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蘇 과학기술자 활용 계획”
  • 표완수 경제부장 ()
  • 승인 1991.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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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鎭炫 과학기술처 장관

 金鎭炫 과학기술처 장관은 이른바 해직언론인 출신 장관이다. 1957년 언론계에 몸을 담은 이후 <동아일보> 편집부국장을 거쳐 논설위원으로 일하던 80년 그는 언론계에서 쫓겨났으며, 80년대 중반 <동아일보>에 복귀해 논설위원실장과 논설주간을 역임했다. 《시사저널》이 김장관을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는 최근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의 무역적자 문제가 단순한 소비재 수입급증에 다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기술개발 문제와 관련된 구조적 현상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의 무역적자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같은 무역적자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기술개발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대일본 무역적자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는 대일 적자규모에 의해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기술의 격차입니다. 과거에는 기술격차를 임금이나 근로시간, 혹은 환율조정 등 기술경쟁력 이외의 다른 요인으로 상쇄할 수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과거의 그런 보상방법을 가지고는 안됩니다. 기술개발을 중심으로 한 본질적인 경쟁력 회복 없이는 국제 무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대일 무역적자는 기술격차가 존재하는 한 만성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기술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일본의 자동화시설을 들여오면 들여올수록 무역적자는 더 늘어나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됩니다. 그 고리를 끊어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술수준을 높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언제쯤 그 꼬리를 끊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현 상황의 연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현 수준의 연구개발과 자원의 배분, 그리고 현 수준의 기업 경영 풍토, 노사관계 관행으로는 안됩니다. 시간이 가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고리를 끊는다는 것은 개혁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연구풍토부터 연구집중적 · 연구경쟁적 풍토로 바꿔야 되고, 연구개발 자원을 늘리고 집중시켜야 하며, 과학기술인력 양성이 있어서도 혁신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과학기술현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과거에 수출드라이브로 경제근대화에 성공했듯이 앞으로는 과학기술드라이브를 걸어야 된다”고 한 말씀은 그런 점에서 매우 적절한 지적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오늘과 같은 상황은 기업이 기술대발 투자를 외면하고 우선 이윤이 생기는 부동산투기 · 財테크에 몰두한 결과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부 그런 비난을 받아 마땅한 기업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기업이라는 것을 단순히 이윤만 만드는 조직으로 잘못 해석하는 풍토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기업의 원점은 본래 자본이나 노동이 아니라 기술혁신이고 발명입니다. 발명과 기술혁신의 제품과 아이디어가 먼저 나오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자본을 모으고 사람을 모은 것입니다. 거기서 근대기업이 생겨난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후발자본주의국가인 우리는 근대기업의 원점은 잊어버린 채 기업은 돈을 만드는 곳이라는 잘못된 철학적 개념의 기반 위에 서있게 된 것이지요. 기업의 개념에서부터 우리는 정확하게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현실에서 본질로 돌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은행의 금융대출 관행부터 고쳐야 합니다. 기업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기술혁신을 나가느냐 하는 점을 중심으로 금융관행이 서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돈이 돈을 벌도록 돼 있습니다. 돈을 빌리려면 담보가 있어야 하는데 담보는 돈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거든요. 부동산담보 금융관행부터 깨져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민주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 아닙니까?
민주화는 거역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불안해 하는 요인 중의 하나는 민주주의가 이기주의와 혼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가 개인의 창의와 개성을 존중하고, 그래서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체제이자 이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개성주의라기보다 이기주의로 생각합니다. 가족이기주의 기업이기주의 노동이기주의 중산층이기주의 관료이기주의 등등…. 이것은 우리의 민주화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달중에 미국을 방문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방문목적을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9일부터 4일간 미국을 방문진하게합니다. 한 · 미과학기술협력협정체결, 미국의 초전도입자가속기(SSC) 건설사업에 대한 우리나라의 참여방안, 북한의 핵안전조치협정 서명에 따른 현안과 양국간 원자력 안전을 위한 협력문제를 협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련 및 동유럽 국가들과의 과학기술협력관계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을 미국측에 전달함을써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합니다.

●미국의 초전도입자가속기 건설에 대한 우리나라의 참여계획을 좀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십시오.
초전도입자가속기란 물질의 구조와 성질, 그리고 우주와 에너지의 기원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땅속 45m 깊이에 약 85㎞ 길이의 원형 지하터널을 뚫어 1만여개의 초전도자석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89년부터 99년가지 11년간에 걸쳐 건설을 하며 모두 82억5천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우리로서는 현금 기여는 피하고 과학기술자 파견, 저가 부품공급 등의 방법으로 참여할 계획입니다.

