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새 ‘곡창’ 동남아
  • 여운연 기자 ()
  • 승인 199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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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헤로인 소비량 45% 태국·버마·라오스에서 밀반입

범세계적인 마약퇴치운동에도 아랑곳없이 동남아지역의 마약공급량은 점점 늘어가고 있어 현재 세계각국이 펼치고 있는 마약단속 총력전을 무색케 하고 있다. 동남아의 태국·버마·라오스 둥 세 나라 접경인 ‘황금의 삼각지대(Golden Triangle)'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최대 아편재배지로 歐美 일원에 헤로인을 공급해왔다.

마약문제가 국내최대 골치거리인 미국의 경우, 지난해 국내 헤로인 소비량의 45%가 바로 동남아로부터 밀반입된 것이었다. 특히 뉴욕의 경우, 6년전 밀반입량 중 5%였던 동남아産 헤로인이 최근엔 무려 80%로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근래 들어 동남아 일대에서 마약생산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국내소요가 끊이지 않고 있는 버마의 불안한 政情을 틈타 아편재배가 급증한 데다 중남미지역의 대대적인 마약단속을 피해 일부 마약밀매업자들이 이곳을 안전루트로 이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헤로인 공급양상의 변화로 歐美국가들은 ‘황금의 삼각지대’에서 생산된 마약의 밀반출 주요통로인 태국에 대해 더더욱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태국 정부는 지난 20년간 자국내 아편재배를 이 일대 생산량 중 2%까지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80년대 들어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수송수단의 발전으로 태국은 라오스와 버마에서 생산된 헤로인의 공급루트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출증가와 관광붐을 타고 밀수꾼에서부터 대규모 합법적인 수출물량에 숨겨져 밀반출되는 것에 이르기까지 거래량은 점점 더 늘어나는 실정이다.

아편재배가 급증하고 있는 곳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에 속하는 버마와 라오스다. 라오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20만달러의 원조약속을 받고 난 지난 1월에야 작물대체계획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또 아편재배 근절을 위해 버마에 연 6백만~8백만달러를 제공해온 미국은 버마 군사정부의 88년 민주화시위 유혈진압 이후 원조 및 차관 일체를 중단시켰다. 랑군 당국은 지난해 1천4백만달러 상당의 마약을 적발해냈다고 밝히고 있으나 미국의 원조가 중단된 마당에 그같은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美 의회내 일부 하원의원들은 버마의 아편재배가 이미 ‘통제상태’를 넘어섰음을 상기시키면서, 인권탄압이 여전하고 부족한 의회를 충당키 위해 버마 정부가 마약거래를 눈감아 주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긴 하나 원조는 재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태국. 제2의 콜롬비아될 소지 커

‘황금의 삼각지대’의 아편재배는 금년 성육기인 3월에 들어서면 3천톤 정도 생산돼, 여기서 3백톤의 헤로인이 정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2년전에 비해 44%가 늘어나는 것으로 상당부분은 버마에서 재배되는 것이다. 서방전문가들은 올해 버마의 아편생산량은 88년 1천6백톤, 89년 2천톤에 이어 2천2백~2천6백톤, 태국은 70년 1백50톤에서 3분의 2가 감소한 50톤, 매년 증가추세에 있는 라오스는 3백~4백톤에 이를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헤로인 생산량이 증가됨에 따라 결국 집산지로서의 태국의 역할은 증대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태국은 이제 국제적으로 중남미의 콜롬비아와 같은 주요 마약중심지가 될 소지가 커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고도의 무장과 자금을 갖춘 마약조직이 자생, 국가의 안정을 위협하는 사태가 곧 올지 모른다는 우려는 결코 가장이 아니다.

한편 마약밀매와 사용에 강력한 마약법을 적용하고 있는 인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마약범에 대해 범인인도를 하지 않는 태국 정부의 소극적 입장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마약범을 교수형에까지 처하는 말레이시아에 비해 태국은 훨씬 미오적인 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의 마약문제는 비단이들 동남아뿐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그리고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서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확대된 지 오래다.

유엔통계에 의하면 현재 전세계 마약거래액은 무기시장(1조달러)에 이어 연간 5천억달러로 제2위라는 것이다. 전쟁없는 세계평화를 위해 창설된 유엔이 바로 얼마전 ‘마약없는 국제사회건설’이란 마약퇴치계획을 선언한 것을 보아도 마약위기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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