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냉전의 戰勝國은…
  • 박중희 (객원편집위원) ()
  • 승인 199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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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보면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한가지 할 만한 일이 있다. 서방세계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산권에보다도 오히려 서방쪽에 많은 듯한 요즈음이어서 하는 말이다. 더욱이 그런 ‘고르비 팬’들이 보통사람들만도 아니다. 천하의 <뉴욕타임스>,《타임》, 세계의 소위 ‘리버럴’族들, 대한민국, 여자極右들까지 낀다. 인기도 이 정도면 ‘부시’쯤은 속된 말로 ‘저리가라’다.

아마 그래서 퍼진 소문이기도 하겠지만, 고르바초프가 모스크바에서 끝내 견디다 못해 쓰러지게 되면 그는 미국으로 이민가 대통령에 출마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땅짚고 헤엄치기로 당선될 건 보나마나란다.

얘기가 이쯤되면 그건 인기가 아니다. ‘개인숭배’다. 그것도 보통의 것이 아니다. 개인의 숭배나 우상화는 공산권 지도자가 제 자신을 위해 만들어내는 게 보통이다. 말하자면 조작된 ‘ 自??自??’이다. 고르비의 경우 그것은 남, 그것도 어제까지 敵이었던 사람들이 해주는 ‘他??他??’이다. 여차하면 미국대통령에라도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먹는대도 무리일 게 없다.

◆…그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보통 인사들이 아니라는 게 보통이 아니지만 그들이 그를 찬양하는 ‘품’도 보통은 아니다. 작년말 그를 ‘80년대의 인물’로 뽑은 미국의《타임》지가 쓴 말에 이른바 ‘설계된 혼돈(Controlled chaos)'이란 말이 있었다. 찬양도 이 정도면 극치에 가깝다. 설계된 혼돈이란 딴 말이 아니다. 얼핏 걷잡기 어렵게 벌어지는 듯 보이는 난장판이 사실은 다 계획·계산된 수작이라는 것이다.

한가지 예로 지난 2월26일 모스크바에선 소련·체코 두나라 정상간에 말하자면 이런 대화가 있었다- “나가시오”(하벨), “좋소”(고르바초프). 이렇게 이루어진 그들간의 합으로 체코에 잇는 소련군이 내년 7월1일까지 모두 철수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20여년전에 두나라 수뇌간에 있었던 비슷한 대화-“물러나시오”(브레즈네프), “좋소”(두브체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두브체크의 ‘좋소’는 자기가 원해서의 ‘좋소’는 아니었다. 고르비의 ‘좋소’는 처음부터 바로 제 자신이 원해온 ‘좋소’다.

그걸 좀더 풀어놓으면 이쯤의 얘기가 된다-소련에 있어 체코등 소위 위성국들이나 바르샤바조약기구 등의 일차적인 가치란 그것이 자신을 위한 안보적 外廓을 이루었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방대한 재정지출도 감당해왔다. 안전은 이제 이런 게 없어도 보장된다. 원가, 안보란 그런 데 있질 않았다.

그리고 고르바초프의 ‘新思考’로 동유럽이 소련권에서 떨어져나갔다고 하자. 그러나 그것이 제기한 냉전의 종식으로 서독과 일본 역시 미국권에서 떨어지고 멀어진다고 해보자. 고르비로서의 손익계산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거나 흑자다….

그러니까 같은 ‘좋소’라도 같은 ‘좋소’는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게 일리있다 싶기도 해지는 게 한 학술지《퍼시픽 리뷰》(옥스포드대학 출판사 刊) 근간에 보니까, 닉슨·카터 정부의 경제고문을 지낸 일도 잇는 인사(Jeffrey E. Garten)가 기고문에서 이런 식의 말을 하고 있는 게 보인다 - 동·서냉전에서 이긴 것은 누구냐? 당신은 그 대답으로 “미국이다”하고 싶을 것이다. 어림없는 얘기다. 이긴 것은 서독과 일본이다. 냉전 45년에 애쓰고 수고한 건 미국이다. 도대체 냉전이 시작된 건 독일과 일본사람들 탓이었대도 어폐는 없다. 그러고 보면… 사람 환장할 지경이라는 게 그 줄거리다. 그렇다는 까닭이야 뻔하다. 미국·소련이 냉전이다 군비경쟁이다 하다가 하루아침 깨보니까 어렵소, 고생은 자기들이 했는데 돈은 일본·독일사람들이 벌어 “내노라”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의 표본적인 케이스래도 괜찮다.

독일이나 일본사람들 말 빌릴 것도 없이 그렇다고 남을 샘내고 투덜거릴 건 없다. “누가 군비경쟁만 하고 있으라고 했느냐”말이다. 그런 무모, 무리, 무위를 본 게 소련의 국가적 ‘非병영화’ 등을 포함한 고르비의 페레스트로아카요 그 형안이다…(그의 팬들의) 찬양도 이쯤되면 그건 가위 ‘컬트(Cult)', 우상숭배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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