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모형박물관 만들겠다”
  • 송 준 기자 ()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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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제작 외길 30년 기흥성씨…유적·국토발전·올림픽 기념관 꾸밀 예정


‘모형 박사’ ‘모형계의 대부’ ‘한국 모형제작의 선구자’…. 30년 동안 모형제작 외길을 걸어온 奇興聲씨(55·기흥성모형공사 대표)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한강종합개발·여의도종합개발·서울 지하철·충주댐 등 대형 공사를 위한 시험모형에서부터 63빌딩·올림픽경기장·광양제철소·세종문화회관, 서울시 전체를 보여주는 축소 모형, 그리고 독립기념관, 중앙박물관에 전시된 황룡사 9층탑, 경회루 등 각종 문화재 축소 모형에 이르기까지 이름이 알려진 건축 모형은 거의가 기씨의 손을 거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건축·토목용과 유적 복원·보존용 모형의 70%는 내 손으로 만든 것”이 라고 기씨는 자부한다.

기씨는 그동안 제작한 축소 모형을 한자리에 모아 ‘축소모형박물관’을 만들 작정이다. 그래서 지난해 경기도 양평에 2만평의 부지를 마련하고 기초 작업에 들어갔다. 축소모형박물관은 유적과 전통 건축물 모형을 주로 전시하는 전통건축관, 경부고속도로·한강종합개발 등 토목용 모형을 보여주는 국토발전관, 그리고 올림픽 기념관의 세 부문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미니어처는 원래 공원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미니어처는 모형의 종류 가운데 하나이다. 모형은 사물을 축소·확대하거나 실물 크기로 제작한 기물로 대개 축소 모형을 지칭한다. 기능에 따라 크게 다섯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문화재 모형이다. 문화재의 복원과 보존이 그 목적이다. 또 하나는 자동차 모형·전자제품 모형·항공기 모형 등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은 건축 및 토목 모형으로 공사를 앞두고 설계도만으로 알 수 없는 변수를 미리 알아내고 시험을 통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제작한다. 각종 조형물 및 디오라마모형(《시사저널》106호 참조) 등 주로 전시를 목적으로 하는 것과 영화·텔레비전·광고 촬영을 위한 특수 촬영용 모형이 그 나머지이다. 처음에는 특수 촬영용 모형만을 미니어처라고 불렀는데 차츰 전시용 모형, 나아가 축소 모형 전체를 미니어처로 통칭하는 경향이 생겼다. 미니어처 공원은 모형제작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보는 기쁨’의 측면을 부각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모형제작은 기술 아닌 예술

1962년 모형과 인연을 맺은 기씨는 건축가 고 金壽根씨가 수석부사장으로 있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에 입사하면서 전문가의 자질을 발휘했다. 기씨가 김씨의 설계도에 따라 건축 모형을 만들면, 이를 보고 김씨는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거쳐 완벽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 이후로 기씨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도맡는 한편, 새로운 자재와 기법을 개발해 한국 모형제작의 선두에 섰다.

지난 82년 2월부터 3개월간 세계 모형제작의 현장을 두루 답사하면서 기씨는 미국 일본 독일 등 모형계에 이름을 알렸다. 기씨는 “제작 공정 가운데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어떤 재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용도와 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모형제작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문제는 아직도 모형을 절묘한 장난감 정도로 인식하는 국민의 편견과 영세한 자본, 그리고 전문 인력의 층이 엷다는 것이다”라고 기씨는 말한다. 최근 영종도개발계획과 대전엑스포 마스터플랜을 위한 모형을 제작 중인 기씨는 특히 팔당대교와 신행주대교의 붕괴를 계기로 서울대에서 의뢰해온 風動실험(다리가 바람과 물살의 변화를 견디는 정도를 측정하는 실험)용 모형이 합격 점수를 받은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풍동 실험이야말로 모형의 최고 기술을 요구하는 분야”라고 기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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