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大中에 유리할 제3세력 ‘태풍
  • 서명숙 기자 ()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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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김씨가 대통령후보로 공식화된 지도 벌써 4개월여. 정국의 주도권은 일단 이들에게 넘어가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민의 관심과 초점은 이 두 후보에게 완전히 모이지 않고 있다. 정당과 여러 언론매체의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나는 양김씨 지지도는 약간씩의 편차는 있지만, 50%선(심지어는 40%선)를 밑돌고 있다. ‘새로운 주자’의 가능성이 끊임없이 정가에 유포되면서 유권자들의 의식을 붙들어 놓는 것도 이런 정황 때문이다. 한 원로 언론인은 현재의 유동적인 상황을 가리켜 “예상 외로 많은 사람이 무언가 새로운 영웅, 강력한 대안을 갈망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뭔가 예측할 수 없는 태풍이 올 것 같은 분위기다”라고 묘사한다.

만일 제3세력이 양김 외의 대안을 요구하는 부동표들의 정치적 욕구를 만족시킬 만한 ‘강력한 제3후보’를 만들어낸다면, 향후의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물론 이 변수의 파괴력은 제3인물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또 그를 추대하는 정치세력이 얼마만한 규모로 엮을 것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괴력의 크기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양김 위주의 정치에 반발하는 ‘제3세력’의 결집이 양김씨 모두에게 일정 정도 타격을 주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 가운데서도 민주당 金大中 후보보다는 민자당 金泳三 후보 쪽에 더 불리하고 부담스러운 요소로 작용하리라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선 전통적인 여권 지지기반인데도 지난 총선을 전후해 서서히 ‘離反현상’을 보이고 있는 대구·경북, 충남·대전, 강원 등이 급격하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대구·경북 지역의 김영삼 대표 지지도가 10%선을 겨우 넘는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민자당 상층부가 이 지역에 강력한 정치적 연고권을 행사하는 鄭鎬溶 의원을 끈질기게 영입하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측통은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민자당 이탈현상은 당 지도부가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수위”라고 자인하면서 “하지만 김대중 대표쪽으로 선회할 표는 아니므로 양김구도로 가는 한 다시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선택 가능성이 생겨나면 양상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여권으로선 또다른 부담이 있다. 정국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태풍’이 불게 되면 오랜 갈등과 반목 끝에 겨우 접합된 범여권 진영을 또다시 분열시킬 공산이 크다. 김대표가 전권을 행사하는 민자당 내에서는 정치적 장래를 기대하기 힘든 범여권 세력 일부 마지못해 당에 남아 있는 상황인 만큼, 당 외곽의 풍향에 흔들릴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물론 이탈세력들의 범위는 바람의 크기와 영향력에 좌우될 것이다.

한편 민주당의 김대표 진영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해도 “곤혹스러울 건 없다”는 반응이다. 일부 표가 잠식된다 하더라도 여권 표가 흔들릴 가능성에 비해서는 그 폭이 훨씬 작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양김 구도로만 흘러가면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여권의 의도에 의해서건, 자연발생적이건 간에 원치 않는 ‘영호남 구도’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제3 주자가 등장함으로써 입체적으로 선거판이 형성되는 쪽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낸다. 민주당이 영호남 구도를 극력 피하려는 까닭은 영호남 구도로 대선을 치를 경우 인구 격차에 다른 열세를 만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호남 구도를 흔드는 제3세력의 등장은 김대표에게 궁극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태풍의 풍속과 진행 방향은 미리 점치기 어렵다. 민자당의 김대표에겐 부담, 민주당 김대표에겐 다소 유리하다는 것은 ‘관측’에 불과하다. 제3세력의 결집력과 그 세력이 만들어낼 인물이 누구냐에 따라 양김씨 모두를 위협할 가능성도, 제3세력이 스스로 소멸하고 말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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