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 적자폭 더 커질까 우려된다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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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평균환율제 실시 이후 엔화에 대한 원화절상 가속

수출업자들이 가장 무거운 짐으로 꼽았던 급속한 원화절상이 주춤하면서, 1년4개월만에 달러당 원화 가치가 7백원대에 진입하는 등 대미 원화 환율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 절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오랜만에 되찾은 원화안정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시장평균환율제가 시행된 지 약 보름이 지나는 동안, 원화의 미 달러에 대한 가치는 지난 6일 이후 4일간 4원90전씩 수직 상승을 기록하는 등 머지않아 7백20원선까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부추기고 있다. 

  복수통화바스켓 제도 아래서 원화의 가치는 국내 달러의 수급보다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주요 통화 시세에 의해 조정되었다. 그러나 지난 3월1일 이후, 시장 평균 환율제가 도입된 뒤부터는 국내 달러화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단기적 급등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의 가장 큰 이유로는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수입 결제에 필요한 달러화의 수요가 늘어나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과대평가된 것으로 인식된 윈화가 적정한 수준으로 돌아설 것이라는일반적인 인식 등 다분히 심리적인 분위기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융당국은 국제수지 적자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절하는 "자연스러운 일" 이라고 진단한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수출 업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반면, 최근 국제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엔화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원화의 엔화에 대한 평가절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올초 1백엔당 473.30원하던 엔화는 지난 20일 현재 456.74원으로 무려 16.56원 절상되었다. 기본적으로 원화와 엔화의 외환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국제시장에서 형성된 달러화와 엔화의 시세가 결정된 뒤에야 엔화와 원화의 가치가 정해지기 때문에 국내 외환 거래자의 개입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엔화에 대한 원화 절상을 막기에는 속수무책이다.

  한편 엔화의 약세 기조는 최소한 오는 6월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외환 전문가들의 예측이고 보면 원화의 달러에 대한 절하폭이 엔화의 절하 폭보다 크지 않을 경우 원화의 엔화에 대한 절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외환 시장에 참여하는 중앙은행이나 일반 은행, 기업들이 인위적으로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를 조정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엔화에 대한 원화의 계속된 절상 추세는 결국 국제시장에서 품질 면에서도 이미 한걸음 앞서가고 있는 일본 상품과 겨루게 될 우리상품의 가격 경쟁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뿐 아니라, 뚜렷한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대일 무역 역조를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무역 거래에 있어서 외환요소도 상품 가격의 일부로 인식해 계약 체결시 어느 통화로 결정하느냐가 상품가격 결정 못지 않게 중요한 점을 감안, 선물환거래 등을 통해 환리스크를 피해야 할 것이라는 게 외환 관계 종사자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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