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증시도 엔貨 절하로 제동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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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규모의 도쿄 증시는 지난 몇 년간 비관론자는 돈을 잃고 낙관론자는 돈을 따는 장세를 보여왔다. 그만큼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증시는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수익률로 보아도 뉴욕의 증권가 월스트리트는 한수 아래였다.

그러나 ‘과대평가’된 도쿄 증시는 지난달말 87년 ‘검은 월요일’로 기억되는 증시 파동 이래 최대의 폭으로 연거푸 세차례나 폭락함으로써 투자가들은 물론 증권 당국을 긴장시켰다. 지난 21, 23, 26일 3일간 이어진 낙폭은 일본 증시 사상 하락폭의 2위, 6위, 4위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일본 증권가에서는 최근의 대폭락의 요인으로 일반 시중은행에 대한 재할인율 인상과 이에따른 금리 인상 우려, 계속되는 엔화 약세 등이 승승장구를 계속하던 증시에 제동을 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일시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다이와(大和) 증권의 서울 사무소 오오다 고이치(太田弘一)소장은 “엔화 가치가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조정기가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없다”며 최근 폭락사태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불식했다. 오오다 소장은 도쿄 증시 폭락의 주요 원인으로, 우선 달러에 대한 엔화의 절하 추세, 둘째로는 지난 연말까지 6개월간 ‘사자’ 일변도의 과열 장세에 대한 반발 매도세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그는 엔화 가치와 이자율이 다시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4월 이후에는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시의 ‘도미노 현상’ 위험 커져

일본 증시의 움직임은 바로 뉴욕, 런던 등 국제 증권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지난 2월26일 도쿄의 주식시장의 폭락세는 대만, 홍콩 증권가에도 그대로 이어졌던 것이다.
오늘날의 증권시장은 몇 년전과는 달리 전자통신과 컴퓨터의 발달로, 보다 예민하고 돌발적인 주가 변동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3년전 뉴욕 증시 대폭락 때에도 그러했듯이 증시에서의 팔고 사는 투자행위가 컴퓨터의 예측과 정보에 의해 똑같은 논리와 결론에 의해 처리되기 때문에 적절한 통제없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가파른 상승이나 급격한 하락이 순식간에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 총액 6조달러(1988년 기준)가 말해주듯이 엄청난 주식시장의 자금력이 국경없이 드나들기 때문에 자금의 왜곡 흐름으로 인한 위험성 역시 높다. 지난해 세계주요 증권시장은 꾸준한 성장속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 완화 정책에 따른 풍부한 자금을 기초로 호황을 누렸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EC 통합을 앞둔 유럽에서는 기업 인수, 합병 열풍이 증시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의 증시가 평균 2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국내외 증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올들어 주요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신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 증시를 휘청거리게 했던 기업 합병의 명수 드레셀 파산에서 보듯이 도박판에 가까울 정도의 치열한 ‘머니 게임’의 소용돌이속에서 돌발적인 사태는 전세계 주요 자본시장에 연쇄적이고도 즉각적인 파급효과를 끼친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른바 증시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소지가 커지고 있다. 아직 외환 거래가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실정이라서 우리 주가는 해외 증시 움직임에 그다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점차 개방의 속도를 더해감에 따라 한국 증시의 해외 시장 노출도가 점차 커져갈 수밖에 없어 해외 증시의 움직임이 ‘강 건너 불 보는’식은 머지않아 끝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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