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設話는 ‘오늘’에 존재한다”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9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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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산업사회로 접어드는 우리들에게 설화는 남아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 앞에서 서울대 국문과 趙東一교수(51 · 문학박사)의 대답은 단호하다. “분명히 있다”고 그는 말한다. 설화는 엄연하게 살아있고 창조되고 있으며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설화는 신화 · 전설 · 민담을 포용하는 개념이다.

  최근 ≪삼국시대 설화의 뜻풀이≫를 집문당에서 펴낸 趙교수는 “서양의 성경, 인도의 고대시, 중국의 시경 등이 그들 문화(문학)의 고향이라면 우리들에겐 삼국시대 설화가 민족 문화의 뿌리”라고 삼국시대 설화가 민족 문화의 뿌리“라고 삼국시대 설화의 의미를 북돋운다. 우리 문학의 연원을 철저하게 드러내고 문학과 관련된 이웃 분야의 여러 학문을 위해서라도 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 趙교수의 학자적인 목적이지만, 그에겐 또다른 발간 이유가 있다.

  “인문과학은 텍스트읽기에서 출발한다”고 글읽는 능력을 강조하는 趙교수는 “문학의 연구는 곧 글읽기의 연구”라고 밝히면서 글읽기의 한 모범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이 책이 일반인들과 친해지기를 원한다. 우리 민족문화에 대한 교양이 태부족한 젊은층에서 특히 이 책을 가까이했으면 하는 바람을 그는 갖고 있다. 설화로부터 단절된 세대들이 바로 지금의 젊은 세대인 까닭이다. 그래서 책이름에 ‘뜻풀이’란 친절한 단어를 붙이기까지 했다. 학술서적보다는 교양서적에 가깝게 여겨진다.

  이 책은 크게 원문검토와 문제검토로 나뉘어 있다. 원문검토 부분에서는 삼국시대 설화를 ‘神異한 능력 발휘’ , '神佛의 도움‘ , ’상하관계의 문제‘ , ’남녀관계의 문제‘ 등 주제별로 분류한 뒤 각 설화마다 해설,번역,원문,수석의 순으로 엮었다. 문제점검토편에서는 삼국유사 설화의 기본성격과 불교설화의 특징들, 그리고 구전설화와 삼국시대 설화와의 관계를 견주어보고 있다.

  삼국시대는 귀족과 평민, 종교적이상과 현실 등 제도적 · 정신적으로 이원화되고 양극화된 사회이다. 한시대의 설화는 그 사회구성원들의 욕구를 담아낸다. 설화는 한 시대릐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신분의 특권과 경직된 관념을 타파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 삼국시개 설화를 재해석, 재인식해야 할 이유”라고 趙교수는 말한다. 다시말해 설화는 ‘역사의 골동품’이 아닌 것이다.

  “사회 안의 장벽 제거와 분단극복이 우리시대 신화의 내용과 주제”라고 지적하는 趙교수 는 “화해와 화합, 상반된 것들의 공존이라는 우리시대의 강렬한 욕구들이 삼국시대 설화속에서 풍부하게 찾아진다”면서 설화를 오늘에 되살려야 하는 까닭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아울러 늘 새로운 의미체계로 되살아나는 설화의 함축적 의미가 우리 문학이나 창작전반의 원료로써 사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저서에서 趙교수는 설화가 지닌 함축적 의미를 충분히 드러내려고 했다.

  趙교수에 따르면 설화가 오늘날에도 대단히 큰 기능을 하며 살아 있다. 정치적 유언비어나,언론매체의 폭로성 기사들, 젊은이들 사이에서 놀라운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는 ‘참새시리즈’등이 문학· 영화· · 드라마와 더불어(구비문학)이다.

  “그동안 설화 연구는 문학 · 역사  · 사상의 측면에서 서로 분리된 채 연구외어왔다”고 밝히는 趙교수는 이제 그 세 분야의 시각을동시에 갖고 우리 설화에 접근하는 방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앞으로 그는 우리 국문학의 한 성과로 평가되는 역저≪한국문학통사≫를 수정해서 증보하는 한편, 한국문학과 아시아 제3세계 등 인접문학과의 연관성을 연구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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