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里長어른" 내것 따로없는 두레마을
  • 박상기 편집위원대리 ()
  • 승인 1990.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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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50명이 기쁜 마음으로노동… '세상의 법'은 쓸모없어

‘두레마을'은 남양만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야산자락에 깃들어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화성군 우정면 화산리 산83번지. 약 8천평의 땅에 주민들의 공동숙소인 평화관 ·소망관이 있고 4층짜리 최신식 빌딩인 두레선교훈련원과 약 3만마리의 닭을 기르는 계사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마을주민은 50명으로 그 구성은 할아버지 2명, 할머니 9명, 어린이 15명과 청·장년 성인남녀로 이루어져 있다. 주민들 중에는 金鎭洪목사와 재혼한 아내 강선우 (43)씨, 두아들 민혁(9), 애민(7)처럼 식구 전체가 입촌해 공동체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녀성인들의 대부분은 홀몸으로 들어와 두레가족이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5리쯤 떨어진 곳에 40마리의 젖소를 키우는 두레목장과 2백여 마리의 돼지를 기르는 양돈장이 있고, 다시 더 남쪽으로 5리쯤 떨어진 이화리의 간척지 논 가운데에 活貧교회가 서 있다. 이밖에 두레마을에서는 1만평의 논과 3만여평의 밭을 경작하고 있고, 요즘에는 인근의 국유림 1만5천평을 임대해서 사과밭을 일구고 있는 중이다.

  겉으로 보면 대도시 근교에 산재한 목장이나 양계장 마을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이곳에 세상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국내외 방문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전혀 낯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한가족을 이루고 사는 생활양태가 신기해 보이기 때문이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사유재산에 대한 욕망을 버리고 사는 인간의 모습이 어떨까에 대한 궁금증 탓일 것이다. 

  "우리마을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함께 살고, 함께 일하고,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살길을 찾아내고 희망을 만들어내는 예수공동체 마을입니다. 우리마을은 다음의 세 가지 원칙에 따라서만 운영됩니다. 첫번째는 '예수님이 두레마을의 里長이시다'라는 원칙입니다. 우리 마음에 예수님을 주인으로 삼아 예수님의 말씀을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두번째는 '두레마을은 사랑의 법으로 운영되고 유지된다'는 원칙입니다. 이웃을 내 몸같이, 사회를 내 가족같이 아끼고 섬기며 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세상의 법'이 쓸모가 없지요. 세번째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쓴다'는 원칙입니다. "

  두레마을의 창설자 김목사는 이런 원칙을 지켜 '성서적 삶'을 실현해가는 것이 이 마을을 만든 목적이요 꿈이라고 역설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동아리가 된 사람들이므로 첫번째와 두번째 '원칙'을 생활윤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베드로전서 3장15절)라는 구절이나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익히 알고 있는 성경 말씀이다. 그러나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쓴다'는 세번째 생활원칙만큼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거나 공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식자층에서는 "그거야 공산주의의 이념이잖소"하고 께름칙해 할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자기 것'에 대한 인간의 집착, 즉 물적 소유본능에 대한 사회계약인 사유재산권을 무시한 사회가 과연 가능한가,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런 사회가 얼마나 ‘생산적'일 수 있겠는가 하는 점에 강한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우리들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시작됩니다. 30분간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갖고 7시30분에 아침을 들지요. 그리고 8시30분부터 12시까지 각자의 일터에서 작업을 합니다. 12시에 점심을 들고 오후작업은 그날 일이 더 있는 사람만 선택적으로 하지요. 저녁 6시에 식사를 하고 7시30분부터 한시간 정도 찬양과 가족화목의 시간을 갖습니다. 우리는 신앙과 노동과 살림이 하나가 된 가운데 즐겁고 건강하게 살면서, 불우한 사람들을 돕고자 합니다." 

  마을의 살림꾼인 吳大植(44)목사의 말이다. 두레마을에 입촌하는 절차는 꽤 까다롭다. 두레정신에 공감한 사람이 이 마을에 들어와 입촌의사를 밝히면 3일간은 손님으로 대접하며 공동체생활을 잘 살펴보게 한다. 그런 다음 3개월 동안은 '수련생'으로서 마을일을 배우며 함께 생활케 한다. 그 다음에 본인이 원할 경우 수련기간을 9개월 더 연장하는데 말하자면 두레마을의 '준회원'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총 12개월이 지나면 두레마을의 '정회원'이 된다.

  마을 밭에 뿌릴 닭똥 퇴비를 경운기에 싣고있던 申東一 (31)씨는 "논밭의 흙을 매만지며일하게 되면 저절로 마음이 평안해지고 몸도 건강해진다"면서 이마의 땀을 훔쳤다. 그는 동갑내기 아내 이보원씨와 두 딸 인해(5), 선애(3)와 함께 입촌해서 2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 신씨 외에도 여기저기 일터에서 마치 콧노래라도 부를듯이 밝은 표정으로 자신이 맡은 일에 열중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양돈장의 돼지우리를 청소하고 있던 김동기(41)씨, 양계장관리사에서 달걀을 정리하던 金在源(65)씨 등도 그러했고, 마을의 사무행정을 담당하는 鄭惠貞씨도 국민학교에서 돌아온 꼬마들과 둘러앉아 주일생활표를 그리느라 열심이었다. 86세가 된 '캐나다 할머니'를 비롯한 노인들도 소망관의 마루방에 둘러앉아 김치 담그는 데 쓰일 마늘을 까면서 오순도순 옛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지난해 이 마을을 방문한 중국 길림성 농림부장관이 아무런 통제나 규율이 없어 보이는데도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이곳 분위기에 반해 "길림성에도 두레마을을 세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한다.

  이곳에서 선교와 교육을 주로 담당하는 신요한목사는 두레마을의 미래를 이렇게 말했다."우리는 전국 곳곳의 농촌에 1백명 정도의 회원으로 이뤄진 두레마을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그래서 이곳 두레선교훈련원에서는 건강한 농촌, 잘사는 농촌을 신앙과 영농으로 만들어 이끌어갈 농촌목회자를 교육시키기 시작했지요. 현재 의정부와 군포에 제2, 제3의 두레마을이 있고, 또 인근에 장애자두레마을도 공사중입니다 . "

  일체의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기르는 두레마을의 농산품과 달걀· 육계 등의 축산품은 주로 두레유통의 매장을 통해서 판매된다. 서울 종로구 이화동과 강남구 논현동 ,수원의 우만동 둥에 있는 두레유통 매장은 무공해식품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늘어 물건이 달렸다. 과연 두레마을의 공동체 운동이 민주와 반민주, 가진자와 못가진자, 도시와 농촌 등의 사회갈등을 풀어가는 삶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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