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값을 올려 달라”
  • 이흥환 차장대우 ()
  • 승인 1994.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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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식업계의 목소리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한국 화교들의 요구 사항이다. 화교가 경영하는 이른바 ‘중국집’의 상징적인 음식이자 가장 대중적 품목인 짜장면과 우동 값을 최소한 한국의 대중음식인 곰탕이나 설렁탕 수준으로 올려 받도록 행정 제한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한국 화교 역시 백여 년 전부터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자신들을 무조건 외국인 범주에 넣어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보이지 않는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한성화교협회 劉國興 회장은 “한국 거류 화교의 대다수는 3~4대째 살고 있다. 한국은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무주택화교들을 위해 아파트 추첨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 짜장면 값의 경우 20년 전에는 곰탕과 같았으나, 지금은 차이가 상당하다”하고 말한다.

‘추억’에 묻히는 차이나타운 “재건하자”
 이뿐이 아니다. 화교는 점포도 50평 이상 가질 수 없고, 주거지는 2백평을 넘을 수 없다. 외국인 토지법 규정에 따른 제한이다. 점포가 50평으로 제한된 상태에서는 중화요리점을 운영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대만의 단교는 한국 화교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들이 소지한 외국인 체류허가증에 표기된 국적명은 ‘대만’이다. ‘중화민국’으로 바꾸어주든지, 한국-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그것이 힘들다면 ‘자유중국’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달라는 것도 요구사항 중 하나다. 체류 기간을 현재의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것도 건의해놓고 있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화교 2세 張아무개씨는 화교 사업가로서의 고충을 이렇게 털어놓는다. “사업하는 사람은 은행 거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은행 대출이 어렵다. 대출은 고사하고 은행 신용카드라도 발급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장씨는 얼마전에 어렵사리 은행 신용카드를 손에 쥐었다. 로터리클럽 회원 자격으로 단체 발급된 신용카드다.

 대만의 한교가 공무원이 될 수 없듯이 한국의 화교도 공무원 진출 길이 막혀 있다. 음식점 외에 가장 많은 직업은 한의사와 약사다. 차이나타운이라는 집단 상가는 앞으로 보기 어렵게 생겼다. 서울 소공동 골목에 형성됐던 ‘물만두’거리도 이제는 추억거리로만 남아있고, 서울 연남동의 화교학교를 중심으로 1백50여 가구의 주거지만이 화교촌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韓正華씨(49)는 올가을에 자기가 경영하는 36년 전통의 중국음식점 豊美의 매장을 넓힐 계획이다. 가게앞에는 중국식 붉은 기둥도 세워 스러져가는 차이나타운의 옛 정취를 살릴 작정이다. “중국인의 기억에 남아 있는 차이나타운은 바로 여기다. 화교의 발원지이자 정착지인 여기에서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 돌아와야한다. 여기가 바로 차이나타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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