●방미기간중 한 · 미 양국간의 원자력 안전문제에 대해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근 국내 원자력발전소가 자주 고장을 낸 것으로 보도되어 많은 국민이 불안해 했는데 과학기술처에서 무슨 대책을 갖고 있습니까?
과기처는 지나나 6월24일부터 2주일간 안전기술원 · 학계 등과 함께 고리원전 1호기의 성능평가와 운영전반에 대한 특별진단을 실시했습니다 .진단 결과 근원적인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제어카드 등 일부 전자부품의 고장으로 불시 정지사태가 빚어졌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전가지는 제어카드 등 노후화된 일부 부품에 대해 고장기준으로 교체하던 것을 앞으로는 수명기준으로 사전 교체키로 하는 등 안전성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입각하시게 된 계기가 ‘안면도 사건’이라고 생각됩니다. 안면도 사건 후속 조처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안면도 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원자력폐기물에 대한 일반 국민의 거부감으로 폐기물 처리시설을 위한 부지확보 문제가 국가적 현안으로 대두되었습니다. 이 문제는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하에서 추진할 계획입니다. 현재 서울대 등을 중심으로 ‘부지확보 및 지역 협력방안’ 연구용역이 진행중입니다만 여러 대상부지와 해당지역에 대한 지역 혜택사업 등이 제시되면, 국민여론을 폭넓게 수렴한 후 해당지역 주민의 숙원사업과 지역 지원사업 등을 제시하여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자 합니다. 자원하는 지역이 없을 경우에는 여론조사기관 등을 통한 국민여론 수렴과 함께 해당 지방자치단체 · 지방의회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수용여건을 조성하여 에너지정책상 불가피한 사업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킨 후 후보부지를 선정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국제적인 지구환경 보전운동 확산에 따라 환경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민간 차원에서는 이를 위한 투자가 계속되고 있으나 정부 차원의 노력은 미흡한 것 같다는 느낌인데요.
공업화 · 산업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환경오염이 가속화 추세에 있는 게 사실입니다. 시야를 밖으로 돌려보면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보전 문제가 세계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환경과 관련한 새로운 국제질서 변화에 사전준비나 대응조처를 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국제무역 규제 등 외부적 충격을 흡수할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국민소득의 향상, 과밀한 인구밀도와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 등 우리가 갖고 있는 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볼 때 우리의 환경문제는 ‘외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환경조건에 따라 생존과 발전을 위해 정면으로 부딪쳐야 할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89년부터 연구개발비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수질개선 대기정화 폐기물처리 등의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즉 KIST의 환경연구센터 안에 ‘환경기술국책연구사업단’을 설치해 환경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내년부터는 ‘환경공학기술’을 G7 국책과제로 선정해서 범국가적 차원에서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G7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이른바 ‘G7 프로젝트’ 추진현황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G7 프로젝트’란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신국제기술질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첨단기술개발 지원방안으로 2001년까지 집중개발코자 하는 중요 선도기술개발사업을 말합니다. 현재 국제경쟁력이 있는 산업기반을 바탕으로 반도체 통신 가전 및 자동차분야와 지금부터 시작하여 21세기에는 선진국과 경쟁이 가능한 컴퓨터 정밀화학 메카트로닉스 분야 등 7개 산업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제품개발이 가능한 기술과제를 선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2001년까지 제품개발을 기대하기 어려우나 기술선진국 진입에 있어 필수적인 신소재 기계 생물공학 환경 에너지 원자력 인간공학 등 7개의 원천기반기술과제도 함께 추진할 계획입니다. 여기에는 정부과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부문에서 1조3천억원, 민간부문에서 1조2천억원 등 2조5천억원의 연구개발비와 연인원 4만8천여명의 연구인력이 소요될 것입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앞으로 ‘과학기술문화원’을 중심으로 알기 쉽고 재미있고 국민에게 공감을 주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개발 · 운영하고 과학기술정책설명회 등을 통해 정책결정에 각계각층의 참여를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과학기술 문화공간을 크게 늘려 국민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만지고,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과학대공원’을 전국 주요도시에 건설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소련이 큰 변화를 겪고 잇습니다. 한국과 소련 · 동유럽국가들과의 과학기술협력 현황과 장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한 · 소 과학기술협력은 작년 12월 한 · 소과학기술협력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양국간 협력토대를 마련했으며 제1차 한 · 소 과학기술장관 회의를 지난 6월 서울에서 개최함으로써 구체적 협력사업들이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소련 내에 소 · 한협력센터를 조기에 성립토록 추진중이며 기술대표부 파견을 올 하반기 중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소련의 고급 과학기술자를 내년부터 연간 50명 이내에서 활용할 계획으로 올 하반기중 수요조사를 완료할 생각입니다. 동유럽과는 한 · 헝가리 기술협력협정이 89년 3월에 이미 체결되었는데 국가별 발전 정도에 따라 과학기술협력을 선별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78년 3월 입각한 제3대 崔鍾浣 장관 이래 작년 11월 김장관께서 제13대 과기처장관이 될 때까지 약 12년 사이에 열한분이 바뀌어 평균 재임기간이 1년 남짓했는데, 과학기술정책의 총수가 이렇게 자주 바뀌어서야 어떻게 정책의 안정을 기할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역대 장관들이 정치적 주장을 하다가 그렇게 됐다면 단 6개월만에 바뀌어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불행한 일이지요. 기본적으로 과거에는 과학기술의 정책 우선순위가 별로 높은 게 아니고 지류에 속했었습니다. 인사편의상 그렇게 된 측면이 크지요. 그러나 이제는 국가적으로 그것이 어려울 것입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입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좋은 징조 아닙니까. 따을 사는 것은 돈만 주면 될지 모르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하루 아침에 돈 주고 되는 게 아니잖습니까.

●언론계에 오래 있다가 관직으로 옮기셨는데 어디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셨습니까? 연구원 생활도 하셨지요?
세군데 경험으로 보면 연구소에서 제일 편했던 것 같고 지금이 가장 바쁩니다. 신문에서도 주로 바쁜 자리만 돌아다녀봤지만 ‘저리가라’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자료정리, 글쓰는 일 등을 통 못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별 보람이 없지요. 그러나 관직에 와서 어려운 과도기에 국가의 정책결정에 참여하고, 책임을 같이 나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관직에서 보는 언론은 어떻습니까?
역시 언론은 비판과 이상기능입니다. 지식인이 이상을 포기할 때 그는 이미 지식인이 아닙다. 언론인이나 대학교수나 지식인이라면 이상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책임있는 언론, 책임있는 교수라면 실천가능한 이상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민주화의 과도기에서 이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이상의 본질을 정확하게 규정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하나 세계는 점차 다국적화시대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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