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신임투표’ 진행중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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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공화국 최고회의선거 6월까지 … 중앙정치 갈등 축소판

공산당의 권력독점을 포기하고 대통령제를 신설하는 등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개혁정책이 일층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련내 15개 공화국은 1월부터 약 6개월간 예정으로 각 공화국의 최고회의를 새로 구성하기 위한 선거에 돌입하고 있다. 지난해 3월의 인민대의원선거 이후 두 번째로 복수경선 투표로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각 지방 공화국 단위에서 보수파와 개혁파의 세력판도를 결정짓게 된다는 의미에서 소련 개혁정책의 향방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소련 인구의 약 70%를 점하는 러시아·백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슬라브계 3개 핵심 공화국에서 지난 3월4일 실시된 선거에서는 개혁파의 진출이 두드러져 어려움에 처해 있는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부담을 다소 덜어주기도 했다. 당시 선거에서 급진개혁파인 보리스 옐친은 스베르들로스크 선거구에서 90% 가까운 지지율로 당선돼 고르바초프 서기장에 대한 그의 개혁가속화 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기도 했다.

현재 민족문제로 연방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공화국들에서는 이번 선거로 민족주의 세력의 대폭 신장이 점쳐지고 있는데, 이미 지난 2월25일 실시된 몰다비아공화국 선거에서는 1차투표결과 민족주의인민전선(NPT)측이 40% 의석을 확보하는 등 현저한 진출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 실시된 선거 중 민족주의 세력의 신장과 관련, 가장 주목을 받았던 선거는 리투아니아공화국 선거다. 이 선거에서 리투아니아 민족주의 단체인 사주디스가 지지하는 후보들이 전체의석의 과반수를 확보하는 데 성공, 리투아니아는 소련내 15개 공화국 중 최초로 선거를 통해 공산당의 1당지배를 종식시킨 공화국이 됐다.

개혁파와 보수파의 대립, 민족주의 세력의 대두 여부로 특징지어질 이번의 소련 공화국 선거는 그 자체가 중앙 정치무대에서 진행되는 갈등의 축소판이면서 역으로 중앙정치의 향방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선거가 실시될 각 공화국의 선거 예정일은 다음과 같다.

에스토니아(3월18일) :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는 비공산계열이 과반수 득표에 성공하였다.
●라트비아(3월18일) : 지난해의 지방선거에서 인민전선이 과반수 이상 득표했다.
●카자흐(3월25일) : 86년에 카자흐 출신 당서기장을 러시아 출신으로 교체한 이후 민족 감정이 약화되었다.
●투르크멘(1월7일 실시) : 공산당 후보 중 약 3분의1이 낙선. 몇몇 지역의 결선투표가 3월로 예정돼 있다.
●우즈벡(2월18일 실시) : 선거부정이 발생, 이에 항의하는 군중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키르키즈(2월25일 실시) :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선거구의 결선투표가 3월중으로 예정돼 있다.
●타지크(2월25일 실시) : 과반수 득표에 못미친 선거구에서의 결선투표가 3월로 예정돼 있다.
●아르메니아(5월20일)
●그루지야(6월17일) : 호전적 민족주의자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남부지역에서 더 많은 자치를 요구하는 소수민족들과의 분규가 계속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공식발표 없음) : 아르메니아와의 유혈사태 이후 비상사태와 통행금지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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