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재림 예수인 총재님의 신부이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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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도들이 성폭행당하는 3단계 메커니즘 분석

 
정명석 총재에 대한 고발과 폭로가 끊이지 않는데 왜 여신도들은 성폭행을 당하기 직전까지 그를 믿는 것일까?  <시사저널>은 지난 1999년 이래 정명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한 피해 여성 일곱 명과 인터뷰해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입교에서부터 성폭행이 있기 직전까지 과정을 분석해보았다. 대체로 30개론 전파 → 정명석 추앙 → ‘신부 교육’으로 이어지는 3단계 메커니즘으로 나눌 수 있었다.

1단계 : 정명석 코드 = 30개론
 JMS 신도들이 친구를 전도할 때 가장 먼저 꺼내는 비술은 30개론이다. 30개론이란 JMS 교리 가운데 30가지를 가려 뽑은 이론으로, 성경이 비유·은유적 표현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창세기 아담과 이브가 뱀이 유혹을 받아 선악과를 따먹어 원죄를 짓게 되었다는 부분은 ‘이브가 사탄(뱀)과 성관계를 이후 아담과 이브가 하나님의 허락 없이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비유해 적은 것이라고 말한다. ‘따먹었다’는 말의 중의적 표현이라든지, 이브가 임신의 고통을 얻게 되었다든지, 선악과를 먹은 이후 음부를 나뭇잎으로 가렸다든지 하는 성경 구절은 이 가설을 그럴듯하게 만든다.

또 성경에서 ‘구름’이란 군중을 비유한 단어로, 구름을 타고 예수가 재림한다는 말은 군중을 이끌고 온다는 뜻이라고 풀이한다. 마찬가지로 ‘불’은 ‘말씀’을 비유했다고 해설한다. 해당되는 비유어로 바꿔 넣으면 신기하게 들어맞는 부분이 있다. 처음 30개론을 접하는 대학생들이 신기해 하는 이유다. 개중에는 보통 교회에서는 들을 수 없는 성경의 숨어 있는 비밀 코드를 해독했다는 느낌을 갖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30개론은 ‘다빈치 코드’를 능가하는 ‘정명석 코드’다. ‘신의 기호를 나만이 알고 있다‘라는 선구자적 도취감은 고학력 신자일수록 강해, JMS에 더 쉽게 빠져든다. 2003년 홍콩에서 정명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한 여성 고희정씨(가명)는 “30개론은 기존 기독교에서 풀어주지 못하던 과학과 종교 간의 괴리감을 해결해 주는 듯이 보였다”라고 술회했다.

그러나 실은 30개론의 주요 내용은 정명석 이전에 이미 기독교계 일각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것이었다. 통일교가 대표적인데, 통일교도 똑같이 창세기 선악과 구절에 대해 뱀(사탄)과 이브가 음란한 행위를 해서 원죄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후발 주자였던 JMS는 통일교 원리강론을 더 세련되고 간결하게 다듬은 셈이다.

2단계 : 정명석이 예수라는 사실을 숨겨라
JMS 교단은 새 신자가 30개론을 충분히 익히고 교단 커뮤니티에 포섭되기 전까지는  정명석 총재가 재림 예수라는 공언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심지어 JMS 교회를 다니면서도 자기 교회가 JMS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새 신자가 30개론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고, JMS 신도들과 친분이 두터워지게 되면 그제서야 넌지시 30개론의 주창자 정명석을 띄운다. 고씨는 “처음에는 정명석은 그냥 훌륭한 젊은이들이 따르는 지도자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충남 월명동(교단 본부)에서 신도들이 정씨를 재림 예수로 떠받드는 것을 접하며 나도 자연스레 그렇게 믿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3단계 : 너는 나의 신부(新婦)다
JMS는 이성 교제를 엄격히 단속하기로 유명한 교단이다. 하지만 정명석은 예외다. 지난 3월18일 JMS 탈퇴 신도들이 중심이 된 반JMS 시민단체 ‘엑소더스’는 교단에서 조직적으로 어린 여성 신도들을 정명석에게 바치는 증거라며 문건 몇 장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16~29세 까지의 여성 6명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전신 사진이 있으며, 신체 사이즈와 함께 해당 여성들이 정명석에게 보낸 ‘연정의 편지’가 첨부되어 있다.

JMS측은 이 사진에 대해 “교단에 예술단이 있고 예술단 산하에 모델부·치어리더부가 있다. 확인한 결과 실제 모델부 신도가 한두 명 있기는 했다. 언제 사진을 찍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추측건대 모델부 내에서 심사할 때 쓰기 위해 비공개로 촬영한 사진으로 보인다. 우리 교단은 취미 활동을 장려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사진보다 편지 내용이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손목시계 잘 받았습니다’라는 식으로 정명석이 하사한 선물을 언급하는 가하면 ‘신부 ○○○ 올림’ ‘하늘의 신부답게’ ‘하늘의 멋진 신부 ○○’라며 자신을 신부(新婦)로 표현하고 있다.

JMS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구약 4천 년은 주인과 종의 관계, 신약 2천 년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새 시대 1천 년은 부부 관계라고 가르친다. 하나님과 부부 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개념은 하나님과 섹스도 할 수 있다는 발상으로 이어진다. 최근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한 장 아무개씨(21)는 “중국 출국 전 ‘교육’이라는 걸 여러 차례 받았다. 예를 들면 언니 신도가 ‘○○는 하나님을 너무 사랑해서 주님과 섹스도 하고 싶대. 그런데 너는 어떻니?’라고 유도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장씨는 분위기상 “나도 그렇다”라고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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