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 속에서 피서를
  • 강용석 기자 ()
  • 승인 199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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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휴가’ 위한 호텔 패키지 상품 증가 … 1박2일에 8만~15만원



 본격적인 휴가철인 7월로 접어들면서 직장마다 피서 일정을 잡느라 부산하다. 그러나 지도를 펴보면 걱정이 앞선다. ‘어디로 가느냐’는 큰 문제가 안된다. ‘어떻게 가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올해 바캉스도 ‘카캉스’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승용차가 훨씬 늘어난 데다 휴가일정이 대부분 7월 말에서 8월 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정을 2박3일로 잡고,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가 걸린다면 실제 휴식은 하루뿐이다. 휴가지에 가서도 쓰레기 · 바가지 요금에 치일 생각을 하면 피서 떠나기가 겁나기까지 한다. 직장인들은 집에서 조용히 쉬고 싶지만 아이들 성화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비용은 조금 더 들더라도 편안한 휴가를 즐길수 없을까.

 도심 호텔 피서족이 크게 늘고 있는 현상은 이런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여름 비수기를 메우려는 호텔측 계산과, 안락함을 찾는 피서객들의 취향이 맞아떨어져 5~6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사업 때문에 직장으로부터 멀리 떠나기가 쉽지 않은 비즈니스맨에게 이점이 많다. 호텔이 시내 중심가에 있어 언제든지 회사와 연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서울 지역 11개 특1급 호텔 가운데 10군데가 ‘여름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 고객 유치에 한창이다. 호텔 간에 경쟁이 붙으면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표 참조). 주로 자연을 생각하게 하는 푸르름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아침 식사와 수영장 · 헬스클럽 무료 사용 · 기념품 증정은 으레 따르고, 가족 사진 촬영권과 지방 고객을 위해 항공료를 할인해 주는 호텔도 있다. 최근에는 보물찾기 · 음악회 · 문화 강좌 등 가족 단위 오락 행사를 개발해 다양함을 꾀했다.

 휴가를 못 떠나는 직장인을 겨냥한 상품도 있다. 서울 프라자호텔은 매일 와이셔츠 세탁을 해준다. 가장이 호텔에서 곧바로 회사로 출근해 근무하는 동안 가족은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게끔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값은 2인 1박2일 기준으로 8만~15만원 선이다. 이처럼 요금에 차이가 나는 까닭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의 범위와 식사 서비스의 차이 때문이지 원칙적으로는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 호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가족 단위로 호텔 피서를 주로 이용하는 연령층은 30대 후반~40대 초반. 한 특급 호텔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용객의 평균 나이는 36.5세로 나타났다. 20대는 아무래도 비용이 버겁고, 50대는 장성한 자녀가 따로 피서를 떠나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갓난아이가 있는 신세대 부부가 늘고 있는데, 이는 아이를 호텔 내 탁아소에 맡기고 자기들만의 시간을 갖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교통난 · 바가지 감안하면 오히려 경제적”
 고객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모두 1천6백20개 객실 판매 실적을 올려 짭짤한 수익을 올린 스위스 그랜드 호텔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89%가 서비스에 만족을 표했으며, 5%는 불만족, 6%는 무응답인 것으로 나타났다. 5% 불만족은 이용자들이 사람이 많이 몰린 시기에 왔다가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고 여기는 등의 이유 때문인 것으로 이 호텔은 분석한다.

 이 호텔 송경희 홍보실장은 “경제력이 있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맞벌이 부부가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흥미로운 것은, 한번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해마다 찾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호텔 피서의 또 다른 장점은 예약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일반인들의 이용률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예약이 가능하다. 다만 전망이 좋은 방을 배정 받으려면 최소한 2~3일 전에 예약하는 점이 좋다.

 도심 호텔 피서는 아니지만 특1급 호텔이 5개 있는 경주의 경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호텔과 포항 공항 · 경주역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해수욕장 교통편도 무료 제공한다. 또 하계 휴양소에 도시락 배달 서비스도 한다. 경주조선호텔 서울사무소 판촉부 고상일 과장은 “경주는 주변에 유적지 · 해수욕장 · 레저시설이 있기 때문에 토털 바캉스를 즐길 수 있다”라고 말한다. 경주 지역 호텔 예약률은 2일 현재 70% 정도라고 한다.

 부산의 특1급 호텔 3개는 성수기인 7월 중순~8월 중순에는 프로그램 특전이 없다. 다만 해운대 해양스포츠 40%, 관광유람선 30% 할인으로 지역 특성을 살리고 있다. 특1급 호텔이 3개 있는 제주도는 그랜드호텔이 여름철 바캉스 상품 예약을 받고 있다.

 도심 호텔 피서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과소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2박3일에 최소한 30만원이 있어야 하는데, 월급쟁이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또 프로그램이 아무리 다양하다 하더라도 호텔이라는 지정된 장소에게 이틀이 넘어가면 지루해지기 쉽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대해 웨스틴조선비치호텔 서울사무소 이경종 판촉계장은 “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피서지를 오고가는 데 겪게 될 교통난과, 바가지 요금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안하면 오히려 경제적일 수도 있다”라고 지적한다. 이계장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적절히 이용하면 비용 면에서 오히려 이득을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호텔 업계는 지난해 도심 호텔 피서 이용객을 10만여 명으로 추산한다. 올해는 30~5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레저 수준이 높아져 휴가를 보내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姜龍錫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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