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더에 家族史 담는다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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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없는 인물 촬영은 금물 … 자주 찍고 자연스러움 살려야



 첫 아이 출생 무렵인 10년 전부터 비디오 촬영을 취미로 삼아온 박홍우 변호사는 뜻깊은 장소에 갈 때는 카메라 대신 캠코더를 둘러멘다. 아이의 성장 모습이나 여행의 기억을 되새기고 싶을 때도 앨범을 일일이 뒤적여야 하는 사진보다 "움직이는 영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현장의 목소리가 살아있는" 비디오테이프를 더 즐겨 본다. 결혼식·회갑연·졸업식 등 각종행사장에 가면 박변호사와 같은 캠코더 예찬론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행복을 담는다. " 환하게 웃는 엄마를 모델로 하는 이 문구는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른바 홈비디오 시대의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금성사와 대우전자도 캠코더 시판에 주력하는 것은 피장파장이다. 각사의 제품은 망원렌즈의 배율, 수동 및 자동 조절 장치의 겸비, 특수 기능 등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를 뿐 그 성능은 거의 비슷하다.

 일본 전자산업의 발명품인 캠코더(CAMCORDER)는 카메라와 레코더를 합성한 말로, 비디오카메라와 녹화·재생할 수 있는 VCR 기능이 일체화되어 있다. 캠코더는 방식에 따라 8㎜·VHS·VHS-C 등으로 나눈다(도표 참조). 가정용 VCR와 호환성이 있는 VHS 방식은 결혼식·장례식·회갑연등에서 영업을 목적으로 촬영하는 직업 사진기사들이 주로 사용한다. 가정에서는 소형이면서도 장시간 기록이 가능한 8㎜ 방식을 선호한다.

 첨단 전자산업의 발달로 인해 신상품 캠코더도 금방 낡은 것이 되어 평균 수명은 겨우 3~4개월밖에 안된다. 이 때문에 품질에 집착하는 매니어들은 끊임없이 새로 개발되는 신상품에 탐닉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캠코더 수준이 일정 수준에 올라 있으므로 신상품에 대한 관심보다는 가지고 있는 캠코더로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근래 개발된 캠코더는 소형화·경량화의 실현은 물론 거리·노출·색온도(화이트밸런스) 등 각종 조절 장치의 자동화와 함께 가격도 70만~80만원대의 저렴화를 꾀함으로써 '누구나 찍을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운다.

자동 기능 만능 아니다

 그렇다면 '생각이 담겨있는 좋은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굳이 영화적인 기법이나 카메라 테크닉에 집착하지 말고 화면을 안정시켜, 일기나 편지를 쓰듯 차분히 기록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 가족이나 주변 상황을 찍을 때도 화면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객관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치원 행사를 찍을 때 테이프 전체에 온통 자기 아이의 얼굴로 채우는 일은 초보자가 흔히 저지르는 잘못이다.

 계몽문화센터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비디오 촬영 기법을 강의하는 채널4프로덕션 이경주 제작실장은 "초보자일수록 구도가 맞지 않거나 카메라가 안정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신기하다고 멋대로 촬영해보았자 결과는 아무 것도 봐줄 수 없는 어지러운 화면만 남게 되는 것이다. 숙달된 촬영을 위해서는 많이 찍어야 한다. 이실장은 "평소 장롱 깊숙히 넣어두었다 특별한 날만 꺼내 찍는 버릇을 버리고 적어도 열흘에 한번 정도는 촬영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는 또 "모든 조작 장치가 자동화되어 있다는 점이 오히려 함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색온도 자동조절장치를 예로 들면 햇빛·형광등·전열등 같은 광원에 따라 화면의 색조가 달라지는데도 자동 장치는 일률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오류 발생률이 많다는 것이다. 노출도 마찬가지다. 밝은 배경 앞의 인물을 자동 노출로 찍으면 결과는 배경만 잘 나오고 인물은 제대로 안 나온다. 뛰어 노는 아이를 촬영할 때도 자동으로는 흡족한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 아이의 움직임에 따라 여러개의 초점이 생기는데 초점 자동 조절 기능의 변환 속도가 움직이는 속도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수동 조절이 더 효과적이다.

