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日成 조기은퇴 논란
  • 편집국 ()
  • 승인 199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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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승계설에 반론 제기돼 북한은 “제국주의 음모”

북한의 국가주석직 승계문제를 놓고 분석과 보도들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 국내외 신문·통신들은 북한당국이 오는 4월15일 金日成주석의 78회 생일 직후 국가주석 자리를 그의 아들 金正日에게 넘겨줄 것이라고 보도, 북한의 권력승계가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노동장 총비서직과 국가주석직을 김일성·김정일부자가 나누어 갖는다는 것은 북한의 이른바 수령론에 입각한 권력구조상 있을 수 없다고 국가주석직 조기승계론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북한측은 김일성주석의 조기 은퇴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즉, 이란 주재 북한대사관은 지난 11일 金주석의 은퇴보도와 관련, 그것은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음모”라고 주장했다고 이란국영IRNA통신이 보도한 것이다. 북한당국의 견해가 느닷없이 이란에서 나온 것은 북한의 金永南 외교부장이 당시 이란 등 일부 중동국가들을 방문중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일성의 조기은퇴 문제가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해 11월 김주석의 北京방문 직후였다. 극비리에 이루어졌던 그의 북경방문을 둘러싸고 당시 분석들이 분분했었는데, 그때 일본의 <北海道신문>이 “김일성이 중국방문시 鄧小平에게 은퇴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던 것이다. 이같은 보도는 당시 동유럽 제국 및 소련의 변혁 움직임 등 전반적인 국제정치환경 및 북한의 내부적 상황에 비추어 일단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2월16일 김정일의 생일을 전후해서는 그의 호칭을 둘러싸고 다시 한번 분석가들의 이목이 평양에 쏠렸었다. 김일성주석에게만 사용해온 ‘수령’ 호칭을 김정일에게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 나온 것이 지난달 23일에 발표된 최고인민회의 제9기대의원선거를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의회격인 최고인민회의는 국가주석을 선출하는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라는 점에서 대의원선거의 조기실시는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와 관련,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3월6일에는 <연합통신>이 정부의 북한문제 소식통을 인용, “북한의 김정일이 4월22일 실시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 직후 김일성으로부터 헌법상 국가원수직인 국가주석직을 승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 국내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조기은퇴 전망을 비쳤다. 당시 보도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6개월 앞당겨 실시키로 한 북한당국의 최근 발표를 상기시키면서 이는 최고인민회의를 김정일체제로 개편, 김을 국가주석으로 추대하기 위한 전초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이 문제는 다시 일본의 <교도통신>이 지난 9일 중국 정부소식통을 인용, “북한 주석 김일성이 자신의 78회 생일 직후 권좌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보도함으로써 또한번 주목을 받았다.

북한의 국가주석직 승계문제는 북한의 특성상 정확히 언제 이루어질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 시기가 중요한 것이라기보다 최근의 일련의 보도와 관련, 중요한 단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의미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즉 북한은 지금 급격한 국제정치환경의 변화 앞에서 아직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하나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나 만약 국가주석직이 김정일에게 승계된다면 이는 북한의 대외·대남정책의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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