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자본주의 냄새
  • 정성일 (영화평론가) ()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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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1년 10월 미국의 한 케이블 방송국이 폭탄선언을 했다. 모든 방송을 중단하고 24시간 뮤직 비디오만을 틀겠다고 광고를 내보냈고, 이 방송을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바로 그 방송국의 이름이 뮤직 텔레비전(MTV)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러한 성공은 아무로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빌보드는 뮤직 비디오 차트란을 신설했고, 프레데릭 제임슨은 MTV야말로 포스트 모더니즘의 테러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페미니스트들은 오이디푸스의 삼각형과 영상매체의 결혼이라고 결론 없는 과정을 했다. 그러나 MTV는 그런 논쟁을 앞질러 나아갔다.

 우선 MTV산업은 종래 음악산업의 역사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비틀즈의 <페이퍼 상사의 외로운 마음의 밴드>라는 컨셉트 앨범이 발표된 이래 음반산업은 싱글보다는 NP 중심으로 자본시장을 형성하여 왔다. 그러나 MTV가 등장하자 상황은 일순간에 바뀌었다. MTV는 싱글을 원했고, 그것도 한곡에 10분을 넘으면 상업적으로 실패한다는 징크스가 세워졌다. MTV는 NP의 시대를 끝내고 다시 싱글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MTV산업은 10대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사업에 그쳤다. MTV산업에 혁명이 필요했다.

 여기에 83년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가 등장했다. 이 앨범은 모두 4편의 각기 다른 뮤직 비디오를 제작했고, 순식간에 3천5백만장(역대 최고의 기록!)을 팔아치웠다. 세계 전역에 갑잡스레 MTV 증후군이 번졌고, 그제서야 이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차례로 로큰롤의 여왕 마돈나와 아웃사이더 프린스가 MTV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제 음악은 더 이상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 된 셈이다.

 그러나 MTV는 ‘그저 앨범을 팔아치우기 위한 광고’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오히려 이 MTV 비디오 클립은 미니멀한 영화라고 이해되어야 한다. MTV는 이미지를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시켜려는 것이며, 가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노래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MTV 클립은 노래라는 이야기의 세계이다. 다만 그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며 결코 설명하지 않는다.

 그것이 정말 가능할까? 물론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야말로 MTV 클립 성공의 비밀이며, 이 매체를 미래의 미디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MTV 클립은 장르의 세계이다. 말하자면 진부하리 만큼 고정된 영화의 형식을 그대로 빌려온다. 그래서 텔레비전 드라마와 주말의 영화를 보며 자라난 세대에게 이 클립의 공간은 그들이 태어난 곳이며, 함께 거주해 온 환경이다. 더구나 이 MTV 클립은 그 장르들에 안주하면서 결코 ‘지루하게’ 수다를 늘어놓지 않는다.

 그렇다면 만사 오케이? 그 다음의 문제이다. MTV 클립들은 SF이거나 호러, 필름느와르의 어두운 세계를 이용한다. MTV는 자극적이지만 부도덕하고, 매력적이지만 자본주의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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