 기계 조작 이외에도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따라 촬영 방법이 달라진다. 각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몇가지 원칙을 한국비디오 영상회 황왕수 이사장으로부터 알아본다.

 실내에서 낮에 촬영하기 : 창쪽을 등에 지고 순광으로 촬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때 자기 그림자가 화면에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한다. 낮이라도 전등빛을 써서 촬영하는 경우에는 창문에서 들어오는 광선은 막아주고 색온도를 전등용으로 조정해야 한다. 전등빛과 햇빛이 혼합된 상태에서는 화면의 색조가 엉망이 된다.

 밤에 촬영하기 : 색온도를 반드시 라이트에 맞춘다. 초심자가 라이트를 사용하면서 카메라를 수시로 이동해야 할 때는 카메라 위에 라이트를 붙이는 것이 좋다. 라이트는 한 장면마다 반드시 켰다가 꺼서 열을 식히면서 사용한다.

어린이 성장 기록

 아이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도록 하면서 자연스런 표정이나 행동을 담는다. 출생 병원·병실 번호·명찰 등을 수록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아이가 이미 켰다면 그때까지의 사진을 복사하여 비디오 앨범으로 만드는 것도 좋다. 백일·돌 같은 특정한 날을 위해서 일상적인 기록은 간결하게 하되, 조금씩 자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촬영시간만큼 재생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중요한 것을 효과적으로 찍는 훈련을 해야 한다.

 실내에서 아이 촬영하기 : 노는 데 열중한 모습은 길게 돌리고, 아이가 움직이고 있을 때는 각도를 바꾸면서 짧은 컷으로 찍는다. 화면 변화를 위해서 장난감·그림책·TV 만화 장면도 넣는다.

 생일·명절 등 파티 때 : 화면 첫머리에 생일 케이크나 크리스마스 트리 등으로 무슨 날인지를 설명한다. 주인공을 표현하기 위해서 초심자도 줌 렌즈 사용을 시도해본다. 초심자에게는 줌인보다는 줌백이 쉽다.

스포츠·레저 촬영

 촬영할 순간을 놓쳐서는 안되며 게임의 경과나 동작의 연속성이 중요하므로 카메라맨은 경기 규칙을 알고 있어야 한다.

 테니스·배구·축구 : 경기 전체가 잘 보이는 약간 높은 곳, 대상 인물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곳에 카메라를 놓는다. 단순히 대상인물 뿐 아니라 공의 방향과 상대방 동작까지 잡는다. 동작에 연속성을 갖도록 해야 하며, 연결이 잘 안될 때는 스코어 보드나 관중·심판이나 동작의 클로즈업 등 인서트 컷을 적절히 살린다.

 스케이트·스키·수영 : 심한 추위에는 배터리가 작동하지 않으므로 방한 커버를 준비한다. 얼음이나 눈 위에 캠코더를 놓아서는 안 된다. 스키장에서는 순광이라도 역광과 같은 촬영 조건이므로 역광보정장치를 사용하는 편이 이상적이다. 수영은 카메라를 한곳에 두지말고 수영하는 대상을 따라 이동하면서 촬영한다.

 한편 촬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테이프 간수이다. 비닐에 산화철을 입힌 테이프를 자력이 있는 텔레비전 옆에 놓으면 그림의 변형을 일으키기 쉽다. 또 편집 과정을 거치면 수명이 짧아지므로 홈비디오는 촬영 후 편집보다는 '촬영 전 편집'이 바람직하다. 테이프는 반드시 케이스에 넣어 직사광선이 닿지 않고 통풍이 잘되는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장기간 보관해야 하는 테이프는 자주 꺼내 보거나, 빠르게 풀었다 감아주어야 녹화 장면이 겹쳐지는 전사나 퇴색 현상을 막을 수 있다.

 테이프의 수명은 보관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10년을 넘기기가 어렵다. 따라서 아이가 성년이 된 후 아이의 성장 기록이 담긴 테이프를 선물로 줄 생각이라면 도중에 반드시 복사해 놓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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