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음파 실험, 고래는 괴롭다
  • 장 미셀 쿠스토 ()
  • 승인 1994.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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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해양환경의 음향 및 온도 측정’(ATOC) 문제가 갑자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과학자들이 해양 환경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바다에 음파를 발사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과학 실험의 윤리 문제에 일치된 의견을 가진 사람들 간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해양에 대한 음향 · 온도 측정을 주창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댄 코스타와 산타 크루스, 코넬 대학의 크리스 클라크 교수는 바다 속에서 음속을 측정하려고 한다. 소리는 물이 따뜻할 수록 더 빨리 전달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수중 음속으로 바다의 수온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코스타와 클라크는 해저 8백50~9백50m의 ‘심해 음역권’에 통 모양 송신기들을 설치하고, 국지적인 기온 변동을 피해 지구 전체에 상관성을 가진 결과를 얻고 싶어한다. 지구의 해양은 에너지를 흡수하고 기후를 조절하는 ‘자동 온도 조절장치’ 기능을 수행한다. 그 때문에 해양 음향 · 온도 측정은 지구 온난화 현상을 감시하는 우리의 능력을 크세 높일 수 있다

 ATOC 프로젝트는 우선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에서 시범 실시되는 등 현재는 소규모지만, ATOC 지지자들은 앞으로 미국 국방부 고등연구사업국의 지원을 받아 전지구적인 송출 · 수신 지국망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 계획이 환경 연구의 꿈을 실현시킬 것이라고 기뻐하겠지만, 나머지 사라들에게는 자연을 해치는 악몽처럼 들릴 것이다.

지국 온난화 측정 위한 음파, 잡음인가 복음이가
 음파는 바다에 사는 모든 포유동물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극심한 소음이라고 널리 알려졌다. ATOC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66만 7천마리 이상의 고래 · 물개 · 하마 따위를 괴롭혀도 괜찮도록 허용해 달라는 신청서를 국립해양어업기구(NMFS)에 제출했을 때 논쟁은 극에 달했다. 고래가 먹고 헤엄치고 통신하기 위해서는 청각이 중요하기 때문에 ‘귀먹은 포유동물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라는 반대자들의 주장은 당연하다.

 역설적인 것은, 현재 논의하고 있는 실험은 해양 포유류 전문자들이 주도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런 기술이 개발되어 생태계 전반의 건강성이 무시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었다. 그들의 목적은 음향 · 온도 측정 10개년계획을 전면 시행하기 전에, 이 계획이 포유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실험은 4시간당 20분씩 2년간, 비교적 낮은 주파수인 70Hz로, 초대형 유조선이 내는 소리보다 조금 더 큰 195dB의 낮은 소리를 내는 것이다. 해양 포유동물들은 소리에 극히 민감하다. 그리고 송신기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서 잠깐 또는 영원히 청각을 잃을 수도 있다. 이 계획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열세 가지 포유동물이 피해를 입을 뿐이라고 지적했는데, 여기에는 향유고래 · 혹고래 · 범고래 · 바다코끼리와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표범이 포함된다. 바닷속 깊이 살아 이번 실험으로 특히 심하게 피해를 당할 동물들로는 향유고래 · 바다코끼리 · 부리있는고래가 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그들은 이 실험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코스타는 “현재 우리는 낮은 주파수 소리가 해양 포유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라고 말한다. 이 계획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은 해양 포유동물이 선박의 항해나 해양 폭발, 지진에서 발생하는 더 심한 소음도 견뎌왔다는 주장하면서 자기들을 변호하려고 한다. 클라크는 해양에 대한 음향 · 온도 측정이 바다 소음을 ‘단 1%도 증가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달후시 대학의 해양 생물학자인 린디 웨일가트와 할 화이트헤드, 노바 스코티아는 소리의 영향이 누적된다고 주장한다. 그 때문에 초대형 유조선이 벌써 고래를 괴롭히고 있다면, 음향 · 온도 측정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논지를 편다.

 현재로선 여론도 이 계획을 중단시킬 것 같지는 않다. 지지자들은 음파보다는 지구 온난화가 해양 생활에 휠씬 위협적이라 주장한다. 93년 12월에 해양포유위원회는 이 실험이 고래의 생활습관을 방해하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 시행을 국립해양어업기구에 건의했다.

 인간이 자초한 지구 온난화 현상은 엄연한 현실인데도 전세계 정치가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해양 음향·온도 측정 실험 결과가 이들 정치가들에게 과거보다 더 영향을 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어떤 보장도 없다. 국립해양어업기구가 이 실험을 허용한다면, 통 모양의 송신기에서 나오는 낮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향유고래와 바다코끼리처럼, 정책 결정자들은 적어도 4시간당 20분씩 이 실험의 중요한 결론들에 관해서 고찰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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