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허덕이는 인터넷 언론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r)
  • 승인 2006.04.2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고·수익모델 없어 재정난 심각…‘보수’ 색깔 띤 매체는 비교적 나은 편
 
5·31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매체 창간이 줄을 잇고 있다.
‘뷰스앤뉴스’(www.viewsnnews.com)는 지난 3월 전문성이 돋보이는 기사로 다른 인터넷 뉴스와 차별화를 꾀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대중적 진보좌파 매체를 지향하는 ‘레디앙’(www.redian.org)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인천을 중심으로 정치·사회적 현안을 다루겠다는 ‘아이투데이’(www.i-today.co.kr)도 창간되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인권과 평화를 표방한 ‘코리아포커스’(www.coreafocus.com)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신생 매체 대부분이 설립과 동시에 지독한 어려움에 빠져 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던 김희수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창간한 코리아포커스가 대표적이다. 코리아포커스는 한겨레 베이징 특파원 출신인 하성봉 기자가 편집국장으로 임명되고, 2000년 세계보도사진전 뉴스 부문 1등 수상자인 조성수 기자가 사진영상부장을 맡는 등 창간 당시 언론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만에 편집국장을 비롯한 주축 기자들이 회사를 떠났다. 회사를 떠난 기자들은 “재정적인 문제가 가장 컸다”라고만 말할 뿐 입을 닫았다. 김희수 변호사는 “인터넷 언론시장 현실을 너무 모르고 순진하게 생각했다. 창간 전에 도와주겠다던 사람과 기업들이 말뿐이었다”라고 말했다.

한두 개 사만이 ‘본전’

대외적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정치적 방침을 분명히 한 레디앙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코리아포커스와 레디앙은 기업 광고를 하나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투데이는 새롭게 단장하겠다며 아예 문을 닫은 상태다. 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매체들이 쏟아져 광고 영업에 어려움이 크다. 인터넷 언론사들 대부분이 자본금을 까먹고 있다. 상위 한두 개 인터넷 언론사만이 본전을 맞추려고 기를 쓰는 형편이다”라고 말했다.  

뷰스앤뉴스(대표 박태견·이연홍)의 경우 사정이 조금 다르기는 하다. 경제 전문기자로 이름을 날렸던 박태견 대표의 광고·마케팅 네트워크 덕에 시장 진입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박대표는 편집국장으로 있으면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을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 박대표는 “인터넷 언론들이 재계나 광고계와 확실한 네트워크가 없이 매체를 창간해 초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광고 업계가 프레시안 운영 경험을 들어 기대를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광고시장 자체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건만, 인터넷 매체의 경영난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일기획 미디어전략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2003년 2천7백억원 수준이었던 인터넷 광고 시장은 2004년 3천9백27억원으로 늘어났다. 2005년에는 5천6백69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년 만에 1백10%가 넘게 성장한 것이다.
인터넷 광고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지만, 인터넷 매체들이 그 수혜를 입지 못하는 것은 광고가 대형 포털 사이트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마케팅협회 집계에 따르면 네이버·다음·네이트 3개 대형 포털 사이트가 전체 인터넷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51.9%에 달했다. 상위 10개 사이트는 전체 광고 시장의 67.5%를 점유하고 있다. 오마이뉴스·프레시안 같은 인터넷 언론들은 상위 10위 안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마케팅협회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언론사가 인터넷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하다. 그것을 나눠먹기 하는데 신생 매체들이 계속 밀고 들어와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가 이익 빼앗아가”

대형 포털 사이트와 게임 사이트, 그리고 ‘이데일리’와 ‘아이뉴스24’처럼 경제와 IT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한 전문지 틈바구니에서 정치 분야에 집중하는 인터넷 언론사의 입지는 좁기만 하다. 마땅한 수익 모델도 없는 형편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월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1천1백만 달러(약 1백6억원) 투자를 받아 숨통을 텄다. 그 직전까지는 매각설에 시달릴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프레시안 역시 편집국장과 마케팅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 어려움에 처했다.

시장이 어려워질수록 인터넷 언론사들은 보수와 진보라는 색깔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그나마 보수로 가닥을 잡은 매체들이 사정이 나은 편이다. 기업과 서울시·경기도 등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데일리안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광고를 유치했다.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원창씨가 대표로 있는 프런티어타임스와 인터넷 독립신문에는 경기도 배너 광고가 자리하고 있다.

한 인터넷 언론사 편집국장은 “인터넷 언론사들이 특정 정파의 정치색을 갖고 편들어주기 기사를 쓰고 밀어주기 광고를 받는 실정이다. 일부 지방 인터넷 언론사는 아예 돈을 받고 선거 출마자들의 기사를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치 전문지를 표방하고 2004년 3월 창간한 ‘이지폴뉴스’(www.easypol.com) 장덕수 대표는 “인터넷 광고 단가가 워낙 낮아 수익을 낼 수가 없다. 그나마 한두 인터넷 매체가 쓸어가버려 신생 매체는 설 자리가 없다. 획기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생존 영역이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인터넷 언론사 대표는 어려움을 타개할 대안으로 ‘인터넷 언론 연대론’을 주장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면 자체 사이트의 클릭 수가 올라가지 않는다. 인터넷 언론사가 가져야 할 이익이 모두 포털 사이트 몫이 되는 상황이어서 인터넷 언론의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인터넷 언론이 포털 사이트에 대응해 상호 공존하는 형태의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