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잔에 새겨진 쥐라기 공룡
  • 김현숙 차장대우 ()
  • 승인 1994.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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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인공 상품화하는 캐릭터산업 각광…2000년이면 5조원 시장



 요즘 어린이들은 신발을 고를 때 신발에 그려진 만화 주인공을 선택의 기존으로 삼는다. 기차표나 왕자표 같은 상표가 볼트론이나 배트맨의 캐릭터로 바뀐 지는 이미 오래다. 워너 브러더스의 루니툰은 서울 강남의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고급 수입 의류의 주인공이다.

 만화나 오락 영화의 주인공을 상품에 인쇄하여 판매하는 캐릭터 산업은 이제 영화산업의 부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영화ㆍ비디오ㆍ전자게임 같은 영상산업을 이끌어가는 문화적 기간산업 구실을 하고 있다.

 연간 50조원 시장을 형성하는 미국에 비해 연간 천억원 정도의 한국 캐릭터 시장은 아직 소규모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 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해 2000년까지 5조원 안팎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

 세계 캐릭터산업의 원조 격인 월트 디즈니를 비롯하여 워너 브러더스ㆍ파라마운트 같은 대기업이 국내에 법인을 차리는 등 직접 한국 시장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다. 디즈니사의 캐릭터 상품을 취급하는 국내 라이선스 중개업자(백두산업)가 최근 5년간 순이익 25억원을 올리자, 이에 놀란 디즈니사가 2년치 이익금을 중개업자에게 지불하고 계약을 해지한 후 직접 한국 시장에 뛰어든 일은 상징적이 사건이다.

 93년 1월1일 한국에 독점 법인을 차린 디즈니사가 맨 처음 착수한 것은 한국 시장을 ‘총소’하는 일이었다. 이들은 상공부를 통해 불법 복제품을 단속하라고 압력을 넣으면서 직접 남대문 시장을 단속해 미키마우스ㆍ알라딘ㆍ백설공주 따위가 그려진 제품들을 압수하기 하여 말썽을 빚었다. 국내 캐릭터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디즈니의 한국지사는 문구ㆍ음반ㆍ컴퓨터게임 등 국내 70개 업체로부터 매년 총 매출에 9~10%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산화 시험대 오를 <투캅스> <블루 시걸>
 캐릭터산업의 환경이 이처럼 달라지자 여러 기업들은 차츰 이들과 캐릭터 사용 계약을 맺거나 자체 캐릭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맥도널드와 하디스는 디즈니사와 각기 계약을 맺고 알라딘에 대한 캐릭터 사용권을 따냈으며, 피자헛은 UIP와 워너 브라더스로부터 <쥬라기 공원> <나홀로 집에>의 캐릭터를 사왔다. 광고대행사 한인기획도 파라마운트사와 영화 캐릭터 국내 판매권에 관한 계약을 맺고 캐릭터 상품 시장에 진출했다.

 올 최고 흥행 성공작인 <투갑스>와 추석 개봉 예정작인 <블루 시걸>의 경우는, 우리나라 영상업계가 과연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할 능력이 있는지 시험할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투캅스>를 제작한 강우석프로덕션은 캐릭터 디자인 전문업체 매스노벨티(상자 기사 참조)와 손잡고 이 영화 주인공인 안성기ㆍ박중훈의 모습을 커피잔 티셔츠 모자 열쇠고리 음반 들에 담아 영화 개봉과 함께 선보였다.

 국내 영화 경우 <미스터 맘마> <백한번째 프로포즈> 제작 당시 캐릭터 상품을 기획하였으나 경험과 인식 부족으로 결실을 보지 못했으며, 어린이용 영화 <키드캅>은 50여종의 상품을 개발해 놓았으나 영화 자체가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빛을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영화사상 처음으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캐릭터 상품 제작 판매 전략을 세운 <블루 시걸>의 경험은 우리나라에 ‘캐릭터 상품화 계획’을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金賢淑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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