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자당 조직강화특위는 전당대회전까지 전체 2백24개 지역구 중에서 2백~2백10개 조직책을 임명하고 개편대회를 강행할 방침이나 이를 둘러싼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에는 속수무책인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