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使가 함께 가위질 ‘눈부신 성장’
  • 편집국 ()
  • 승인 199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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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불황의 물결을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는 배가 한 척 있다. 인천시 부평동 동수종합시장 빌딩에 자리한 섬유가공업체인 德振産業은 휴·폐업체가 꼬리를 무는 섬유업계에서 악조건을 아랑곳하지 않고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품 전량을 수출하는 덕진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9억원. 이 회사의 吳錫龍사장은 올해 매출 목표액을 12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종업원 1백60여명을 고용한 덕진산업은 수십군데의 일본 바이어들을 확보하고 있는데 삼성, 코오롱, 대우, 대능무역, 소양 트래이딩 등의 무역회사를 통해 그들과 거래한다.

吳씨는 얼마전 일본 다이마루(大丸)백화점과 가계약을 끝내 곧 덕진산업의 제품이 그 백화점에 선보일 것이라고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일본시장의 불황으로 작년에 수출한 한국 섬유제품 재고품이 쌓여 있는 데도 덕진산업의 제품은 일본에서 대단 호평을 받았다고 그는 자랑했다.

덕진산업이 다루는 제품은 울코트. 작년에는 임금을 30% 올렸고 올해에는 20% 인상을 계획할 정도로 높은 임금상승에도 불구하고 탄탄하게 신장세를 지킬 수 있는 까닭으로서 吳씨는 고가품 생산을 꼽았다. “3년전에 재킷에서 울코트로 아이템을 바꿨지요. 재킷을 만들어서 한벌에 3천원을 받다가 지금은 울코트 한벌 임가공하는 데에 5천원까지 받습니다. 재킷을 계속 취급했더라면 지금쯤 덕진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요.” 불황을 이길 수 있게 된 또다른 요인으로 吳씨는 생산성향상을 들었다. 이를 위해 전직원들이 소비자입장에서 생각하고 일하도록 관리한다고 吳씨는 밝혔다. “우리 제품을 우리가 사 입는다는 의식을 심기 위해 노력합니다. 생산성향상을 이루지 못하면 우리 모두 함께 죽는다는 생각을 전사원이 품고 있어요.”

이 회사의 사훈은 성실·협동·신의.  ‘일보다는 사원들의 화합’을 더 중시한다는 吳씨는 이러한 성과가 오로지 사원들의 인화단결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했다. 관리직에 있는 사람이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먼저 현장 청소를 하고 힘든 일을 앞장서서 하는 것이 전직원 화합의 첫걸음이라고 吳씨는 못박는다. “사장부터 종업원들과 함께 미싱, 가위질을 하는 마음을 가지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이 생긴다는 것이다.

덕진산업의 경영 특징은 철저한 부서장 책임제. 어떤 어려운 상황하에서도 부서장이 권한을 가지고 봉제, 재단 등 모든 공정을 관리한다.

올해로 섬유업계 종사 11년째인 吳씨는 봉제공장 미싱기사로 이 일에 발을 들여놓았다. 미싱 1대로 시작해서 지금은 1백50대를 가진 알찬 중소기업의 사장으로 성장했다. 한달에 미싱 1대씩 더 늘린다는 처음의 목표가 초과달성된 것이다. 吳씨는 오는 5월경 정장 신사복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인데 이 새로운 아이템 개발 역시 예정보다 1~2년 앞당겨진 것이다.

그는 앞으로 인건비 상승에 대비하고 품질향상을 위해 시설을 자동화할 생각이다. 4~5명이 달라붙어야 하는 포킷 다는 일을, 새로 개발된 웰팅機를 사용할 경우엔 한사람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1대에 7천만원하는 웰팅기를 들여오기가 그에겐 간단치 않은 일이다. 웰팅기 외에도 5천만원 정도의 시설투자를 할 계획이나 자금사정이 여의치 낳다. “정부의 자금지원이 간절하지만 문턱이 높아 엄두도 못낸다”고 吳씨는 말했다.

담보가 없으면 은행대출은 가히 생각지도 못할 정도인데 세 얻어서 공장을 운영하는 吳씨의 입장에서 담보될 만한 자산이 있을 턱이 없다. 신용보증기금에서 신용장을 받는다 해도 5천만원을 대출하려면 은행 본점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구비서류와 절차가 복잡해 대출을 포기한 상태라고 吳씨는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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