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토속성 반영하는 랩댄스
  • 편집국 ()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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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랩은 사랑타령 ‘캔디 랩’… 정통 랩은 메시지 전달 강해



 ‘서태지와 아이들’이 급성장한 요인으로 무엇보다 과감한 랩과 첨단 기계음악인 리믹스, 그리고 자신들이 개발한 랩댄스인 ‘회오리춤’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이른바 리믹스 음악을 처음 도입한 유대영씨(전 서태지 매니저)는 “흔히 리믹스라고 부르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편곡 기법은 사실은 샘플 뮤직이다”라고 밝힌다. 유씨에 따르면, 리믹스는 오리지널 음악의 테마를 바꿔 새로운 패션으로 만드는 것이다. 샘플 뮤직이란 ‘샘플러’라는 편집기를 이용해, 신시사이저나 어쿠스틱 악기로 표현할 수 없는 음악적 효과음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샘플러기 말고도 드럼 머신(기계를 통해 드럼 효과를 내는 기기)이 활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효과음이 들어 간 것을 모두 리믹스로 통칭하는 경향이 있다”고 유씨는 덧붙인다.

 랩댄스는 발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몸을 앞뒤로 출렁거리듯 흔들며 점프 동작을 자주 보이는 춤을 말한다. sbs 무용단장 설도윤씨는 “랩댄스는 솔·펑키·디스코·브레이크댄스 등 춤이 발전해오는 동안 축적한 격렬한 동장을 모두 한자리에 모은 것 같다”고 말한다. 설씨는 “특히 춤이 진화해갈수록 아프리카 토속춤의 형태를 띠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무국적 랩’ 벗어나야 한다

 랩은 흔히 미국의 흑인 빈민들이 길거리에서 중얼거리던 일종의 말장난이 음악적 형태로 표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DJ 김광한씨는 이에 대해 “아프리카 원주민이 노예로 팔려올 때 이미 랩적인 요소는 흑인 속에 살아 있었다”고 밝힌다. 랩이 정식 음반으로 일반에게 소개된 것은 79년 흑인그룹 ‘슈거 힐 갱’이 부른 <랩 가수의 환희>가 인기를 끌면서부터이다. 가사를 빠르게 읊조리는 특성, 즉 강력한 메시지 전달력에 힘입어 랩은 흑백간 인종차별과 인권문제를 고발하는 강한 정치적 비판 성향을 띠며 흑인 팬을 기반으로 뿌리를 내렸고 아직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씨 따르면 미국에는 대략 3가지 랩이 있는데 정치 비판을 주로 하는 ‘저항 랩’과 사랑타령 위주인 ‘캔디 랩’ 그리고 섹스를 소제로 한 ‘섹시 랩’이 있는데 심한 경우 포르노를 방불케 하는 랩도 있다.

 지난 80년 이후 디스크 산업의 발전으로 랩은 유럽·중남미·동구권·아프리카·아시아 등 전세계로 파급돼 90년 이후 강세를 보이다가 지금은 대체로 주춤한 편이라고 한다. 유럽과 제2세계, 그리고 제3세계에서 많이 부르는 랩은 대체로 진지한 사회 고발을 주 메시지로 하고 있다.

 한편 한국 랩의 효시는 나미와 붐붐이 부른 ‘인디언 인형처럼’이라고 하는데, 한결같이 사랑타령을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랩은 ‘캔디 랩’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말의 억양과 발음을 억지로 비틀어 조형하거나, 사이사이 영어를 집어넣는 등 우리 것도 미국 것도 아니고 메시지도 없는 ‘무국적 랩’을 양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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