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進 준비하는 대륙의 黃砂바람
  • 김선엽 기자 ()
  • 승인 199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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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안과질환 경보… 외출후 옷 갈아입고 자주 씻어야

“한번 올라간 것은 꼭 떨어지게 마련”. (What goes up must come down) ‘대기오염’의 원리를 이 서양속담 보다 잘 설명하는 말은 흔치 않을 것이다.

매년 4~5월이면 어김없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黃砂 역시 이 원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발생지는 한반도로부터 수천리 이상 떨어진 중국의 북부, 오르도스-고비-티클라마칸으로 이어지는 사막과 그 주변의 광대한 황토지역이다. 면적은 한반도의 약 2배고, 準황토지역도 한반도보다 넓은 25만㎢.

이 ‘대륙의 먼지’가 꿈틀대기 시작하는 4월은 황토의 봄. 지극히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지면은 달아오른다. 이때 남몽고 지방에서는 고기압권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기폭제가 되고 이어 강풍이 동반되면서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진 먼지는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지상 4~6km  정도의 고도에 오른 황토는 ‘제트기류’에 무임승차, 東行하는데 이것이 황사다.

이 황사는 중국동부지역, 한반도를 거쳐 일본을 지나 태평양 한가운데까지 비행하게 된다.

중국 본토 다음으로 수천년 동안 피해를 감수해온 지역이 한반도. 환경처 등의 분석에 의하면 환경기준치(1백50ppm)보다 최소 2배에서 최고 7배 정도의 농도를 가진 황사가 매년 한반도에 날아오고 있다. 황사는 한반도의 절반 가량을 덮고 지나갈 만큼 영향을 끼치는 범위가 넓다.

과기처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황사에 대한 가장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황사현상이 있을 때 서울의 먼지 농도는 평소보다 3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중의 알루미늄 농도는 9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알루미늄은 식물 등의 성장을 저해하는 금속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황사의 주성분은 규소, 알루미늄, 칼슘, 철, 마그네슘 등의 산화물이다. 이들 중 일부성분은 아황산가스의 산성화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산성비와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생각하고 있다.

매년 황사현상이 계속될 때마다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호흡기질환과 안과질환이다. 숨쉴 때 공기중의 먼지는 일단 코나 기관지, 폐 등을 거치면서 어느정도 걸러지는 데 반해, 입자의 크기가 특히 작은 황사는 세포속에까지 침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기관지염이나 천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황사가 일어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 건강한 사람도 황사가 원인이 되어 질환에 걸릴 수 있으므로 특히 심한 날에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권한다.

황사에 의해 유발되는 안질환은 대부분 알레르기성인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먼지 등이 안구를 자극, 충혈되거나 일시적으로 시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는 평소 눈에 먼지가 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데 이럴 경우, 눈을 비비지 말고 깨끗한 물로 씻어내는 것이 좋다. 또 황사기간에는 목욕을 자주 하고, 외출후 옷을 갈아입는 것이 각종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농작물이나 화초 등도 황사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흙먼지가 나뭇잎의 숨구멍을 막고, 햇빛을 차단함으로써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위성까지 동원해 피해 연구

황사가 이처럼 인간이나 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황사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미흡한 상태다. 환경의학자들도 황사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사무실이나 산업장에서의 먼지 등에 대한 연구를 원용, 황사의 영향을 추론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인근 일본의 경우, 기상위성까지 동원, 황사의 이동 경로는 물론 황사층의 두께, 분포범위, 성분 등을 매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지로 인한 피해를 대표하는 질병은 塵肺症이다. 진폐증은 다시 피해를 입히는 먼지의 종류에 따라 여럿으로 나뉘는데, 규소성분의 영향으로 일어나는 규폐증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알루미늄, 각종 금속화합물 등으로 인한 알루미늄폐증, 금속진폐증 등이 있다. 주목할 것은 황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 규소, 칼슘, 알루미늄 등으로 빈발하는 진폐증의 원인 성분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규소, 칼슘, 알루미늄 등의 농도가 병을 일으킬 만한 수준인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다. 그러나 진폐증은 대부분 폐결핵, 폐기종, 폐암등을 합병증으로 동반하는 특성이 있다. 외국의 일부 학자들은 먼지가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황사의 영향권 아래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은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황사가 최근 급격히 공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 해안지방을 거쳐 오고 있어 황사 본래의 성분이 아닌 다른 오염물질도 함께 유입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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