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된 월드컵 두골차는 불안하다
  • 강용석 기자 ()
  • 승인 1994.06.3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정기적으로 국가별 세계 순위를 매긴다. 이 랭킹은 월드컵에서 1~4번 시드를 배정하는 토대가 된다. 여러 나라의 도박사들은 우승 확률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기를 한다. 그런데 21세기부터 이러한 일이 시간 낭비가 될지 모른다. 축구 강국과 약체국의 차이가 눈에 띄게 좁혀졌기 때문이다.

 월드컵 같은 세계 최대의 구연에서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득점 수는 얼마인다. 강팀끼리 대결할 때는 2골 차로 앞서가도 불안하다. 막판에 얼마든지 판세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강팀과 약팀이 경기를 벌인다면 어떨까. 강팀이 2골 차로 앞서 있다면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이 공식도 94년 미국 월드컵 대회를 기점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최소한 3골 차는 나야 안정권이라는 얘기다. 한국 대 스페인의 경기가 그 예다.
 참가국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어난 82년 스페인 대회 때 총 52경기 중 3점차 승부는 모두 10경기였다. 그러던 것이 86년 멕시코 대회에서는 8경기로, 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는 다시 6경기로 줄었다. 더욱이 이탈리아 대회 때에는 8강전과 4강전 6경기 중 3경기가 승부킥으로 결판났다.

 이번 대회는 어떨까. 참가국들의 수준이 엇비슷해져 3점 차로 승패가 갈리는 경기가 아예 없으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축구는 어떤 면에서 가장 정교하지 못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발은 몸 전체 표면적의 7%밖에 안된다. 섬세한 운동을 할 수 있는 미세한 근육 수도 적을 뿐더러 접지 부분에 분포된 감각 신경도 다른 부위에 비해 무디다. 이래저래 아기자기한 운동을 하기에는 부적합하다. 경기 때마다 유달리 ‘이변’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월드컵 대회는 멋진 발의 향연을 보여준다. 참가국 축구 수준의 평준화, 예술적 경지에 이른 경기 기술 등으로 이번 대회에서는 기적 같은 상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姜龍錫 기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