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는 상징적 대통령될 것‘
  • 토쿄.채명석 객원편집위원 ()
  • 승인 199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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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천하’ 예언 日 경제평론가 모리모토 다다오

 일본의 저명한 경제평론가 모리모토 다다오씨(65)는 지난 19일 NHK의 저녁 뉴스프로에서의 소련의 쿠데타가 ‘3일 천하’로 막을 내릴 것을 에언, 큰 화제를 모았다. 도레이경영연구소 고문이며 소련문제 전문가이기도 한 그에게 이번 쿠데타의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에 관해 들어보았다.

‘3일천하’ 예언이 적중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어떤 근거로 그런 대담한 예측을 하게 되었나?
 야나예프가 대통령 대행에 취임했다는 뉴스를 듣고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야나예프는 일본을 10여차레 방문한 적이 있는 소련 내    이며 나와도 이전부터 친교가 있었다. 그는 본래 고르바초프와 옐친을 비교하는 얘기만 해도 싫은 내색을 보일 정도로 고르바초프 지지에 열성적인 인물이었다. 따라서 그가 이번 쿠데타의 주도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으며, 강력한 지도자가 없는 쿠데타는 성공할 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 19일 밤 NHK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그밖에도 여러 근거를 들었는데…
 첫째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8인방이 정책능력을 갖추지 못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정책능력이 없다는 것은 통치능력이 없다느 얘기가 된다. 둘째 강경보수파들은 공산당원의 지지를 기대하고 거사에 나섰으나 공산당 하부조직은 붕괴 일보직전에 있었다. 셋째 정치와 경제가 동시병행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소련의 여건상 보수강경파만의 무분별한 쿠데토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봤다.

소련의 엉성한 정변의 직접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소연방 해체를 의미하는 ‘신연방조약’을 저지하려 했던 것이 이번 쿠데타의 가장 큰 동기이다. 그밖에 두가지 경제문제가 이번 정변을 초래했다. 하나는 고르바초프 정권의 군축노선으로 기득권이 줄어들고 있는 ‘軍 복합체’의 저항이었다. 또 하나는 농업문제이다. 집단농장체제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관리부문의 반발이 보수희귀 쿠데타의 일익을 담당했다.

쿠데타가 실패한 원인은?
 보수파 8인방이 신연방조약 체결 저지를 서두른 나머지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못할 채 거사를 결행했기 때문이다. 흐루시초프 실각 때 브레즈네프파가 주도면밀한 채비를 갖췄던 것에 비하면 너무 성급한 거사였다. 또 하나 보수파의 오산은 군대였다. 보수파에 충성하는 세력은 상층부에 불과할 뿐, 병사의 약 70%가 개혁을 지지하고 있었다.

앞으로 소련의 권력구조는 어떻게 변하리라고 보는가?
 지금까지 소여방을 지탱해온 것은 과료조직 군 KGB 공산당이었다. 공산당을 제외하면 모두 이번 쿠데타에 직접 가담한 ‘A급 전범’들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연방의 중추세력들은 대단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연방정부의 약체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이번 쿠데타가 권력중심의 이동을 둘러싸고 중앙 대 지방, 연방 대 공화국의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보면 그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고르바초프와 옐친의 위상이 역전된다는 것인가?
 고르바초프는 멀지 않은 장래에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같은 존재로 전락할 것이다. 즉 상징적인 대통령으로 그 위상이 좁혀질 것으로 본다. 대신 떠오르는 별은 옐친이다. 그러나 소련 국내에 국한해 보면 당분간 ‘권력의 이중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지금부터 신연방조약 체결 · 헌법개정 · 새로운 대통령 직접선거 등 중요한 정치적 변화가 계속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유혈사건으로까지 발전함으로써 페레스트로이카의 정당성이 크게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여론과 신연방조약 아래에서 개혁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는 별개 문제이다. 또 개혁정책을 둘러싸고 민주세력 내부의 대립이 크게 부각될 가능성도 높다.

이번 정변이 중국의 민주화나 북한체제의 개방에 어떤 영향을 끼치리라 보는가?
 한마디로 이번 사태는 소련의 낡은 전제주의 체제가 최종적으로 붕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사회주의 견지’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 정권이 받고 있는 충격과 위기감은 매우 클 것이다. 북한의 20일자 <로동신문>은 “사회주의는 역사의 발전법칙이며 이것에 역행하는 자는 멸망할 것이다”라고 논평, 간접적으로 소련의 정변을 환영했다. 그러나 쿠데타가 실패로 끝난 지금 앞으로 소련의 개혁파가 북한에 대한 경제 · 군사 원조를 대폭 삭감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결국 분한체제의 붕괴도 그만큼 앞당겨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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